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아들의 아버지

여디디아 2013. 12. 10. 18:31

책표지를 클릭하시면 창을 닫습니다.

 

아들의 아버지

 

김원일 / 문학과지성사

 

 

분단 시대와 아버지의 삶을 쫓은 김원일 자전 소설

 

'마당깊은 집'으로 유명한 김원일의 자전적 소설 '아들의 아버지',

2남 5녀의 딸이 뚜르르한 우리집은 남자들이 많은 집과는 많이 달랐다.

 

어릴적 바로 뒷집은 4남1녀의 집으로 늘 아들이 득시글거려 우당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앞집인 우리집은 딸들이 오글거려 눈물바람이 그치질 않았었다.

딸이 많은 우리엄마는 "제발 싸우더라도 뒷집처럼 화끈하게 한번 싸우고 말아라 "고 지청구를 하셨고

뒷집 아줌마는 "제발 싸우더라도 힘쓰지 말고 앞집처럼 말로 조곤조곤 싸워라"고 푸념을 하신 것을 알고는 혼자 웃었던 기억이다.

아들의 아버지와 딸의 아버지는 어쩐지 조금 다를 것이란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옛날에는 딸은 늘 뒷전이었고 아들을 위해서 딸이 희생하는건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세월이었으니 말이다.

오빠들은 늘 대접을 받는 위치였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내 어린 날의 기억들,

아버지 다음으로 오빠, 그리고 막내가 차지했던 차진 흰쌀밥과 고등어의 가운데 토막과 얇은 꽁치의 가운데 토막들,

감사한 것은 그것이 가난이라 여겨지지 않고 소중한 추억이라 여겨지니 나를 비하하지 않고 가난을 탓하지 않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탓하지 않고 오빠나 막내를탓하지 않고 모두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랑할 수 있으니   이만큼이면 나도 그렇게 형편없는 딸이 아니고 삐뚤어지거나 뒤틀리지 않은것 같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다.

 

아들과 아버지,

작가인 김원일은 어릴적 아버지의 기억을 한줌 정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글을 쓸 때마다 조금씩 퍼내었던 아버지의 기억, 희미한 기억만으로 아버지를 떠올렸을 안타까운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러면서도 언제인가는 아버지에 대한 글을 꼭 써야겠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 책을 펴냄으로 아버지에 대한 숙제를 대신하는 것 같다는 말씀이 생전에 할 수 없는 효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1942년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태어난 김원일,

할아버지부터 신지식을 배워왔기에 다른 집들보다는 진취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다.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마친 지식이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당시의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국민학교에도 다니지 못한 여성이었다.

그런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늘 무식했고 대화가 통하지 않았고 자신의 배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본유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야간학교를 세우고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던 신지식을 배운 여자와 눈이 맞아 부산에서 살림을 하고 진영의 집에는 들리지도 않는 그런 생활을 하셨다.

키가 작지만 공부밖에 몰랐던 아버지에게 여자들은 늘 끊어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어머니에게 이혼을 강요하기도 했지만 외삼촌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혼을 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게 되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나'가 태어나기 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았던 시대와 '내'가 태어날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과 사회와 정치의 배경들, 특별히 대한민국의 격동의 세월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3.1운동으로부터 8.15해방과 6.25전쟁과 그 후의 이야기까지,

작가가 겪어낸 세월들, 물론 작가는 어렸기 때문에 직접 경험한 것보다 가족이나 교수나 혹은 그 당시의 기록들을 토대로 자세하게 나열하고 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빵점짜리인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작가의 필사적인 노력이었을까?

시대의 어수선함을 가능하면 자세하게 서술함으로, 가정에 대해 책임감 없던 아버지를 용서하기 위함일까,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맡긴채 아버지는 사회주의에 빠져 집안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

시대에 따라 어머니까지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고문에 못이겨 도망친 고향길과 서울에서의 막막했던 생활들,

전쟁중 인민군이 지배할 때의 우쭐했던 짧은 시절과 다시 찾아든 어둡고 가난했던, 참으로 지리했던 시절들,

아버지만을 바라보았지만 끝내 가족을 외면한채 사회주의에 빠져 월북한 아버지,

세월이 흐른 뒤에 들어야 했던 아버지의 소식은 작가를 얼마나 슬프게 했을까.

북에서 폐결핵으로 요양원에서 말라있던 아버지의 모습과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의 아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어린시절 작은 기억으로 아버지를 추억하지만 어쩌면 그러할 수 밖에 없었던  지난했던 세월을 아들은 어떤 마음으로 보아야할까,

8살에  월북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끝까지 간직하려는 아들의 마음이 차라리 애닯다.

그들이 원한 사회주의가 오늘의 북한의 모습은 아닐거란 생각이다.

김일성이 사회주의 체제를 변질하여 '우리 식대로 살자'며 주체주의를 정치 이념으로 삼아 영구 집권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을 그때의 지식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모두가 공평하게 잘 살자'고 외쳤던 사회주의가 휴전이 되자 의미를 잃은채 자신들의 사상과 무관하게 흘러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들은 얼마나 땅을 치며 후회를 했을까.

 

아들의 아버지,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던 아버지이지만 끝까지 이해하려는 아들의 마음이라고 할까.

원망보다는 아버지의 시대를 이해하려는 아들의 마음이 눈물겹다.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하여 찬바람 지나는 골목에서 우린 또 새봄을 보는 눈을 간직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알고 있는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0) 2014.01.03
정글만리  (0) 2013.12.19
남자를 위하여  (0) 2013.12.05
노란집  (0) 2013.11.29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0) 201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