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가족

여디디아 2018. 2. 5. 17:21

 

 

 

 

 

금남리 해남댁 양푼이매운탕..

몇해 전부터 구정과 추석에 연중행사로 매운탕을 먹는다.

메기와 쏘가리, 잡고기가 주메뉴이며 가격은 만만치 않은 대신 맛은 끝내준다.

 

큰형부가 일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서 회사를 운영하신다.

일년에 두번, 추석과 설에 한국에 오셔서 20여일을 머무시지만, 그것도 반 이상은 회사 일로 바쁘시다.

그동안 언니가 신세졌다고(언니 성격에 신세지는 일은 없다) 생각하는 분들에게 형부가 빚을 갚듯이 매일 식사 대접을 하시고

거래처를 돌아보시느라 시간을 낼 수가 없으시다.

그렇지만 처남과 처제들과 동서들을 만나기 위하여 시간을 만드시고, 남양주까지 달려오셔서 매운탕을 사주시는 것 또한 바쁜 일정중의 하나이다.

 

형부가 오셨다는 소식에 날짜를 살피기에 바쁘다.

설 지나고 바로 출국하신다며 토요일에 매운탕 먹자는 말씀에 갑자기 카톡이 바빠진다.

 

토요일 오후, 

막내동생네서 만난 식구들이 금남리로 향한다.

메기매운탕 세개를 주문하여 겨우 일어날 정도까지 배를 채우는 미련함을 보이고만다.

국물까지 달큰한 매운탕속의 메기는 살도 부드럽고 대가리도 고소하여 하나도 남김없이 해치운다.

넉넉하게 들어간 수제비의 쫄깃함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두툼한 무우까지 입에 착착 감긴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연중행사로, 형부가 오셔서 사주셔야만 먹을 수 있다니 이건 분명 마석의 남자들 잘못이라"며

집에서 10분거리임을 내세우며 동생과 나는 느닷없이 김서방, 선서방을 닥달한다. ㅋㅋ

 

매운탕을 먹고 어쩐 일로(?) 오빠가 커피를 쏘겠다고 한다.

이런 드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석에 있는 커피숍으로 달려가 고구마라떼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또다시 폭풍수다를 풀어헤친다.

1월에 해병대에 입대한 오빠의 늦둥이 규락이 사진을 보고 동영상을 들여다보며 고모들이 눈물을 질금거리기도 하고

인터넷 편지를 쓰자는 다짐까지 한다.

하필이면 올겨울 날씨가 이렇게 매서워 늘 안타깝고 마음이 짠하다.

오빠가 마흔을 훌쩍 넘어서 낳은 아들이라 우리 집안에선 가장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해병대에서 훈련받는 규락이에게는 그렇게도 더디기만 할 시간이 우리에겐 왜이리 빠른지, 민망하다.

커피까지 마시고 형부가 가져오신 선물을 일일이 나누며, 다가올 추석을 기다리며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먼 이국땅에서 땀 흘리시는 형부와 언니와 오빠와 히와 형부와 제부와 동생....

모두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당신들이 계셔서 내 삶은 늘 반짝입니다.

 

참고로

형부, 다음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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