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 화
권비영 / 북폴리오
1940, 세 소녀 이야기
1940년 일본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던 때의 이야기이다.
위태로움은 전신을 떨게 만들고, 누구도 믿지 못할 시대, 누구도 믿어서는 안되던 그때의 이야기이다.
위안부의 시작이 있었고, 젊은 남자들의 강제징용이 있었다.
조선사람이 일본사람보다 더 앞잡이가 되어 건장한 청년을, 아리따운 처녀를 일본앞에다 갖다 바치던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시대의 이야기이다.
앞날을 알지 못하는 일본은 날마다 길길이 날뛰었고, 세계 어느 나라이든지 모두 지배할 것 같이 기고만장하던 그들에게
조선은 힘이 없고 나약하여 그들의 먹잇감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을 때,
폭풍앞에선 등잔불같은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만주로 상해로 돌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몸을 감추는 사람도 있었고
하루아침에 일본으로 끌려가 생사를 알지 못하는 남자들도 있었던 그 때,
여자라는 이유로 살얼음을 걷는 듯한 세월을 견디며 때가 지나가기만을 불안스럽게 바라보던 때,
영실, 은화, 정인은 또래의 소녀들이다.
각자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느 순간 같은 나이임을 알고 서로가 우정을 다짐하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녀들의 일제강점기를 살아온 이야기가 오롯하게 실렸다.
일본인을 염오하여 만주로 도피한 아버지, 그 아버지를 찾아나선 영실의 엄마는 서울의 이모에게 영실을 부탁한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의 삶 역시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힘들고 어려웠으며, 일본인 나카무라를 만남으로 잠시
편안한 삶을 살지만 결국 이용만 당하게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부모님을 생각하며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영실은 꿈을 이루지도 못한채 일본에서 아버지를 찾고,
병으로 사망한 아버지를 찾기위하여 고군분투하며 친구들의 우정을 기억하며 힘을 얻는다.
은화,
기생의 딸로 태어나 나이가 들면 당연히 기생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을 거역하여 가출을 하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으로 가지만 결국 위안부의 길을 걷게 된다.
죽을 각오로 탈출한 은화이지만 결국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채 일본에서 피폐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얼마전 '귀향'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위안부의 생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강제에 의한, 연약함을 이유로 탈출하지 못한채 죽음보다 못한 모욕을 견뎌야 했던 조선처녀의 비참함은 참혹하기만 하다.
이런 글을 대할 때마다 일본에 대한 오기가 발동을 하며, 일본에 대한 좋은 점마져도 염오감을 느끼게 한다.
정인,
일본의 앞잪이로 인해 부잣집 딸이 된 정인과 오빠 정태는 강제징용과 위안부라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유학이라는 미명으로 피한다.
정태 대신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칠복이의 삶 역시 가난이 죄일 수 밖에 없다.
영실과 은화의 생활을 알지 못하는 정인은 편지로 샹송을 이야기하고 연애사를 들추며 자신의 존재를 나타낸다.
아무리 벅찬 상황이라도 누군가는 노래를 하며 연애를 하고,
누군가는 피어보지도 못한 채 피흘림을 당하며 짓밟히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하여 먹을 것을 고민하며 부모님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어려운 때를 견뎌 준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할 뿐이다.
어느 세상에서라도 있어서는 안될 일들,
그런 힘든 삶을 견딘 우리할머니들의 삶이, 할아버지들의 삶이 숭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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