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투명인간

여디디아 2014. 8. 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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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명  인  간

 

성 석 제 / 창비 

 

투명인간,

어떤 사람을 가리켜 투명인간이라고 할까,

특유의 이야기꾼으로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리라던 내 기대와는 다르다.

성석제 답지 않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사실들,

어수선한 이 세상의 살이들을 심란하고 적나라하게 펼쳐놓은 글이다. 

 

1960년대를 넘어 그 이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설마..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소설의 흐름은 지금까지의 글과는 글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보이고 있다.

화전밭으로 들어간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소설은 할아버지의 아들이 배움을 마다하고 오로지 먹고 살기만을 위하여 땅을 파고 일을 하여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데서부터 그 아들의 아들들이 2000년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이야기가 대를 이어 내려오는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어렸을적을 이야기하는 듯 했다.

가난과 고단한 어린 날의 유년시절,

늘 배가 고팠고 뱃속에 든 회충들로 하여금 배가 아팟던 날들,

그리고 이어지던 혼분식 장려기간을 지나던 이야기,

백수와 만수와 석수, 금희와 명희와 옥희 육남매를 키우며 그 아이들의 제각각의 성격과 특성들,

개운리에서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던 백수는 서울의 국립대에 합격하여 대학생활을 하고 결국 여학생을 알게되고 

가난한 부모에게 학비를 요구할 수 없어 월남으로 파병을 간다.

제대를 앞두고 전사가 아닌 병사를 함으로 할아버지마져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채 숨을 거두게 하는 장손의 역할이 충분한 공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시대를, 기대를 알기 때문이다.

오빠와 동생들을 위하여 미싱을 돌리며 일을 하는 큰 딸,   

조금 부족한 듯 태어났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투명인간처럼 살뜰이 남을 돌아보는 만수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만수를 통해서 전개되는 형제와 자매들, 그리고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시대를 따라서 너무나 정확하게 표현되고 있음에 놀란다.

 

글은 각자가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 추억하며 혼자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상황을 바라보며 추억하기도 하고 만수의 일상을, 만수가 자라는 과정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듯이 늘어놓는다.

자칭 지루할 수도 있고,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결국은 맥을 이어나가는데 무리는 없는 듯 하다.  

 

공부를 잘하지만 가족이 부담스러운 석수는 형인 만수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면서도 그로인해 누리는 혜택앞에서는 형으로 인정하는 자기만을 앞가림하는 이기주의의 모습,

연탄가스에 질식해 바보가 되어버린 명희는 평생을 만수가 돌아보고, 막내 옥희 역시 혜택을 누린 후에는 자기의  삶을 위해 오빠를 이용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오빠를 탓하는 흔한 사람이다.

 

육남매 중에서 가장 모자란 듯한 만수만이 인간의 마음을 지녔다고 할까.

자기만 알아가며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형제들 속에서 자기희생과 헌신으로 가족을 치다꺼리하는 만수는 

회사가 문을 닫는 순간까지, 문을 닫은 후에도 회사의 재기를 위하여 온갖 열정을 쏟아붓는다.

결국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까지 동료를 위하여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모습을 보며 

어디서나 이런 따뜻한 사람이 있음으로 세상은 이리저리 뒹굴거리며 돌아가는건 아닌가 싶어진다.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만수의 진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렵고 가난한 시대로부터 세련되고 부요해진 오늘에 이르기까지,

소설은 어느 한곳 빈틈없이 시대의 변천사와 함께 변해가는 인간의 마음을 보여준다.

인정하면서도 어딘가 부끄럽고, 공감하면서도 어쩐지 미안한.. 그런 글이다.

 

과학이 제아무리 발달을 한다고해도, 

사람이 아무리 다듬어지고 예뻐지고 세련되어진다고 해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등을 맞대고 살아가면 이 세상은 가을햇살처럼 투명하고 정직할 것인데...

생각과는 달리 마음은 자꾸만 구정물속으로 퍼져가고 있으니, 내 마음을 나도 어쩌지 못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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