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내교회는 찬양대가 3개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연약하고 부족한 찬양대는 수요일 밤 예배를 섬기는 호산나 찬양대이다.
30여명의 대원들이 모두 여자이며, 대부분의 대원들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루종일 직장생활로 피곤하고 바쁜 가운데서도 찬양대원으로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요일 예배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노라면 수요예배에 참석하지 못할 이유는 날마다 10가지 이상이 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사명이라도 붙들고 있음으로 수요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이유로, 더러는 예배시간에 눈을 감고 있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도 하지만 중심에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은 하나님이 아실 줄 믿기 때문이다.
천마산에 단풍이 물드는가 했더니 뒤질세라 맞은편 백봉산에도 단풍이 물들고 빠질세라 경춘국도와 춘천고속도로는 단풍철을 맞이하여 주말마다 밀리고 막히고 그래서 주차장이란 소문이 무성하니, 이럴 때 우리도 한몫 끼어야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계절을 찬송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호산나찬양대 여인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속초로 가서 회를 먹고오자라는 최영례 대장권사의 말에 그동안 여러가지 구실로 빠지기만 했던 나를 기억하며,
동생들이 애를 쓰는데 참석하여 힘을 실어주자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현수막을 만들어 전도사님과 대장, 총무권사님께 보여 드렸더니 마음에 든다며 정말 고맙다는 인사끝에 사랑한다는 뻔하디 뻔한 멘트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속초로 가는 길에 최근에 유행하는 홍천 은행나무숲에 들린다고 하니 제대로 된 가을여행이다.
지난해 필희권사가 다녀와서 너무 좋으니 꼭 가보라고 했기도 하고, 지난주 다녀온 선환임집사님 또한 은행나무숲이 예쁘더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참에 나도 도장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한다는 광고가 몇번이나 있었지만 여전히 코리안 타임을 지키는 몇몇의 대원들 덕분에 20분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우리 집 화도IC를 지나자마자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가평휴게소를 지나서야 원활한 흐름이 시작된다.
상견례 자리에서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교회 못간다"고 시퍼렇게 내뱉던 시어머니의 무례함과
말 끝 마다 "큰 며느리가 키가 작아서 작은 며느리도 키가 작다" 라던 시어머니의 오만함은 역시 시어머니에 대한 뒷담화로 이어지고 반전을 늘어놓자 젊은 집사님들이 시원스럽다며 손뼉까지 친다.
이미 시어머니가 된 나와 여영이권사, 장모님이 된 윤명자 집사는 어른의 위치가 더욱 어렵다며 말 한마디, 음식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이유를 털어놓고, 할머니가 된 여영이 권사와는 손주에 대한 자랑도 깨알처럼 잠시 늘어 놓는다.
두런거리는 말 속으로, 뱃속은 뒤틀어지고 오는 길에 먹은 김밥과 떡 조각이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고 발광을 한다.
5분만 더 갔으면 제 자리가 아닌 강원도의 어느 가을길섶에 쏟아 놓았을텐데 다행이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은행나무숲에 발을 내디딘 순간, 남양주의 한낮은 아직도 늦여름인데 홍천의 한낮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었다.
은행나뭇잎들이 훌훌 가지를 털어내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가을하늘아래 우두커니 서 있고, 그늘에 있는 나무 몇그루에만 노란 은행잎이 매달려 체면치레를 한다.
은행잎이 없으면 어떻고 겨울이면 어떠랴.
아침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이미 가을여행의 재미와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는데 말이다.
입구에서 광운1리의 청년회, 부녀회에서 여러가지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감자, 고구마, 목수수, 배추, 무 등...
넉넉한 시간에 농부들의 손에서 정성껏 키워졌을 농산물을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평소 옥수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신선주권사가 옥수수를 사서 반씩 나누어준다.
아무도 모르게 하는 말,
"권사님은 하나 그대로 드세요"..ㅋㅋ
운전으로 수고해 주신 박원일 집사님께서 옥수수 하나씩 섬기시는 바람에 2개 반을 먹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은행나무숲을 돌아서 싱싱한 활어회가 기다리는 속초를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