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여자
김 형 경 / 문학과지성사
담배 피우는 여자,
이미 오래전에 읽은것 같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김형경의 소설집은 모조리 섭렵하는 편이라 읽었을 가능성 80%,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의 아리송한 기억때문에 다시 찾은 교보문고,
여전히 기억은 날듯말듯.. 오리무중이지만 김형경의 글은 다시 읽어도 새롭고, 애틋하고, 또한 반갑다.
담배 피우는 여자,
이 책이 출판된지는 이미 10년이 되어가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여자들의 흡연에 대한 시선은 더 좁았던 것이 분명하다.
물론 지금도 여자들의 흡연이 쉽게 보여지지 않고 다시한번 흘끔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맥도날드 여직원들이 적은 나이만치 짧은 스커트를 비비꼬고 앉아서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폼도 내 눈에는 언짢고
닭발집 화장실에 앉아서 아줌마들이 죄인인 듯이 숨어서 담배를 피우다, 마주치는 나를 보며 당황하는 여자들도,
너무나 태연한 여자들도, '내가 담배피우는데 네가 보태준거 있냐?'는 식으로 당당한 여자들도..
나는 못마땅하다 못해 한심스럽다.
하물며, 10년전에야 더욱 그러했으리.
책속의 주인공은 옆집 여자, 같은 아파트의 옆집여자의 이야기를 혼잣말로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삼각형의 머릿수건을 쓰고, 맞춤한 앞치마를 두르고, 끼니때면 아이들에게 골고루의 영양이 깃든 식탁을 준비하고,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저녁상을 봐주고, 술에 취한 남편을 위하여 아침이면 콩나물 해장국으로 남편의 속을 달래는,
겉으로 보기엔는 현숙한 여자가 어느날 베란다에 앉아서 세상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채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
피우고 난 담배냄새를 없애기 위하여 더욱 열심히 청소를 하고 베란다 문을 열어놓던 여자가 어느날 밤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옷장에 숨어있는 모습을 보고 주인공 여자는 기겁을 한다.
여자의 남편은 담배피우는 여자를 못견뎌하며 손찌검을 하고, 다시는 피우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싸우는 일상의 연속이었음을 알게된다. 신혼여행에서 여자의 담배를 발견한 남편은 이후 여자에게 금연을 종용했지만 끊을 수 없는 담배에의 유혹은 여자를 힘들게 하고 억압시킨다.
단지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남편의 감시속에서 살아가는 여자가 측은하여 주인공은 그 여자의 방문을 쉽게 허락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드나드는 여자에게 지친 주인공은 한마디를 한다.
금연을 결심한 여자가, 견딜 수 없는 흡연의 욕구로 다시 옆집으로 넘어오던 어느 날, 베란다에서 떨어지며 숨을 거둔다.
이 일로 인해 주인공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혼잣말을 하게된다.
그리고 스스로 담배를 피우게 되므로 옆집 여자를 이해하게 된다.
주인공 여자가 담배 한대를 피우며 혼잣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설정이 인상적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이 마음에 든다.
담배피우는 여자 이외에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일상적인 불륜이나 패륜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글이 많아서 역시 김형경답다는 생각이다.
남을 비난하거나 남을 희생시키지 않고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들,
이미 예전에 읽었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엔 유월의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남았음에 땡큐이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빼기3 (0) | 2014.06.30 |
---|---|
그 길 끝에 다시 (0) | 2014.06.26 |
천개의 심장 (0) | 2014.05.26 |
말하자면 좋은 사람 (0) | 2014.05.16 |
아무것도 두려워말라 (0) | 2014.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