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달의 행로

여디디아 2016. 12. 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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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행로(行路)

 

권  비  영 / 북오션

 

 

 

11월에 세현이가 선이와 함께 집에 왔었다.

집도 제대로 마련해 주지 못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저 미안하고 고맙고 대견하고....

딸을 가진 부모 마음도 같은 마음인지라 선이 엄마는 이불을 해보내겠다고, 몇 채이면 되겠느냐고 선이가 엄마의 말씀을 전했다.

"어머님, 이불은 허물을 덮어주는거라서 엄마가 이불은 꼭 하고 싶다고 하셔요"란다.

"선아, 엄마한테 꼭 전해라. 이불이 허물을 덮는거라는걸 나는 몰랐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불로 허물을 덮는구나.

 나는 예수믿는 사람이니까 사랑으로 허물을 덮는 본을 보이고 싶구나. 그러니 이불은 보내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려라"

결혼을 앞두고 반지라도 하나 해주겠다는 나를 물리치고, 세현이에게 시계를  해주시겠다고, 이불을 해보내겠다고

두 집안이 서로 옥신각신이다. 참 감사하다.

남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서로 보내지 말라고 옥신각신하다니...

"선아, 다음에 내가 능력없을 때 책값이나 대신 부탁한다"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세현이가 회사에서 일년동안 도서비가 나오는데 과장님것도 안쓰셨다고 필요한 책을 적어보내라는 반가운 문자가 왔기에 쭈르르.. 8만원이 넘어갔다. 

평내광고로 한아름의 책이 배달되었을 때,  최고의 선물이었다.

 

달의 행로..

덕혜옹주를 쓴 권비영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오랫만에 가족들의 이야기, 그것도 우리세대가 살아내었던 이야기라 반갑다.

 

산동네 그 집에서 있었던 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달의 행로(行路)

그녀의 초상(肖像)

소녀에게

 

산동네..는 경아란 주인공이 어린 날을 돌아보는 글이다.

세상살이에서 현실보다는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은채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재산을 팔아서 학교를 설립하여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원망과 존경, 한 가정이 몰락하는 과정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신, 때론 따뜻함이 때론 궁핍함과 처절한 가난으로 인한 생채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임을 잘 나타내준다.  삶이 어떠하든 우리는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공장엘 나가고 돈앞에서 굴복하며 비굴해져야하는 비릿한 모습이 서글프다. 그런 가운데서도 경아는 푸쉬킨의 '삶'이란 시를 외우며 내일을 향하여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는 60을 넘은 여인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평생을 같이 살아갈 것 같았던 남편이 죽고, 결혼한 딸마져 지방으로 떠난 후 우울증이 깊어가고 깜빡깜빡하는 정신은 백화점 계산대앞에서  휴대폰이 없음을 알게되고, 그런 자신이 서러워 혼자서 서럽게 울다 잠이드는 여인이 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엄마가 걱정된 딸이 엄마에게 운동을 권하고 병원을 다녀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런 딸을 위해 건강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엄마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걷기운동을 시작하지만  한 달 후에는 딸을 보고 '아줌마'라고 부름으로 읽고 있는  내 마음마져 서늘하게 한다.

 

달의 행로(行路)

철도 간수였던 아버지가 쓰러지자 가난하지만 다복하던 가정은 한 순간에 중심을 잃어버리고 허둥거리게 된다.

맏이인 정윤은 고등학교 졸업후 취직을 해 남동생을 뒷바라지해 주기를 바라는 엄마의 기대를 무시한채 대학에 진학하여 

자기의 길을 닦고, 고등학생인 남동생 정수를 바라보는 엄마의 무참함을 해결하는 것은 막내인 정혜이다.

중학교를 졸업한 정혜는 오빠의 대학을 위하여, 자신만을 고집하는 언니를 원망하며 취업을 하고 집안의 경제를 책임진다.

정혜 덕분에 아들인 정수도 대학을 졸업하지만 정혜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피폐해진다.

술집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서 오빠를 공부시키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한 정혜로 인해 정수는 죄의식을 느끼고 언니인 정윤은 정혜를 불쌍히 여기게 되지만 정혜는 가족들을 피하기만 한다.

어느 날 우편번호만으로 동생을 찾아나선 정윤의 행적들이 소설의 시작이 된다.

오빠를 위하여 자신이 희생하는 삶, 무너지는 가족을 무시하면서 자신만을 위하는 삶,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는 정윤도 얄밉고 가족을 위하여 자신을 팽개치는 정혜 또한 바보같다는 생각이다.

종잡을 수 없는 생각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핏줄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의 끈적거림이 울컥하게 한다.

 

그녀의 초상과 소녀에게는 짧은 단편이다.

회사에서 짤린 남편과 허세에 물든 여자의 허황된 마음,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한 대학생의 애틋한 마음과 잊지 않으려는 기특한 마음을 그려낸 글이다.

 

가족의 이야기는 결국엔 사랑이다.

사랑의 힘이 사람을 치유하고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때로 가족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회복하게 하는 이들도 결국 가족이다.

 

한해가 기울어진다.

그런 중에도 우리가족은 더욱 풍성해졌으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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