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족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가슴 시리도록...... 그립다.
사랑해야 함을 알면서도
그 사랑이 고통이 되는 이 시대에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과 아내에게...
책 표지에 쓰인 글이다.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사람들은 '가족'이다.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여유가 있으면 또 그런대로, 때로 상처도 주고 아픔도 주고, 남이라면 다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일이 있어도, 시간은 내가 속한 가족에게만은 늘 인색하지 않고 풍요롭다.
가난이 가난으로 기억되지 않고, 상처가 흔적을 남겨 다른 상처로 남게 하지 않고, 말 한마디로, 밥 한그릇으로, 커피 한 잔으로도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하고, 모든 기억들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싹 지워준다.
그래서 때로 가족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 아버지나 어머니, 자식들과 웬쑤같이 지내거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커서 두고두고 원망하는 사람들을 볼 때 나는 좀 의아하다.
나도 자식들에게서 상처 받을 때도 있고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시간은 모든걸 단박에 지우는 효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러고보니 시댁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치유되질 않는 것을 보니 시댁은 법적으로만 가족인가 보다.
진정 내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편협한 생각탓일 수도 있겠다. 여러가지 모든 이유들을 묻어두고서라도...
하긴 내 아들들은 나로 인한 상처로 인해 괴로워할지도 모르지만...
1부 가정을 주신 경륜을 생각하라.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다
-가정을 세우는 원리
2부 가정의 질서를 세우라
-아내의 덕목, 복종하라
-남편이 덕목, 사랑하라
-남편의 덕목, 괴롭게 하지 마라
-자녀의 덕목, 부모에게 순종하라
-부모의 덕목, 자녀를 낙심케 말라
3부 남겨진 또 하나의 문제, 이혼
-이혼을 생각하는 그대에게
-이혼한 그대에게
자세하고 세밀하게 그려진 글을 읽으며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에게 가정을 주신 이유와 남자와 여자로 지으신 이유, 그리고 가정을 세워나가는 원리를 제대로 잘 알고 이해한다면 지금 생각하는 우리의 가정보다 훨씬 소중하게 여기며 꾸려갈 수 있게 된다.
가정의 질서를 세우라는 2부의 글에서 많이 회개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하며 보잘것 없는 사람인가를 발견한다.
특히 아이들을 키울 때 준비되지 못한채 무조건 내가 낳았기 때문에 최고로 키워야한다는 가당치도 않은 욕심앞에서 난 굴복당했던 것 같다.
옆집 아이보다 모든 것을 잘하길 바랬고 어줍잖은 내 욕심에 아이는 과도한 체벌과 과도한 관심에 지쳐 있었었다.
그리고 내가 직장을 얻어서 출근하기 시작했을 때 진정으로 자유하던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연하다. 물론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아이와 나 스스로가 서로의 욕심과 부족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지금 좋은 관계로 이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아들에게 나의 부족함과 과잉보호로 인한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들지 않았어야 할 매를, 사랑의 매라는 이름을 빙자하여 들었던 순간과, 악한 감정으로 퍼부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감정의 표출에 대해서 용서를 빌었다.
'난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라며 나를 위로하던 아들의 모습이 고맙기만 하다.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남편에 대한 나의 자세이다.
결혼 후 계속 이어지는 직장생활에 난 지쳐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특별히 화목하지는 않지만 웬쑤같은 남편은 아니었는데 함께 일을 하고난 후부터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이성보다는 감정이 우선하여 늘 마땅치 않은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음이 나 스스로도 안타깝고 속이 상하다.
복종은 커녕 스스로 군림하려 들었고, 상대방이 내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신앙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 서로가 피곤한 생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를 붙들어매는 내용은 부모님에 대한 내용이다.
부모님이 온전하지 못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잘못이 있어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부모님일지라도 낳아주신 이유만으로 공경해야 한다는 내용앞에서 나는 망연해진다.
만약 친정 부모님이라면 이런 갈등조차도 하지 않았을테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다.
어떠한 이유이든 하나님의 은혜안에 살고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덮은채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으로 공경해야 한다는 말씀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딸 조차도 찾지 않는 부모님인데, 며느리인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공경을 해야하는지.
측은함도 긍휼함도 이미 내 마음에서 떠나버린채 빈 들에 불어치는 삭풍같은 내 마음인 것을 고백한다.
먼지만 일으키는 마음에 축축하게 적셔줄 비가 은혜라는 것을 깨닫지만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가족,
여전히 책은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지만, 여전히 내게는 부담이고 불편한 내용이다.
그렇게 실천하지 못한 행동들이 부담스럽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이 불편하다.
친정부모님,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차오르는 데 어쩌자고 나의 시누이들은 부모님에 대한 마음 한자락 남겨두질 않는 것인지.
그것마져 연민으로 받아들일 때, 어쩌면 그때쯤에 나도 시부모님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이미 그때는 후회만 남게된다는 사실까지도 나는 알고 있다.
결혼을 앞둔 자녀들이나 부모님들이 꼭 읽음으로 지금 자신의 위치를 깨달으며 상대방을 배려하기 보다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져볼 수 있다면, 그래서 가정의 질서가 온전히 지켜져 간다면 아무래도 이 가을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계절이 될 것임을 감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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