내모습이대로..

엄마 생신

여디디아 2018. 1. 15. 14:27

 

 

 

바로 아래 동생과 바로 위 언니

큰언니

 

 

 

 

 

잠시 또렷하게 막내 딸을 알아보신 엄마.. 얼굴 가득한 웃음꽃이 서럽다

 

 

 

 

 

 

지금쯤 포항해병대 연병장에서 두려움에, 추위에 떨고 있을 작은오빠네 규락이 

 

칠남매가 한자리에..

질부가 마련한 할머니 생신상차림

 

올해도 모두가 건강하길.. 건배!!

 

 

 

누구 발이 이쁜가... 왼발 앞으로...

누구 손이 이쁜가..왼 손 앞으로...(특급비밀.. 청안 이씨 딸들 인물에 비해 손이 안이쁘다는 언니들의 고백)

 

 

가는 세월을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동백기름으로 반질하게 빗어넘긴 뒷머리에 비녀를 꽂으셔 한점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던 엄마의 머릿결,

흰 옥양목  앞치마를 단 하루도 벗지 못한채 부엌에서 동동 걸음치시던 엄마의  작고도 가녀린 몸피,

돌아서기도 전에 다시 찾아든 끼니때는 온전히 우리식구만 식사하는 것을 소원이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때로는 봇짐장수가, 때로는 꿀장사나 젓갈장사가, 때론 친척이나 이웃사촌이, 그리고도 모자라 가끔 부엌바닥에 걸인까지 불러들이던 엄마의 따뜻하고 인정이 넘친 덕분에 오늘 우리 7남매가 이렇게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던 작은언니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며 가난하지만 정이 넘치던 부모님께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눈꺼풀 들어올리기도 귀찮으신 엄마가 깔끔한 모습을 잊은채, 요양병원에서 누운채로 배변을 하시고 물수건으로 누군가 닦아주어야 세수를 마친다. 목욕이라도 하려고하면 귀찮다고 꼼짝도 않으시려는 모습이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엄마의 90번째 생신이 13일 토요일이었다. 

해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생신을 맞이해 토요일 낮에 영천으로 향하는 길은 각각이다.

오늘 포항에서 해병대 입대하는 조카와 올케언니를 태운 오빠는 남가좌동에서 출발을 하고, 두 언니는 고속버스가 편하다며 강남으로 향했고, 동생과 서방과 나는 남양주에서 점심때가 설핏한 때에 출발을 하여 충주휴게소에서 국수를 좋아하는 서방은 어묵국수를, 역시 국수를 좋아하는 동생은 잔치국수를, 국수나 우동을 싫어하는 나는 충주사과 돈가스를 동생의 카드로 해결했다.

 

중부내륙고속도를 달리다 지난연말에 개통한 상주와 포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보니 30분 정도가 빨라졌다.

영천요양병원에 도착을 하니 조치원에서 출발한 동생과 언니들과 조금전 도착한 오빠가 엄마와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지난여름보다 훨씬 늙고 마른 엄마의 허벅지는 내 손목만큼이다.

팔이며 어깨며, 손목이며 모든 것이 한 손안에 잡히는 모습이 얼마남지 않은 이 땅에서의 삶을 대신해주는 듯 하여 마음이 아프다. 사는 게 사는게 아님이 어떠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낱낱히 보여준다.

이런저런 말을 시키고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가 하면, 이름을 밝히고 몇째딸이라고 하면 다시 '우리 옥이가'라며 쳐다보는 엄마의 아련하고 애틋한 눈길은 세월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권석진이 누구지?"라는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 동생이지"라고 하신다.

다시 "엄마 권태진은 누구지"?라고 하니 "우리 오빠지"라고 대답하시는 것을 보니 엄마도 유년시절이 있었고,

엄마에게도 안동 권씨들만의 '가족'이 있었음이 새삼스럽다.

더구나 이번엔 '꽃이 피고 잎이 피고 두견화가 울면 울엄마가 날 데리러 오신다'며 노래를 끝없이 부르시는 모습을 뵈니 언젠가모를 이별이 당장인 듯 하여 눈물이 솟구친다.

'우리엄마 참 이뻤다'는 엄마는 8살에 엄마를 저 세상에 보내셨다고 하니, 늙지도 않는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얼마나 고운 모습으로 남았을까..   

구차한 오늘을 이별하고 하늘나라에서 엄마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가 여자의 일생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더욱 슬프다.

 

단 몇 분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금 낯선 사람을 대하듯이 바라보는 엄마, 시도때도 없이 '우리 현숙이'만 찾던 엄마는 막내얼굴을 보면서도 '우리 민지가?'라며 손녀의 이름을 가져오시더니 어느순간 "우리 현숙이가?"라며 함박 웃음을 지으시며 "내 새끼야"라고 부르는 바람에 동생과 나는 다시 울음바다로 분위기를 바꾸고 만다.

 

엄마,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이름 엄마,

병실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엄마의 소망은 당신의 꽃 같이 이쁜 엄마를 만나는 기다림이고

우리에겐 그런 엄마와 육신의 세상에서 영원토록 이별해야 하는 아픔의 순간이다. 

자주 찾아가 손을 잡지 못하는 변명이, 머릿결을 쓸며 간식하나를 넣어 드리지 못하는 핑게가

결국은 불효라는 것을 내 어찌 모를까.  

 

이유야 어찌되었든지 그곳에서 기다리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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