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나혜석, 운명의 캉캉

여디디아 2016. 5. 12. 10:07

책표지를 클릭하시면 창을 닫습니다.

 

나혜석, 운명의 캉캉

 

박정윤 / 푸른역사

 

나이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일까, 세월이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

남자와 여자, 이성간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은채, 생각없이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의 방식이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억울할 것도 없고,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냥 주어진 삶 그대로 묵묵히 살아가는, 어쩌면 단순하기로는 세상 그 누구도 따라올 사람이 없고

무식하기로도 누구를 당할 재간이 없을만치 무식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내 인생이란 것이  '단순 무식'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하기도 싫고 어려운 것을 굳이 정답을 파헤치지 않아서 좋은.. 편한 삶이다.

 

그런데 두어 해 전 부터인가,

여자들의 삶이 좀 궁금하게 여겨졌다.

아니 시대를 초월하거나 시대에 앞장선 여자들의 삶이 들여다 보고 싶었다는 것이 맞을게다.

내가 살지 못하는 삶, 분명히 그들로 인하여 여자들이 살기가 좀 더 편안해졌고, 여자들이 말 소리가 좀 더 커졌고,

여자들의 역할이 조금 더 많아지고,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정체성이 조금 더 평등해지게 만들어준 여자들의 삶이...

 

사임당과 허난설헌을 읽고 유관순을 읽고, 이번엔 나혜석이다.

그림으로 글로 시대를 앞장선 신여성이며, 우리나라 예술에 큰 획을 그엇다는 것만을 기억하지만 

그녀의 생각과 사상과 삶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혜석을 좋아하며 그의 예술세계를 낱낱히 파헤침으로 그녀를 알아가고자 하는 독고완과 윤초이가 나혜석의 자취를 하나씩 찾아가며 기록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나혜석의 일생을 연구한 이들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았으며, 나혜석을 잘 알고 있는 이들로부터 그이 삶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작가 박정윤은 초고 300매를 불에 태워버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대단한 열정이며

보다 분명하고 명확한 것들을 들려주고 싶었음이 분명하다.

자신의 눈으로, 입으로 들려주기 보다는 독고완과 윤초이의 눈으로 바라보니 한결 가깝게 보였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나혜석,

조선이 낳은 최초의 여류화가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만치 그림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고 그림 역시 뛰어났다.

일본에서 공부를 하다 오빠 나경석이 소개한  최승구와 사랑에 빠졌지만 최승구는 병으로 인해 결혼하기전에 숨을 거둔다.

이후 나혜석은 노랑색으로 벽과 얼굴과 손에 칠을 하고 노란 물감을 입에 넣은채, 최승구를 잊지 못하고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그런 나혜석에게 오빠 경석은 김우영이라는 남자를 소개하게 되고, 우영의 따뜻한 마음과 예술인으로 혜석을 이해하는 마음에 결혼을 하여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둔다.

그림공부를 위하여 파리로 간 나혜석을 두고 김우영은 구미로 유학을 하며, 최린에게 나혜석을 부탁하지만 

나혜석과 최린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김우영과의 관계에서 느끼지 못한 영과 육, 영육의 사랑을  최린을 통해 알게 된 나혜석은 조선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유명예술인으로서 나혜석은 국내의 모든 귀와 눈이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알면서도 최린과의 불륜을 이어가게 된다.

 

냉정하게 돌아선 김우영과 이혼 후, 나혜석은 아이들을 향한 모성애에 눈물흘리지만 김영우는 끝까지 외면하게 된다.

'이혼고백사'라는 글을 발표함으로 자신의 부정함을, 그 부정함을 용서하지 않는 조선의 현대사를 원망하며

신여성으로서의 자유연애를 외치지만 민중은 아무도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최린과의 부정한 사랑으로 인하여 나혜석의 삶은 피폐해지고 화가로서의 모든 존경마져도 외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혜석의 일본에 대한 생각하나만은 존중해야 한다.

일본은 총독부를 위해서 일을 하기만 하면 미술교사로, 또 여러가지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일본총독부에 무릎을 꿇지 않는 굳은 심지는 당시의 이광수, 김복진 등 수많은 남자들보다 강인한 것은 존경할 만하다.

 

자유연애, 사랑,

21세기인 오늘에도 자신의 정당하지 못한 사랑을, 한 가정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불을 지피고 있다면 과연 우리는 예술의 힘이라고 바라볼 수 있을까?  

아무리 나혜석이 신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화가로서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결코 하지 않아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이 고루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혜석의 재능이 아깝고 그의 마지막 생은 안타깝지만 어쩌면 스스로 자처한 삶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자이기에 그럴 수 있고 여자는 절대로 그래선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남불내로'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

혹시 내 속에도 이런 마음이 있는건 아닐지 모르겠다.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또한 끝까지 나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삶이 아닐까?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아내로서 무엇보다 엄마로서의 역할을 놓아버리고, 자신의 모든 명예를 실추하는 愚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감정은 늘 이성보다 앞서고, 남는 것은 후회뿐임을 기억하자.

 

나혜석,

안타까운 삶이다.   

 

*캉캉은 불란서어로 스캔들이랍니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교자 주기철 목사생애  (0) 2016.06.11
희랍어시간  (0) 2016.06.02
몽화(夢花)  (0) 2016.05.07
앵무새 죽이기  (0) 2016.04.22
채식주의자   (0) 201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