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 북스피어
바다호랑이,
김관홍 잠수사를 기억하며.
이 글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내용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이고 정확한 내용을 중심으로, 등장인물과 약간의 설정들이 가미되긴 했지만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이야기를 주도면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나경수 민간잠수사는 함께 잠수일을 한 류창대 잠수사의 억울함을 탄원하기 위하여 재판장께 탄원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건 : 업무과실치사 피의자(피탄원인): 류창대 탄원인: 나경수 제목 : 무죄판결을 위한 탄원
'잠수사는 입이 없습니다'
나경수 잠수사가 진도앞바다 팽목항 맹골수도에서 민간잠수원으로 함께 일을 하던 류창대 잠수원을 위하여 재판장께 탄원서를 쓰는 첫번째 말이다.
민간잠수인은 자신들이 심해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아야 한다는 각서를 쓰고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으며 무엇을 보았고 들었는지,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는 규정이란 뜻이다.
2014년 4월 16일,
나경수 잠수인은 조치벽잠수사로부터 맹골(孟骨)도와 거차도 사이의 바다 골짜기,
잠수사들이 억만금을 줘도 가지 않겠다는 맹골수도와 울돌목 사이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과 함께
수학여행 학생들 300여명이 배에 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진도로 향했다.
처음 사고가 난 후 우리는 '전원 구조'라는 뉴스를 들었지만 이때부터 거짓말이 시작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진도로 향하는 중에 전원구조 되었다는 소식에 휴게소에서 쉬던 나경수는 학생들이 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정신없이 진도로 향했다.
나경수가 도착하였을 때 매스컴에서는 이미 500여명의 잠수사들이 구조작업에 임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막상 맹골수도에 도착을 하니 잠수사는 열 손가락도 되지 않은채 해경들과 함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또한번의 거짓말에 분노한다.
민간잠수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맹골수도로 달려온 사람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위험한 곳에 목숨을 내놓고 싶지 않은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해경과 팀을 이룬 민간잠수사들은 船 내로 들어가 길을 내고, 장애물을 처리하며 시신들을 모시고 나오는 일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속을, 역시 앞이 보이지 않는, 잘 보이면 40센티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열악하고 위험한 곳일지 상상으로도 이미 두렵다.
각 팀별로 밖에서 줄을 당기는 사람과 배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해경은 밖에서 줄을 잡으며 안에서의 동향을 살피고 필요에 따른 보조역할을 하며 민간잠수사들은 배 안으로 들어가 먼저 들어간 팀이 길을 만든다.
기울어진 배에서 장애물을 치우고 배 안의 모습을 기억하여 다음 사람에게 알리면 다음 사람은 시신을 찾기 위하여 이 구석 저구석을 낱낱히 뒤지는 것이다.
해경은 하루 3교대로 나누어 잠도 자고 쉬기도 하지만 민간잠수사들은 마땅히 쉴 휴식공간도 없고,
교대할 인원도 넉넉지 않음으로 6시간마다 교대로 배 속으로 들어가 수색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나경수 역시 배 속으로 들어가 여러 학생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부모들께 인양하기도 했다.
류창대 잠수사는 민간잠수사들을 관리하며 바다속에 들어간 잠수사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진행되는 과정과
잠수사들의 동향을 살피며 위험할 때는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던 중 충원된 민간잠수사가 배 안으로 들어가 사망하는 일이 생긴다.
그의 죽음의 정확한 이유는 민간잠수사들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니..
모든 장비가 완벽했는데 생명줄을 놓았다고 한다.
생명줄을 놓았다는 사실조차 감지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 더욱 의심스럽다.
그 일로 인하여 류창대 잠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하며 피고자가 되어서 재판을 받고 법정에 서야한다는 어이없는 사실에
나경수가 입을 열게 되고 탄원서를 쓰게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슬픔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 보다 알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더 많은지를 깨닫게 된다.
시신을 찾기 위해 심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찾은 시신을 꽉 껴안으며 행여라도 다칠까봐 조심하며 올라오는 민간잠수사들,
하루에 얼마를 벌고 있으며, 시신 한 구당 얼마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그 즈음 우리는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또한 거짓말이었음을 우리는 모르는채 살아가고 있다.
학생들을 안타까워하고 그들을 위하여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때로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민간잠수사들의 아픔은 단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우리들이다.
시신들을 건지고 난 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그들의 삶은 무참하게 비참하고 피폐하다.
당연히 국가에서 치료비 전액을 담당할 줄 알았지만 2015년 3월을 마지막으로 치료비마져 지원받지 못함으로 치료마져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하니 누가 국가를 위하여 달려가 일을 하겠는가 말이다.
답답하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머슴이 되겠다고 굽신거리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발목과 다리가 썩어가는 사람, 환청과 환시로 인하여 정신이 변하여가는 사람,
온 몸과 마음이 치유되지 못하고 앞으로 잠수사의 일을 영원히 놓아야 하는 사람들이 3분이 2가 된다고 하는데 국가는 아무런 배상도 없다고 한다.
죽은 시신을 몇시간이나 껴안고 다시 살기 위하여 바다속을 헤엄쳐 뭍으로 올라온 그들에게, 일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걸 잊을 수가 있을까.
표현할 수 없는 트라우마들이 그들의 육신과 영혼을 병들게 하고 세상으로부터 자신들을 분리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육신이 썩어들어감과 뼈들이 잘게 잘게 부쒀지며, 시시때때로 투석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음도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다.
글을 읽으며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들어야 하고 또한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거짓말은 책임을 져야하는 정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민간잠수사들을 향한 일반인인 우리와, 세월호 학생들의 부모님들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전에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의 진정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이 이 글이 주고자 하는 메세지가 아닌가 싶다.
팽목항 맹골수도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해군이, 주변에 살고 있는 어부들이, 진도체육관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주변 친구들이, 촛불집회를 이어가던 서울광장의 전경들이, 참여한 시민이,
각자의 입장에서의 소리를 들으니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김탁환 소설가가 이 글의 주인공인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쓴 글이다.
김관홍잠수사 역시 후유증으로 인하여 올해 6월에 사망을 했다고하니 안타깝다.
세월호 학생들의 슬픔과 아픔을 기억할 때, 그들을 위해 일하다 다시 육신과 영혼을 송두리때 빼앗긴 보이지 않는 이들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세월호 학생들의 학부모님들이라도 민간잠수사들의 수고를 기억하며 그들의 처우개선을 위하여 한번쯤 소리를 내주면 좋겠다.
세월호 학생들의 주검을 부모의 마음으로 아파하며 슬퍼하는 척하며,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위하여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들 때문에 우리의 슬픔은 자꾸만 빛이 바래어가고 있음에 나는 분노한다.
故 김관홍 잠수사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