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공허한 십자가

여디디아 2014. 11. 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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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공허한 십자가

처음 책 제목과 내용소개를 보았을 때,

몇년전에 우리사회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전도연 주연의 '밀양'을 생각했다.

어쩌면 그런 내용일 것이라는..

 

프롤로그를 읽고 다시 본문으로 들어갔는데도 좀처럼 주인공 사오리와 후미야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아 도대체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이며

주인공은 누구일까라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글이 중반을 넘어서고 종반으로 향해 치달았을 때에야 비로소 궁금했던 사오리와 후미야가 등장하게 되다니..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니카하라 료코과 그의 부인 사요코 그리고 딸 마나미가 주인공이다.

 

단란하고 평범한 한 가정에 어느순간 불행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엄마 사요코가 슈퍼마켓에 간 사이에 강도가 침입하여 어린 딸 마나미를 무참히 살해하고, 이로인해 니카하라와 사요코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채 결국 이혼을 하여 각각의 삶을 살아간다.

이혼 후, 니카하라는 외삼촌이 물려준 애완동물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자신의 지난 날을 그리워하며 여전히 딸의 죽음에 슬퍼하며 혼자서 살아게 되는데 어느날 헤어진 부인 사요코의 피살소식을 듣게 되므로 사건은 시작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양은 성격대로 제각각이다.

니카하라는 애완동물의 장례를 준비하며 진정한 마음으로 반려동물을 보내는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살아가는가 하면

부인 사요코는 딸의 죽음에서 범인의 사형선고를 받아내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토대로 잡지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리고 '사형폐지론'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주장하며 왕성하게 활동한다.

미나미의 죽음으로 살인자들이 받는 형벌의 양을 바라보며 이들은 '사람을 죽인 사람은 자신도 죽어야 한다'는 이론을 주장한다.

딸을 죽인 범인이 사형을 당해도 자신들이 겪는 슬픔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지만, 범인이 살아서 다시 이 땅에서 숨을 쉬고 활보하는 것,

또 누군가가 그런 살해의 위협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요코가 '사형폐지론'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던 중, 사오리와 후미야의 21년전의 사건을 알게된다.

아빠와 함께 살던 사오리와 같은 학교 상급생인 후미야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중학생의 신분으로 아기를 낳게되고

겁이 난 둘은 아기를 살해하여 아오키가하라에 있는 수해에 아기를 묻고 돌아오게 된다.

이후 둘은 죄의식속에서 서로를 마주할 수 없어 헤어지게 되고 각자의 길을 가게된다.

여자인 사오리는 이후에 닥치는 모든 불행(결혼실패와 아버지의 죽음)은 모두 자신의 죗값으로 느끼게 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가 없게된다.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며 도벽을 가지기 시작한다.

남자인 후미야는 역시 죄의식속에서 살아가지만 이후 스스로의 행동으로 죗값을 치루기 위하여 노력한다.

게이지 대학병원 아동의료원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하여 노력하는가 하면, 수해에서 자살을 하려던 임산부 하나에를 구해주고 하나에의 뱃속에 든 아기를 자신이 키움으로 죄의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다.

 

사요코로 인하여 21년전 자신들이 저지른 살인을 정면으로 마주한 사오리와 후미야는 도망치기 보다는 속죄의 길을 선택한다.

후미야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딸 하나에를 위하여 하나에의 아버지가 사요코를 살해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어진다.

 

한권의 소설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형이 폐지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찬성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범인이 사형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슬픔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가까운 이를 죽인 범인이 같은 하늘아래 숨쉰다는 것은 유족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인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사형 폐지론 찬성자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형이라는 제도는 국가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를 이끌어가는 것은 사람이다. 사형제도는 모순되어 있다'*(p.183)

 

'난 당신 남편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겠지요. 지금의 법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니까요.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예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 당신 남편을 그냥 봐주면 모든 살인을 봐줘야 할 여지가 생기게 돼요.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돼요' (p.406) 

 

작가는 끝내 사형에 대한 폐지론도 옹호론도 정답이라고 내놓지를 않는다.

해답은 독자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으로 끝을 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우기 때문일까.

생명을 존중하는 고귀한 마음에서일까.

남에게 무참하게 해를 끼치는 극악무도한 사람들에 대한 형벌일까.

내 마음은 그렇게 묶여져 있다.  

물론 속죄하며 올곧게 살아가는 진실한 사람을 보면 또다른 마음이 들 것이다. 후미야처럼.

 

많은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라 읽은 보람이 있고, 다시금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주어졌음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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