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 유 정 / 은행나무
처음시작인 프롤로그를 읽을 때 그랬다.
한유민과 한유진,
두 어린형제가 성당에서 첫영성체 의식을 행하는 날이다.
한유민 미카엘과 한유진 노엘은 많은 어린친구들 앞에서 대표로 주임신부의 뒤를 따라가며 모든 어린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채로 그날의 행사의 대표의 자리에서 의식을 치루게 된다.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어린동생 유진이 견딜만큼 견디다 어느순간 쓰러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보며 동생 유진이가 어딘가 병이 있음을 직감하며 어린날을 회상하는 것인가... 싶었다.
프롤로그를 한장 넘긴 이야기는 어느새 26살의 유민이의 모습이다.
그동안 수영선수로 활약을 하다가 어느날 촉망받는 수영선수에서 누구도 모르게 수영장을 빠져나와 수영을 그만두게 된 일과
결혼 11년을 기념하여 온가족이 함께 바닷가로 가족여행을 떠나 그 바닷가에서 엄마의 눈앞에서 형 유민이가, 남편이 시퍼런 바닷물과 거대한 파도에 휘말려 죽어가는 것을 목도한 일,
어느날 유민이를 닮은 김해진을 입양하여 셋이서 함께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이야기로 돌아와 있다.
유진의 이모인 김지원은 신경정신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의이다.
유민과 유진이 유치원에 다니는 시절, 이모의 눈에 두 아이의 그림과 노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유진이의 그림을 보며 유진이의 이상증세를 발견하고 언니에게 유진이를 관찰할 것을 종용하지만 언니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족여행에서 절벽위의 종탑에서 유진이 유민을 발로 걷어차며 바다로 밀어부치는 모습을 본 엄마는 동생의 진단을 생각하며 동생으로부터 약을 처방받아 유진을 케어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삶의 목표는 오직 아들 유진이가 무탈하고, 무해한 존재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유진이는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프로레터 즉 '포식자'라는 어마어마한 뜻의 병이다.
흥분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억제시킬 수가 없으며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미친 듯한 발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발작이 끝나고나면 죽음처럼 깊은 잠을 자기 때문에 스스로 무슨 일을 저지른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약은 이를테면 자신을 억누르는, 자신을 제어하는 약이다.
수영을 하다가 엄마와 이모 몰래 약을 끊은 후 대회에 나갔을 때 유진는 놀라운 성적을 냈고 장래를 촉망받는 선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다음 대회에는 물 속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말았다.
수영을 그만둔 유진은 다시 공부에 열중을 하고 로스쿨에 합격을 하게 되는 놀라운 집중력을 가졌다.
유진이 약을 먹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지 발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엄마는 온 몸과 귀를 유진에게 집중하지만 유진은 밤이고 새벽이고 집을 뛰쳐나가 밤거리를 달리고 바닷가를 달린다.
엄마를 속이기 위해 먹지 않는 약을 정확히 변기에 버림으로 엄마를 안심시키지만 유진의 외출은 늘 엄마를 긴장시킨다.
며칠째 약을 끊은 유진이 아버지의 면도칼을 주머니에 넣은채 바닷가를 달리고 늦은밤 빗속을 혼자 걷는 여자를 살해하고 그 모습을 어머니가 발견한다. 집에 돌아온 유진에게 엄마가 행방을 묻게되고 아빠와 형이 죽을 때 그때 죽었어야 한다고 하자 엄마를 죽인다. 엄마를 죽인 사실을 잊은채 침대에서 죽은듯이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난 유진은 죽은 엄마를 보며 죄책감이나 슬픔보다는 엄마의 시체를 숨기며 집안청소를 하고 범죄현장을 엄폐하기에 바쁘다. 집에 돌아온 해진에게 엄마가 피정가셨다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며 청소할 시간을 벌기도 한다.
언니와의 연락이 두절되고 로스쿨에 합격한 조카를 축하하기 위해 집에 온 정신과전문의 유진의 이모 김지원,
이모의 처방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했던 자신의 삶이 어쩐지 속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동안의 이모가 밉기만 했던 유진은 축하하러 온 이모를 죽인다.
약을 끊은 후 일으킨 발작으로 잔인하게 살해한 유진은 스스로를 전지하고 전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수하라는 해진을 오히려 자동차와 함께 바다에 빠트려 죽이고 자신은 도망을 치고 1년동안 노예선원으로 일을 하다가 다시 육지로 복귀하고 1년전의 신문을 찾아 읽는다.
양아들로 들어온 해진이 모든 죄를 뒤집어쓴 채 바다에 빠져 죽었고, 자신은 바다에 빠진채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그리고 다시 피 냄새를 맡는다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작가는 몇 년전 미국유학을 떠났다가 거액의 도박 빚을 지고 돌아와 아버지로부터
"너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놈"이라는 질책에 격분하여 아버지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이고
조카가 잠든 집을 불을 질러 증거를 인멸해 버린 일을 기억하며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점점, 나날이 범죄는 발달하고 마음놓고 발을 내디딛일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런 불안한 삶 중에 이런 책이 출간되었다니 더욱 무섭기만 하고 누군가 다시 배우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
거의 대부분의 정신병자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평범한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세상,
소설로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이코패스니 프로레터니 하는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거나 어릴적부터 이상징후를 발견한다면 격리를 하거나 구체적이고도 강제적인 치료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어떠한지를 바라보니 무섭도록 잔인하고 치밀하고 완벽하다.
숨도 쉬지 못할만치 두렵고 불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아침산행을 못한지도 이미 보름이 지났다.
다음부터 정유정의 작품은 읽지 않는 것으로...
소설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것은 싫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 (0) | 2016.07.22 |
---|---|
L의 운동화 (0) | 2016.07.04 |
바람이 분다, 가라 (0) | 2016.06.15 |
순교자 주기철 목사생애 (0) | 2016.06.11 |
희랍어시간 (0)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