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공주, 선비를 탐하다

여디디아 2015. 9. 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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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선비를 탐하다

 

서은수 / 라비린스

 

공주, 선비를 탐하다.

오랫만에 가볍고 즐겁고 달달한 책이 읽고 싶어졌다.

처음 듣는 이름 서은수, 작가를 보기보다는 책 제목을 보고 골랐다는게 정확할 것이다.

 

시댁적인 배경은 분명히 자유롭지 못하고 무언가 감시당하는 듯 하고, 또 어딘가에 억눌려 살아가는 듯하기도 하고 늘 배고프고 굶주릴 것 같은 조선시대인데, 등장하는 인물들은 예사롭지가 않다.

물론 궁중에서의 아귀다툼과 질투, 상대방이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는 암투가 서슬퍼렇게 도사리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들의 대부분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이나 마음가짐, 그리고 행동하며 나아가는 모습들이 젊은이들답게 건전하고 적극적이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자기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라고 하지만 좋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 순종하고 무조건 복종하며 자신의 감정은 나라를 위하고, 집안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참고 누르는 것보다는 자기감정에 충실하여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그 당시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김서율, 열네살의 어린 나이에 보령의 현감이 되어 모든 사람들의 선망을 받고, 내노라하는 집안에서 사윗감으로 점 찍는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현감이 되고 정계에 진출하지만 평생 청렴결백하며 정의롭고 공의롭게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아닌가 싶다.

뿐이랴, 사랑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상남자의 기질 또한 갖춘마디에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니.

이은명, 공주이다. 8살의 나이에 보령으로 피접을 나가 혼자 남루한 옷차림으로 저잣거리에 나가서 구경을 하다가 봉변을 당하게 되고 이로인해 부임하는 김서율과 마주친다.

공주의 지위를 폐(廢) 하면서까지 김서율을 사랑하고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조선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맹랑한 인물이지만 역시 정의롭고 공평하다.

 

왕으로부터 단 한번의 눈길도 받아보지 못한 공주, 아버지인 왕은 늘 옹주를 안고 무등을 태우고, 손을 잡고 산책을 한다.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 목마르고, 어느 날 공주를 남긴채 홀로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하는 공주에게 서율은 모든걸 단번에 채워주는 인물이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세자를 두고 이한군을 다음왕으로 세우려는 사람들, 

세자를 내리고 자신을 왕의 자리에 앉히려는 신하들의 음흉함을 파악한 정한군은 일찍부터 왕의 자리에서 배제되기 위해 겉으로 떠돌기 시작하지만 이복형인 세자를 위하고 이복동생인 공주를 위하여 힘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가장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사람인 것 같다.

 

사랑은 참으로 희한하다.

모두가 로미오와 쥴리엣이니 말이다.

서율과 공주 역시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는 로미오와 쥴리엣 집안처럼 엉켜 있다.

물고 물리는 관계, 먹이사슬같이 엉킨 관계이지만 세자와 서율과 공주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채 사랑을 우선한다.

 

결혼이나 왕의 자리나 모든 것이 본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왕이라는 지상최대의 권력을 거머쥐고 흔들어보자는 이들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권력을 이용하여 부를 쌓고 세상을 쥐락펴락하려는 사람들의 끝간데 없는 욕심과 탐심,

결국은 선과 악의 싸움이며 당연한 귀결로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질금질금 흐르는 눈물 또한 많았다.

공주를 사랑하지 못한 아버지의 깊은 마음이 읽혀질 때, 공주를 내버려둠으로 공주의 안위를 지키는 마음,

공주를 폐하면서도 사랑을 지켜주려는 오빠의 마음이나, 가장 중요한 때에 사실을 은폐하며 눈 감아준 좌의정의 결단,

곳곳에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글들은 가을을 타는 내 마음 탓일까?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며 사랑이라는 것이다.

사랑이 사람을 선하게 만들고, 선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

조선시대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것이 아닐까.

권력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을 휘두르지 않는 겸손한 마음들이 모아질 때, 진정 좋은 국가의 위용앞에 우리가 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마는..   누구나 입으로는 맞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어야 할 사람들은 귀를 막고 있으니 딱하기만 하다.

 

재미지게 읽었는데,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한 꼭지가 이어진다.

외전 2, 또다른 시작..

결혼 후 아들 둘과 딸 하나로 여전히 서로를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서율과 은명의 딸 재인이의 등장이다.

은명이와 똑같이 저잣거리에 나와서 구경을 하다가 전하의 어린 호위무사를 보고 '자기 것이 되게 해달라'는 여덟살의 재인,

결국은 은명이와 같은 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것일까.

 

100점의 소설이었다면 이로인해 50점이 감점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차라리 외전2가 없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을..

정말 안타깝다.

 

나만 그런가?  

과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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