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노란집

여디디아 2013. 11. 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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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란 집

 

박 완 서 / 열림원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아치울 노란집에서 다시 들려주는 이야기...

 

박완서 선생님이 작고하신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글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서점에서는 맨 위에 진열되어 있음으로 우리가 얼마나 선생님을 그리워하는지를, 솔직하고 순수한, 그러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그러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것을 잃지 않으려 애쓰신 모습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명한 작가들이  돌아가신 후, 신간이 나올 때마다  나는 늘 놀란다.

마치 돌아가신 시간부터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에 눈물지었던 내 어리숙한 마음이 배반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이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미발표작이 그분들의 컴퓨터안에 저장되어 있었음을 감사하게 되고, 뭉쳐진 원고지가 세상밖으로 나옴으로 아직은 잊혀지지 않고 우리곁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출판사의 미끼상품이려니 싶어서 불편한 눈으로 바라본 것도 사실이다.

 

박완서선생님이 돌아가신지 2년이 넘었다.

2년동안 2권의 신간을 구입하면서 은근히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저기에서 하나씩 뽑아서 엮은 글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다행히 선생님의 글은 짜깁기가 아니라 아직 대하지 못했던 글들이라 여전히 그분의 환한 미소가 내게 다가와서 글을 읽는내내 지금도 아치울에서 글을 쓰고 다듬고 계실것만 같은 생각이다.

 

아치울 노란집에서 쓴 '노란집', 물론 책의 제목과 책을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만든 사람은 선생님의 큰 따님이신 호원숙 작가이시다.  

글을 쓰시는 엄마를 곁에서 보살피던 딸이라 엄마가 떠난 자리에서 엄마의 남은 작품을 엮어서 세상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딸로서의 당연한 책무이며 문인으로서 당연한 권리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이 글은 아차산 기슭의 아담한 동네에서 지나간  긴긴 날들을  그리워하며, 짧게 남은 살아갈 날을 기다리며 다독거리며 추억하며 남기고 싶은 말들을 짧은 글로써,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또는 손자들에게 삶의 교훈을 가르치듯이,

친한 친구에게 마음속에 담아둔 수다를 얽킨 실타래를 풀어내듯이 조곤조곤히 써 내려간 글이다.

이미 여러번 들어서 알고 있는 고향 개성에서의 이야기와 짧은 대학시절의 서울대 문리대의 이야기,

늙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와 노년이 되어서야 알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들꽃 한송이도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시 눈, 삭풍 한줌도 희망을 담아 바라본 마음, 작은 새 한마리에도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는 마음과 오솔길 하나에도 나를 담아 온전히 내 것으로 여기신 순수함...

팔십을 넘었지만 이제서야 삶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고 진정한 행복과 평안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선생님,

그분의 빈 자리가 오늘 내게 다가오는 차디찬 빈 공기로 들어선다는 사실은 정녕코 서럽다.

 

아직도 발표되지 않은 원고가 아치울 노란집에 가득하게 쌓여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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