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여수의 사랑

여디디아 2016. 8. 16. 20:16

여수의 사랑

 

여수의  사랑

한  강  / 문학과지성사

 

더워도 너무 더운 날들이다.

다른 곳보다 시원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더운건 처음인 듯하다.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앉아 있는 것이 가장 편한 날이다.

덥다는 이유로 남들이 모두 떠나는 여름휴가도 반납한채 눌러있다 보니 어쩐지 뭔가 서운한 것 같아서 광복절을 맞이해 1박2일 짧은 휴가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어딘가로 가려니 마땅한 곳이 떠오르질 않고 어딜가나 무더위가 나를 자유롭게 하지 않으리란 생각에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이 여름이 가기전에 텐트속에서 하룻밤쯤 여름날의 밤을 지내야 여름을 지낸듯 할 것만 같아서 주일아침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예배 후,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채로 휙~~ 떠났다.

 

서방의 계획이 인제의 어느 계곡이라고 하는데 나도 인제가 가고 싶기는 했다.

강원도는 세상 어느 곳보다 차디찬 물이 흘러 내릴 것만 같고,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찬 기운을 머금은채 흐르는 땀을 그대로 식혀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무 곳이든지 한적한 곳에서 자리를 깔기로 하고 나섰는데,

끝나지 않은 여름휴가와 이미 다녀온 휴가를 아쉬워하는 이들의 황금같은 연휴가 서울춘천간의 고속도로를 점령하고

46번 경춘국도를 온통 점령하고 있으니 지레 질리고 말아 설악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인 홍천으로 빠졌다.

20년만에 온 홍천강의 모곡유원지,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여름마다 왔었던 홍천강,

맑은 물은 여전하고, 세련된 곳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덕분에 조용한 모곡에서 물에 잠기기도 하고, 물에 나를 맡기기도 하며

1박2일을 보냈다.

 

여수의 사랑

한강이란 작가의 처녀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순수한 작품이다.

1995년에 단편으로 쓴 소설을 몇번에 걸쳐서 다시 출판했다고 한다.

20대의 한 강이 쓴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성숙한 작품인 것 같기도 하다.

 

여수의 사랑

질주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진달래 능선

붉은 닻

 

여섯편의 중편들이 애처로운 모습으로 고귀한 이야기들로 모아져 있어서 읽는내내 행복한 마음이 들었고

모처럼 좋은 소설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가 있어서 행복했다.

전체적인 내용이 가족중심이어서 더욱 좋다.

 

옛날 우리 부모님들의 일상이 그랬듯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헌신적인 어머니,

노름과 폭력과 술로 찌들었던 아버지의 못난 모습과 그 아버지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아들들의 고달픈 내면의 이야기,

남자가 우선이던 시대에 참아야 하며 삼켜야 했던 딸들의  사무친 이야기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향하여,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이를 악물고 버티는 젊은날의 초상들,

끝까지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은 결국 가족이라는 큰 힘이라는 것을 앎과, 귀향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나를 안전하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언제 어느 때에든지 각양각색이다.

옛날 우리의 조상들의 삶이 그랬을테고, 현재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우리 후세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며, 부자라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아야겠다.

 

여수의 사랑,

아끼고 아끼고 오래오래 읽고 또 읽고픈 책이다. 

 

 

20년만에 찾은 홍천강 

 

 일주일만 이렇게 살았으면...

달랑 이것만 준비하고...

사람이 없는 밤에는...

옆 텐트오빠들이 쑨 닭죽..꾸찌뽕과 당귀만 넣었는데 맛나다고.. 이놈의 인기란...                새벽의 커피는 마셔본 사람만이 아는 맛!!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첫새벽의 시간....

지난밤 서방이 홍천강에서 잡은 전복으로 끓인 라면으로 아침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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