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딸
박 혜 란 / 아가페북스
'하나님의 종'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슬픈가족사
故 박윤선목사의 딸이 이제야 말하는 아버지의 신앙적 오류와 순전한 복음
유교적 권위주의, 샤머니즘적 기복주의, 왜곡된 율법주의로 갈등하는 모든 성도를 위한 책입니다.
요즘 한국교회 정확히 말하면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어수선한가 보다.
한국교회의 거목이며 주석을 완성한 고 박윤선목사님에 대한 이슈 때문이다.
박윤선 목사의 3남3녀중의 둘째 딸인 박혜란 목사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한국교회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들추어내어 책으로 엮어냈기 때문이다.
더러는 고인이신 박윤선목사님에 대한 반항이며 왜곡된 내용이라고 말하고, 더러는 이제는 한국교회가 자유로워야 할 때며
틀에 매인 신앙에서 헤어나와야 하는 과감함을 내보이는 이유로 환영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전자는 아직도 목사라는 타이틀에서 권위를 내세우려는 의도이고, 후자는 유교적인 한국교회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보적인 자세라고 보여진다.
'목사의 딸' 이라는 이유로 몇번을 넘어갔지만 결국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거룩해 보이고 경건해 보이는 목사님의 보이지 않는 생활과, 목사님의 자녀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생각이 참 단순한 사람이다.
복잡한걸 싫어하기도 하지만 생각자체가 미치질 못하는게 사실이다.
목사님이나 선생님, 또한 고위관료들을 보면 그들의 삶은 나와는 별개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상이라고나 할까.
성직자의 삶은 경건하리라 생각하며, 교직자나 공직의 사람들의 삶은 정직하고 청빈할 것 같고, 군인이나 경찰의 삶은 부정이나 부패앞에서 곧바로 일어나 투철한 정신으로 싸우리는 정의감에 불타는 삶이라 여기는 그런 단순한 사람이다.
물론 부자들의 삶은 날마다 풍요롭고 걱정이나 근심 따윈 찾아볼 수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생각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필자의 아버지는 세상을 딱 이분법으로 살아가시신 듯하다.
'영적인 삶'과 '육적인 삶',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상고하고, 기도하며 찬양하는 사람들, 그리고 예배를 인도하고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연구하는 분들은 영적인 사람이고, 그외의 모든 사람은 육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자신의 자녀들조차 철저하게 '육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팽개친 채, 오로지 '영적인 일'에만 몰두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에 거목이 되기도 하고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을 것이다.
6남매를 모두 아내에게 맡긴 채, 무엇을 먹이고 입힐 것인가를 돌아보지 않고 오직 말씀만 연구하는 삶의 자세를 보며 자녀들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버지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가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 목말라한다.
네덜란드에서 유학하는 도중, 미군병사의 트럭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아내 김애란 사모가 숨진다.
열흘후에 귀국한 아버지는 졸지에 어머니를 잃어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린자녀들에게 따뜻한 위로나 안심을 시키는 일이 아닌 음주로 인해 사고를 낸 미군병사를 위해 탄원서를 내는 일이었다.
목사로서, 하나님의 종으로서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만 생각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의 슬픔이나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물론 시대적으로 볼 때 아버지의 권위나 목회자의 권위가 중요하기도 했을테지만 귄위보다는 자녀들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진정 하나님의 사람이며, 영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또한 아내를 보낸지 6개월이 되었을 때, 자녀들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결혼식을 치루고 재혼하여 새어머니에게 인사를 하라는 것은 아무리 하나님의 종이라고, 자녀들이 어리다고 해서, 스스로의 판단만 옳다고 여기는 잘못이 아닌가 싶어진다.
목사이면서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고, 자녀들을 '육적인 것'이라며 자신의 체면만을 위한 아버지,
아내의 죽음으로 새아내를 들이고 거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로서 따뜻함을 나타낸 아버지를 보며
그야말로 전처의 자식들이 느꼈을 외로움과 단절감과 배반감은 어땠을까.
목사님의 가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이런 내용 때문에 한국교회에서 말이 많고 저자인 박혜란목사님을 향해 화살을 퍼부어댄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딸이 아버지가 세상사람들의 화살을 받는 것이 편안할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훌륭하다고 추앙하는 아버지의 솔직한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아버지의 목회활동은 유교적인 전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샤머니즘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새로운 신앙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진노의 하나님'으로만 알았던 하나님을 '사랑의 하나님'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음으로 진정 자유롭고 기뻐하는 신앙생활과 자신의 삶과 선택들, 그리고 일찍 하늘나라로 간 형제들에 대한 애끓는 마음이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고정되어 버린 신앙생활의 모순들을 일깨우며, 신앙이란 얽매인 것이 아니라 자유하는 것이며, 하나님은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이시고 진노하시는 하나님이시만 그것보다 오래 기다리시는 하나님, 선하고 성실하신 하나님, 사랑으로 용서하시길 원하시며 언제까지나 오래도록 기다리시는 하나님을 소개한다.
'나는 죄를 짓지 않으려는 노력만 했고, 하나님은 티끌만한 죄조차 용납하지 않으시며,
죄를 발견하는 즉시 벌하시는 분이라고 믿었다. 내 두뇌와 마음에 입력된 하나님은 그런 분이었다.
나중에서야 하나님이 우리의 연약함을 먼저 체휼하시며, 노하기도 더디하시는 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죄받고 정죄하는 신앙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 아니다'(p.144)
'네 아버지는 이중구조속에서 살고 계신다. 즉, 영적 생활과 육적 생활을 완전히 분리하여 육에 속한 모든 것은 육적인 것이고,
이는 사탄에 속한 것이므로 정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삶은 이중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육체도 하나님이 지어주신
것으로 아름답고 귀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영적인 것도 육체를 통해 구체화 된다'(p.169)
'믿는 자는 곧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믿는 것이고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종이엇을 때처럼 죽도록 주인만 섬기는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무한정 공급받는 자다. 그러므로 그 사랑을 누리고 하나님과 깊이 사귀면서 날마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복된
관계여야 한다. 즉, 서로 깊이 사랑하므로 점점 더 하나님을 알아가며, 하나님을 알기에 갈수록 하나님과 더 친밀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믿는 자들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영생을 누리며 살게 된다'(p.263)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목사님을 하나님의 대신으로 알고 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것은 목사님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님을 망쳐놓는 것이다. 결국 목사님을 왕좌의 자리에, 권좌에 자리에 앉히고는 하나님인듯이 떠받드는 잘못을 범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목사님 역시 사람인지라 그러다보니 초심을 잃어버린채 편협한 생각으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결국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고 교회를 욕되게 하는 일을 매스컴을 통해서 자주 대한다. 그럴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어떠한가.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많은 헌금을 하면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바꾸자.
진정으로 하나님을 알아갈 때, 성령충만 할 수 있으며, 성령충만하다는 것은 곧 우리에게 사랑이 충만하여 그 사랑이 넘치어 강물처럼 흘러 넘쳐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사람앞에서 좀 더 높은 자리에, 좀 더 인정받기 위하여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깎아내리기에 분주한 성도들,
장로, 안수집사, 권사의 직분이 낮아지는 자리임을 잊은채 높아지고 인정받으려는 잘못된 생각을 갈아치우도록 하자.
어두운 곳을 향하여 눈을 돌리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하여 손을 내밀어주고, 배고픈 이들을 위하여 따뜻한 밥을 먹일 수 있는 사랑을 배우도록 하자.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참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