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스케어에서 우리는
금 태 현 / 창비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창비에서의 공모 당선작이라는 이유로 책을 들었다.
어쩌면 며칠전에 읽은 쓰엉과 연결고리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코피노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퍼 킴,
삼겹살집을 운영하며 필리핀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하퍼가 어릴적 병으로 죽는다.
이후 어머니는 일본인 남자와 재혼을 하고 일본에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져 일본으로 간 이후 하퍼는 평범하지 못한 유소년기를 지내게 된다.
망고스퀘어는 필리핀의 큰 광장을 뜻하며 광장을 중심으로 많은 유흥가가 밀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JTV라는 술집에서 댄서들의 현란한 춤을 바라보다가 관광객들이 정신을 놓은 사이 빠르게 핸드백을 훔쳐 달아나기도 하고
사장의 심부름으로 마약배달을 하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올리고 조회수가 늘어가면서 손에 들어오는 수입 또한 만만치 않게 된다.
그런 하퍼에게 박사장은 마약배달을 했다는 사실로 그를 옭아매고 베렌이라는 아가씨를 찾아낼 것을 종용한다.
아름답고 멋진 여자를 갈망하던 하퍼에게 베렌이 다가오게 되고 둘은 박사장의 눈을 피하여 일본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며칠간의 휴식을 취하게 되지만 필리핀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박사장의 신고로 인해 하퍼는 마약밀수로 잡히게 되어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것으로 맺는다.
혼혈아,
나도 이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너그러워졌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다른 눈으로 바라볼만치 세상은 여유롭거나 는적거리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그러나 그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처럼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특히 부모가 버리고 간 자식이란 당장의 끼니와 잠을 자야 할 집이 필요하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며, 유소년기를 벗어나는 남자들이 할 일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제대로 된 교육이란 것은 허상일 뿐이고 열심히 일을 해서 의식주를 해결하기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누군가의 핸드백을 뒤져야 하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심부름을 하여야 하고, 그러다 돈 맛을 알게 되고
돈은 세상의 오만가지의 환락과 쾌락을 절제나 겸손보다 먼저 가르쳐준다.
불우한 어린이를 돕는답시고 "밥은 언제 먹었느냐?"는 질문에 속으로 "참치 맛도 알고 있다" 대답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다행한 것은 시간이 지나고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더 이상은 죄악된 구렁텅이로 자신을 내몰지 않고
질서가 정해지고 가족의 따뜻한 정을 되찾을 줄 알고, 사랑의 힘이 어떠한가를 깨달음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세상앞에 마주한다는 사실이다.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아 갇혀 있는 몸이지만 하퍼는 부활절을 기다리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다.
부활절 특별사면을 통하여 자유로운 세상에서 사랑하는 베렌과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날을 기다리는 하퍼를 보며
희망은 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