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 강 / 창비
작가 한강의 책을 검색하다가 문득 읽지 않은 '채식주의자'가 보여서 찜을 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나무 불꽃'이라는 소제목이 있기에 당연히 중편소설을 묶어 놓았으려니... 여겼다.
몽고반점은 몇해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여 다시한번 읽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결혼5년차의 부부는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결혼을 하고 집 장만을 위하여 아끼고 저축하며 오로지 '집'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드디어 내 집을 마련하고 이제는 미루었던 '아기'를 가짐으로 아기가 주는 기쁨과 즐거움과 아기가 가져오는 뜻하지 않는 잔병치레를 통하여 성장하며 성숙해가리라는, 평범한 행복을 바라며 살아가는 가정이다.
어느 날, 아내 '영혜'는 꿈을 꾸고 꿈 속에서 피를 흘리며 잡아먹히는 짐승과 죽어가는 사람,
사람을 죽이는 것이 '나'인지, 죽어가는 것이 '나'인지도 모르는 복잡하고 처참한 꿈을 이어간다.
악몽을 이어서 꾸던 영혜는 철저하게 모든 육식에서 손을 뗀다.
모든 동물적인 것에서 시작되는 먹을 것을 포기한 영혜는 나날이 야위어가고 위태로운 생활을 한다.
그런 아내의 행동이 못마땅한 남편이 친정식구들에게 사실을 알려 도움을 구하게되고, 언니네 집들이에서 친정아버지는 딸의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하고 탕수육을 밀어넣는다.
결국 입에서 뱉어내는 딸에게 아버지는 분노에 의한, 딸에 대한 애증에 의한 손찌검을 하게 된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영혜는 과도를 들어 자신의 손목을 긋는 지경에 이른다.
영혜의 남편인 '나'는 그런아내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서 점점 권태를 넘어서 삶이 불편해지고, 자신을 위로하는 처형에게서 묘한 이성을 느끼고 남자와 여자로서의 성적인 감정을 느끼고 알 수 없는 위로를 받는다.
영혜의 자살소동과 조금씩 미쳐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이혼을 하는 것으로 채식주의자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마무리되어진다.
몽고반점을 읽는데 주인공이 영혜라는 이름이며 채식주의자의 내용이 이어지는데 놀라서 그제서야 다시 표지를 봤다.
연작소설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소설을 한편씩 읽어도 작품으로 훌륭하고 이어서 읽으면 다시 훌륭한 장편 소설이 되는 재미가 있다.
채식주의자에서는 형부가 처형에 대한 성적인 감정을 느끼는가 하면 몽고반점에서는 어느날 언니인 인혜가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사실을 무심코 툭 내뱉는다.
인혜의 남편은 그 한마디로 인하여 처제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하게되고 결국 처제를 향한 성적인 충동이 불일듯이 일어남을 깨닫는다.
그림을 그리는 남편은 자살소동 후 남편과 이혼을 한 처제를 위로하기 위하여 영혜를 불러내고 영혜의 전신에 꽃을 그린다.
어렵게 여긴 작품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이 되자 처제에게 다시 작품의 모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한다.
후배 J와 처제의 몸에 그림을 그린 후, 그들이 함께하는 성교의 장면을 그리려고 하자 후배 J는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다.
결국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린 남편은 처제와의 행위를 비디오에 남게되고 이를 발견한 인혜로부터 이혼을 당하게 된다.
아들 지우를 키우며 늘 삶에 대하여 허둥대던 인혜는 영혜를 마석의 축령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남편을 떠나보냄으로 몽고반점을 마무리한다.
나무 불꽃은 영혜와 인혜의 이혼과 남은 자매들의 힘들고 어려운 삶이 그려진다.
남편과의 일 이후에 인혜는 영혜를 마석(우리 동네)에 있는 축령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정해진 날에 면회를 한다.
병원에서의 영혜의 행동은 나날이 심해지고 육식만이 아니라 먹는 것에 대해 굳게 입을 닫아버림으로 세상과 인간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듯 하다.
어린시절 개에게 물린 기억과 월남전에서 베트콩을 죽인 혁혁한 공을 자랑하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폭행은 어린 영혜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겼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늘 아버지의 자랑이었음으로 비켜날 수 있었고, 큰 딸인 인혜는 술국을 끓어 드린다는 핑게로 피할 수 있었지만 어린 영혜는 아버지가 때리는 모진 매질을 아프게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어린 날의 상처로 인해 고기를 먹지 못하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삶에 대한 두려움이 영혜를 안으로 안으로 갇히게만 했음을 보게된다.
그런 동생을 끝까지 지켜주며 아파하는 인혜의 삶 또한 안타깝기만 하다.
말하는 입을 닫고, 먹는 입을 닫음으로 자신의 삶을 닫는 영혜의 죽음을 바라보는 인혜의 막막한 마음과 고통스런 처절한 아픔이
나를 아프게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니 어쩐지 살아가는 생이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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