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바람이 분다, 가라

여디디아 2016. 6. 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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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한  강 / 문학과지성사

 

 

화가 서인주와 희곡작가 이정희,

둘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였다.

엄마와 외삼촌과 함께 살아가는 인주는 키가 크고 달리기를 잘하는 육상선수이지만 인주의 엄마는 늘 술병을 옆에 끼고 

병든 남동생과 하나뿐인 딸 인주와 함께 살아가지만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과 병든 남동생을 남겨둔채

숨을 거둔다.

육상선수인 인주는 고3때 높이뛰기 연습을  하는 중 장대에  다리를 다치게 되고 결국 운동을 그만둔채 3년동안 은폐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삼촌의 그림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게 되고 이후 화가로서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지만 강석원이라는 남자에 의해 미시령에서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강석원은 이를 계기로 서인주라는 화가를 상업적인 수단으로 삼는다.

어느 날 잡지에서 인주의 죽음을 알게되고 인주의 그림을 보게 된 친구 정희는 강석원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강석원을 만난 정희는 직감적으로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알게 된다.

 

이정희,

고등학교 시절, 인주의 집으로 가서 삼촌의 그림을 보면서 그의 작품세계에 빠지게 되고, 삼촌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성에 눈을 뜨게 되고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우게 된다.

삼촌의 짧은 생을 보며 아픈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정희 역시 결혼에 실패하고 번역과 희곡작가로서 살아가지만 친구 인주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일에 뛰어든다.

 

글의 중간중간 정희와 인주의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인주가 낳은 민서를 통해 인주와 정희가 느낀 짧은 행복과 생을 이어가기 위한 치열하고도 투쟁같은 삶들,

이루지 못한 사랑을 추억하며 아파하는 젊은 연인들이 토해내는 절규같은 사랑이야기,

특히 어렵고 고단한 시기에 서로를 의지하며 우정을 나누어가는 모습에서는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들인 것 같아서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순간 시대를 뛰어넘은 인주 엄마의 이야기는 한동안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난제는 아니었다.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서 고통스러워하던 딸은 기어히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채로 미시령을 찾아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의 끝을 파헤치기 위한 친구의 노력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화가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남자 강석원은 자신의 생각처럼 되지 않자 결국 서인주를 미시령으로 유인하여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죽인다.

그리고 신문과 미술잡지에 유고집을 내고 유고작품전을 전시함으로 그녀를 상품으로 만든다.

그런 그의 상술을 알고 있는 친구 이정희는 서인주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서인주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서인주의 옛남편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며 사정한다.

 

글은 인주의 죽음을 전제로 하지만 인주와 정희의 학창시절과 유년시절의 기억을 대부분 차지한다.

또한 인주삼촌과 정희의 풋풋하면서도 아픈 사랑을 기억하기도 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과 그림에 대한 공부도 자세하게 풀이한다.

친구의 삶을 알고 있는줄 알았음에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뒤늦은 후회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며 외면하는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는 용기가 멋지고 아름답기만 하다.

 

친구,

타인이지만 결국 타인이 아닌 자기자신의 일이라 여기며  감내하려는 의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

 

작가들의 뇌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

미술, 음악, 체육, 국어, 세계. 역사....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저 무한한 능력은 대체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나는 지금 한 강에 꽂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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