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해질 무렵

여디디아 2015. 12.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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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황  석  영 / 문학동네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해질 무렵으로 걸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거장 황석영이 건네는 도저한 질문 !

 

정확히 딱 사흘이 남은 2015년,

한 해로 말하자면 지금이 해질 무렵이다.

숫자로 몇 십의 시간이 지나면 해가 완전히 기울고 다시 새로운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다.

책의 제목으로 치자면 이 때가 이 책을 읽기 위한 때가 될 것이고, 인생으로 치자면 아직은 내 인생은 해질 무렵이라고 하기엔 섣부르다.

그저 오후 한낮의 해가 졸음에 겨워 게슴츠레하고, 모든 것에 대해 특별히 설레거나 새로울 것도 없는, 그저 그런 때가 아닐까 싶어진다.

해질 무렵이란 제목이 주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황석영이라는 작가의 이름또한 스칠 수 없어서 고른 책이다.

 

글쎄,

한계가 분명한 내게 이 책이 도저하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아무리봐도 질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밋밋하고, 자신을 돌아보기에도 특별한 무엇이 느껴지지 않고,

작가의 말처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일 뿐이다.

물론 시대적인 사건들을 따져보자면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지만 그건 모든 책들이 아니 글자들이 주는 특유의 힘이 아닐까 싶어진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박민우와 차순아는 어릴적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이다.

가난하여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 박민우와 차순아 두 명이기에 남들보다 다른 차원의 만남과 풋사랑이 있었던 것이고

가난한 동네 아이들이 가졌던 억셈과 무지와 의리가 혼돈되어 있던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느 책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이야기의 줄거리가 아닐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잘 나가는 집의 딸과 결혼을 하게되고,

당연한 듯이 부부간의 사이는 소원해지고, 별거 아닌 별거생활을 함으로 다른 사람처럼 살아가는...

그리고 잊혀진 듯 그리운 첫사랑에 대한 희미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그런 일상의 흔해빠진 이야기이다.

 

차순아 역시 달골이라는 동네에서 여학생으로서 선망의 대상이지만 동네 불량남자들로 부터 강간을 당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인생이 수렁텅이로 빠지게 되고, 첫사랑을 못잊어하며 평생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게 되는 그런 이야기...

 

차순아는  첫사랑 박민우를 가슴에 품은채 살아가게 되고 어느 날 도심의 거리에서 박민우란 이름을 플랭카드에서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박민우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인생의 이야기를 아들 김민우의 컴퓨터에 써내려간다.

차순아의  아들 김민우의 친구인 정우희는 김민우의 자살 이후, 차순아로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김민우가 남긴 노트북에서 '강아지풀'이란 폴더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차순아의 인생임을 알게 된다. 

차순아의 죽음 이후 자신이 차순아가 되어 차순아의 이야기를 박민우에게 전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아뭏든 황석영에 대한 실망이 크다.

내밀한 구성도 느껴지지 않고 세밀한 감성도 느껴지질 않는다.

그저 한 남자의 일상의 이야기와 첫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

한 여자가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굵직한 건설회사의 대표라는 직함이 가져오는 가난한 뒷이야기들이다.

철거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고달픔과, 정식직원이 되지 못한 계약직의 설움들, 그리고 스스로 파고들어가는 죽음에 이르는 일들,

더 이상의 감동이나 깨달음보다는 흔하고 흔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떨리는 마음이나 설레는 문장이나 심지어 낯선 단어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오직  작가의 이름 하나만으로 낸 책인 듯 하고, 광고의 과장이 어떠한 것인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누구나 첫사랑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간절하고 애닯은 첫사랑이 더러 힘든 일상을 견디게 하고, 핍절한 삶을 또한 버티게도 한다.

아련함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므로 더욱 아름다운 것이 첫사랑의 기억들이다.

 

책을 덮으니 어쩐지 허탈하다.

나에게 황석영은 여기까지이다.

 

2015년도

황석영도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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