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 경 린 / 문학동네
오랫만에 전경린의 책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는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여자작가들, 특히 나보다 젊은 여자작가들의 글이 마음에 닿는다.
박완서 선생님이나 박경리 선생님들의 빈 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인지,
빈 자리가 헛헛한 탓인지는 모르겠다.
전경린의 소설이 묶인 중단편이다.
맥도날드 멜랑꼴리아
야상록 (夜想錄)
강변마을
천사는 여기 머문다 1
천사는 여기 머문다 2
밤의 서쪽 항구
흰 깃털 하나 떠도네
여름 휴가
백합의 벼랑길
솔직히 말하면 이번 책을 읽고 마음이 조금 허전하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건전하거나 아름답거나 슬픈 것이 아니고 중심이 '불륜'이라는 공통점이 그것이다.
글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 아닌 기혼남자를 사랑하는 처녀들이나 이혼녀,
피해자는 하나같이 '여자'이고 가해자 또한 '여자' 라는 사실이다.
남자로부터 배반을 당했다고해서 가해자가 반드시 남자는 아니란 것이다.
다른 여자로 인해서 배반당한다는 사실은 가해자가 여자가 된다는 것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던가.
그런데 나는 이런건 좀 싫다.
편안한 이웃의 이야기,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감되는 이야기(물론 이런 이야기도 누군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겠다),
사람 살아가는 따뜻하고 애절한 이야기가 한둘쯤 있어도 좋으련만, 모두가 부정을 소재로 한다는건 좀 마음이 언짢다.
물론 요즘 시대가 이혼이 증가하고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온전한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서 서로에게 등을 쓸어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이웃들이 많은데
굳이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불륜만을 소재로 하는지.
사랑이란 나에게 아무리 소중하여도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게 만든다면
온전한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남의 가정을 짓밟으면서 나의 사랑을 지킨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집착이며 자기만족이고 욕심일 뿐이지 않겠는가.
다음 책에는 좀 더 긍정적이고 밝고 따뜻한 소설이 쓰여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