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마음

여디디아 2014. 10. 20. 15:33

마      음

 

강 상 중 / 노 수 경  옮김 / 사계절

 

강상중 

한국인 2세로  태어난 재일교포이다.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일본 이름을 버리고 한국이름 강상중이란 이름을 쓴다.

일본에서 대학교수로, 세이가쿠인대학 총장으로, 책을 집필하며 활발하게 살고 있다.

 

얼마전 중앙일보 책 코너에서 '마음'이란 책을 만났다.

'마음'을 지은 저자가 재일한국인이라는 것, 교포 2세로 살다가 어느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일본이름을 버리고 일본생활에서의 손해를 감내하면서도 당당하게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자랑스러웠다.

또한 아들을 잃고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가를 생각함으로 마음이란 책을 썼다는 데 대한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고나 할까?

나름데로 신중하고 의미있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골랐는데...

가을탓이라 사무실은 좀 바빴고,

가을이라 한해를 넘어가는 내 육신은 작년보다 조금 더 쇠락했나 보다.

 

허리가 아파서 도수치료를 받고, 그러고도 모자라 걸음을 걸을 수 없을만치, 아니 절름발이처럼 걸음을 걷게된 자신을 보고 병원에서 주사치료를 받았다.

절룩거리고 병원에 들렀다가 고른 걸음으로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오후를 힘겹게 일하고..

다시 이튿날이 된 날, '급체'로 인해서 정말이지 이대로 죽는구나.. 싶은 날을 며칠 보냈다.      

오전에 병원다녀와서 다시 오후에 병원가서 주사를 맞고..

속을 울렁거리고 메스껍고, 이마는 터질듯이 아프고, 뒷목은 빳빳하게 곤두서고..

처음엔 그런생각도 했다.

'마음'이란 책 탓일까?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실제의 이야기를 나직하게 늘어놓은 것 같다.

똑똑하고 잘난 아들이 어느날 이 생의 끝을 자른 후 담담히 죽음의 세계로 걸어가 버린 후,

그는 살아있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 애를 쓴다.

아들이 남긴 '살아있는 모든 이여, 언제까지고 건강하기를'이라는 글을 유언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자신도 여기쯤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들이 마지막 남긴  

'살아있는 모든 이여, 언제까지고 건강하기를'이라는 말을 떨치지 못해서 다시금 살아가는 그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마음이 아닐까.

 

그런 그에게 나오히로라는 청년이 찾아온다.

가장 친한 친구 '요지로'가 갑작스런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자 나오히로 역시 삶에의 의욕을 상실한채

친구 요지로와의 관계를 잊지 못하고 청춘을 방황하게 된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강상중 선생의 강의를 듣게되고 어쩌면 선생은 자신을 이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찾는다.

나오히로군의 아픈 마음을 적은 글을 읽은 강상중 선생은 나오히로군에게 답장을 보낸게 된다.

한두번의 이메일이 점차 횟수가 잦아지고 길어지게 되자 나오히로는 선생의 메일을 통해  서서히 치유가 되기 시작한다.

그때 일본에서 쓰나미와 대지진이 일어나게 되고 나오히로의 친구인 린코의 부모님이 이 재앙에서 생을 달리하게 된다.

쓰나미 사고가 일어난 후 나오히로는 '라이프 세이빙'이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바닷물속에 빠진 시체들을 찾기 시작한다.

바닷속에 잠긴 시체들은 이미 생명을 잃은채 물에 불어난 몸은 흐느적거리고, 얼굴의 윤곽은 이미 알아볼 수가 없게 되고

몸의 구조조차 알아볼 수 없을만치 변해버렸음을 발견하고 나오히로는 절망한다.

시체를 건져올릴 때마다 비틀어지는 자기자신의 멀미, 시체를 찾아도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들과 시체를 찾은 후 감사하며

안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히로는 또다시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번민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강상중선생과의 이메일을 통해서 위로받으며 보람을 느끼며 스스로를 강하게 변모시킨다.

 

3개월간의 라이프 세이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나오히로가 다시 모에코와 린코와 함께 연극을 하기로 한다.

쓰나미와 대지진이 남긴 일을 연기함으로 치유되기를 원하는 모에코의 마음씀씀이가 놀랍다.

연극을 통해서 린코와 모에코 그리고 나오히로가 치유의 길을 찾으며 다시금 청춘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세미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나오히로에게 고백한다.

요지로에 대한 사랑으로 치유되길 원하던 나오히로군을 보듬으면서 사실은 아들을 잃은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었음을...

아들또래의 청년을 보며 이성 보다는 마음이 먼저 아들을 기억함으로 힘들고 아팠던 그는 나오히로의 번민과 아픔을 들여다봄으로 이미 죽은 아들에 대한 마음을 알게되고, 나오히로군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치유해감을 발견한 것이다.

 

'죽음은 삶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삶은 죽음과 이웃하고, 죽음과 동전의 양면이고서야 비로소 더욱 빛나고 의미가 있어진다.

죽은 가운데에 삶이 포함되어 있다.

삶 가운데에 죽음이 감싸져 있다.

그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존엄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p.174)

 

삶과 죽음,

가까운 이웃이며, 그 이웃이 언제 우리에게 친구처럼 찾아올는지 모른다.

유난히 많은 주검들을 바라보며, 

새벽부터 내리는 이 고운가을비는 어느 님의 넋을 위로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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