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여디디아 2014. 12. 18. 09:29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이어령 / SIGONG media

 

80초  생각 나누기

 

엄지손으로 검색할 수 없는 나의 젊음

"감동" "지혜" "창조"의 넓은 바다로 떠나는 마술의 언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생각한다.

 

이어령선생님의 에세이집이다.

손가락 하나로 온 세계를 휘젓는 시대에 느낌이나 창조보다는 1초면 온갖 정보를 캐내고 알게되는 시대를 안타깝게 생각하셔서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이라는 주제로 출간을 하셨다.

너무나 딱딱하고 규정되어진 세상,

생각이나 사색이 없이 누군가가 이미 설정해 놓은데로 따라서 움직이는 현실,

생각한다는 자체가 이미 고리타분하고 뒤쳐지게 여기는 오늘날의 청소년과 청년들과 그리고 어른들까지,

컴퓨터가 이제는 각자의 손에서 움직이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이것은 지금의 우리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 힘으로, 내 생각으로 생각하고 알아가는 재미보다는 검색한번이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지식들,  

과학으로 살아가는 문명의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러다 점점 모든 인간이 로봇이 되어가는건 아닐까.

이런 속전속결의 현실에서 작가는 청소년들을 불러 세운다.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협박의 언어를 따뜻하게 품고 함께 부화하는 창조의 언어가 되게 하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 속에 담긴 나의 꿈이다" 라고 한다.

 

80초에 대한 여러가지 뜻이 담겼지만 내가 가장 마음이 닿는 것은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의 기준이다.

안이 겉이 되고 겉이 안이 되는 이상한 띠.

'안과 밖의 그 완고한 이항대립을 넘어서는 것이 80초 생각나누기의 로고'로 표현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안과 밖이 따로 놀아나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들어있는 나와 밖에서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

안과 겉이 서로 하나가 되어 좀 더 양심적이고 좀 더 진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우리는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위에 있기를 좋아하고 인정받기를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진가란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아니라 남들이 나를 생각하는 기준에 의해 존재가 증명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미 고리타분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기 위해서는 기다려주는 시간까지도 할애하지 못한채 성급히 누군가를 판단하고 나름데로 정의를 내리기 일쑤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는 속 사람을 볼 줄 아는 목을 가질 수 있는 기다림 또한 절실하다.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우리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속에서 짧은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검색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다.

또 몇몇의 이야기는 뒷부분에 80초 생각나누기로 편집하여 더 많은 이야기를 소곤소곤하게 들려준다.

 

나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내 아이들, 주현이와 성희와 세현이, 그리고 훗날의 인아까지,

그들 모두가 생각이나 사색이 없이 엄지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알아간다는 사실이 참 서글프다.

좀 더 늦더라도, 남들보다 조금 쳐지더라도, 그들만이라도 책을 읽고 신문을 읽고,

길가에 핀 들꽃 한송이를 바라볼 줄 알고, 구르는 돌멩이 하나를 들어올릴 줄 알고, 주변의 누군가가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아픔을 나눌 수 있고, 함께 눈물을 흘릴 줄 알고, 기쁨을 진정 나눌 줄 알고,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시리도록 파란 겨울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쳐들 수 있고, 가난한 사람을 향하여 지갑을 열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제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느끼고, 그리고 조금만 더 천천히 걸어가도록 하자.

빗살처럼 퍼진 공평한 겨울햇살에 마음을 녹이며, 빙판길의 한 가운데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도록 하자.

기계가 나를 똑똑하게 만들지 몰라도 어느 순간 그 기계가 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겨울햇살이 눈부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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