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4빼기3

여디디아 2014. 6. 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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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3 (4빼기3)

어느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살아가는 것,

그것은 결코 만만하거나 녹록한 일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매일매일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위태위태하며 날선 작두위에 선 아슬함인지도 가끔 느끼고 있다.

연습이 없으므로, 처음임으로, 다시 반복할 수 없는 일이므로 더욱 고되고 서툴고 어설픈게 삶이 아닌가 싶다.

설령 한번쯤 경험한 일이라고 해도 역시 매끈거리듯이 세련되게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부터 노인을 부양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고는 하지만 또한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고 행복함이 있기에 우리는 이 고단하고 위태로운 날들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날마다 잔잔한 바다가 아니고 때로는 폭풍이 몰아치고, 태풍이 불어쳐서 곤두박질 하는 날들도 수없이 많다.

그러할지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지 않아야 할 일들은 분명히 있다. 

내 앞에서 자식을 잃어버리는 일이나, 아직 시퍼런 젊은 날에 배우자를 잃는 일이나...

살면서 절대로 오지 않아야 할 날이란 없고, 절대로 생기지 않아야 할 일이란 없다.

다만 그러지 않기를,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그럭저럭,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램일 뿐이다.

 

동생에게서 건네온 책 4빼기3,

중학교때 밤이 늦도록 읽은 '알프스의 소녀'외에 이렇게 집중한채로 책에 빠진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아무리 재미가 있는 책이라도 적당한 선에서 놓을 줄도 알고, 책의 내용이 감동일지라도 내일은 내가 살아내어야 할 현실임을 아는터라,  책에 빠져 밤을 새울 정도의 순수함이나 천진함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이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웠다는건 아니지만, 쉽게 손에서 책을 놓을 수도 없었고, 처음부터 휴지를 곁에다 두고 눈물콧물을 찍어내느라 퇴근을 넘어 이미 밤으로 치닫고 있는 시계를 잠시 잊은 상태였을 정도이다.

 

바버라,

동화책에 나오는 빨강코의  피에로를 좋아해서 삐에로의 분장을 하며 연극을 하며 살아가는 여자 바버라는 어느날 공연중인 헬리(역시 피에로)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둘 사에에 태어난 아들 티모와  딸 피니로 인해 아기자기한 행복함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불행은 한순간에 예고없이 찾아든다.

티모와 피니를 태우고 운전하던 헬리는 철길을 향하여 달려오는 열차를 보지 못한채 교통사고를 당하고 헬리와 티모, 피니가 죽게 된다.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사람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의 남편과 아이들의 죽음을 목도한 바버라의 마음을 누군들 모를 수가 있을까. 상상하는 이상으로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바버라의 삶,

글은 남겨진 바버라의 일상을 나타낸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후, 바버라가 일기형식으로 쓴 글과 살아온 날들을 그리워하며 기억들을 그리움과 함께 그린 책이다.

세 사람의 장례식을 위하여 슬픔의 날이 아닌 축제의 날로 바꾸려는 바버라, 

티모의 유치원에 들러 아이들에게 티모의 죽음을 잠잠히 이야기하는 바버라,

남들이 보기에는 대단하며 잘 견디는 듯 보이지만, 실상 그녀의 삶이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

순간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며 아픈 순간들인지,

세상을 마주하며 당당히 나아가려는 노력뒤에 숨어있는 바버라의 뼈를 깎는 노력을 보며, 

가장 슬픈 일을 만나면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뿐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세며, 가족들과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기억하며,

함께 할 수 없는 시간들을 맞이하며 고통하면서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슬픔을 이기려는 노력이 나는 오히려 슬프다.

기막힌 일을 당하면서도 이미 떠난 가족들을 위하여, 슬픔을 이기며 세상과 마주하려는 바버라의 노력이 글로 나타남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책이 아닌가 싶어진다.

 

앞으로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하여 계속 글을 쓸 것이라고 한다.

7년간 함께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헤아릴 수 없는 시간들을 함께할 수 없는 아픔을 또한 헤아리며

자신을 견디기 위하여,  이미 떠난 가족들의 존재를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매순간들을 견디기 위하여 노력한 바버라,

그녀가 내 곁에 있다면 나는 그녀를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가 있을까.

따뜻한 밥 한끼를 아무 말없이 건네주고 싶을 뿐이다.

 

이 순간에도 슬픔에 겨워 버둥거릴 바버라,

고난의 시간들이라 여겨지는 내 모든 시간들이 얼마나 호사스런 사치인지,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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