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 여 선 / 창비
권여선
몇년전부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내가 그 작가를 알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도를 넘어서는 화려함이나 알 수 없는 나라나 지명이나 외우기도 어려운 이름이 등장하지도 않고
내용 또한 일상적인 이야기여서인지 그의 작품에 눈이 머물고 손이 간다.
봄밤
삼인행
이모
카메라
역광
실내화 한켤레
층
책을 받아들고 보니 중단편 일곱편이 실렸는데...
아뿔싸..
제목을 보고 갸웃했지만 설마하며 읽어보니 봄밤, 삼인방, 이모는 이미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들이다.
한 권의 반이 읽은 책이라 아까운 생각이 자꾸만 들고 들어... 결국 다시 읽었다.
평소에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어제의 아니 방금전의 일도 잊어버리는 내가 어쩌자고 책의 내용은 이리 잘 기억하시는지.
참 어이가 없더라는 것이다.
아무튼
안녕 주정뱅이란 책의 제목이 소설의 제목이려니 했던 생각은 나의 편견일 뿐이었다.
그리고 내용이 모두 술을 마시는, 술과 연관된 내용이란 사실에 조금 놀라울 따름이다.
술이란 것이 이렇게 우리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되었으며, 아니 누군가에게는 일부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생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생의 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서러움을 위로하기도 하고,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 쓸쓸한 마음에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술이 사람을 개로 만들기도 하고, 술이 사람을 친구로 만들기도 하고, 술이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술은 더 많이 후회를 만들고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요란스럽지 않은 비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이웃이나 친구와 나누지 못하는 슬픔,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아픔이기에 더 아릿한 아픔..
어제나 오늘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여전하다.
슬픔이나 외로움을 술로 이기려는 사람들과 술로 달래려는 사람들, 술의 힘을 빌려 잊어보려는 사람들,
그렇게 인간은 약하고 외롭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에겐 하나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