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하여
김 형 경 / 창비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의 팬으로서 그의 책이 출판이 되면 무조건으로 집어든다.
몇년전에 살던 집을 팔아 세계를 한바퀴 여행하고 돌아온 그녀가 내놓은 책들은 소설을 떠난 심리학의 글이다.
김형경,
유년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상처로 인하여 다시 상처를 주고 스스로 자유함을 얻지 못하고 어딘가모를 뒤틀림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단 한사람이라도 마음속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고 상처의 흔적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살고 있으며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는 커녕 오히려 외면함으로 현실을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분열이 있고 다툼이 있고 헤어짐이 있고 사고가 이런저런 모습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우리가, 미숙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삶이 모습이기도 하지만...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다.
결혼 30년이 된 지금도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내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가치관의 차이라고 여기며 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며 때로는 긴 침묵으로 때로는 등을 돌림으로 피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물론 남편역시 그러했으리라.
아무리 말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리 떠들어도 지나면 잊어버리는, 욕을 하고 구박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쩌면 책 속에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 한줌을 쥐고서 읽었다.
책을 덮고난 지금, 무엇을 알았는지, 내가 깨달은건 무엇인지.. 역시 모르겠다가 정답이다.
꼭 남자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도 같다.
단지 남자들이 대하는 사람과 남자들이 즐기는 취미생활과 그들이 겪는 사랑과 삶이 시작하는 순간과 이어가는 이유들,
또한 마무리되는 과정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는 한다.
남자들은 유아기부터 어머니라는 여자로부터 인격이 형성되고 사람을 알게되고 여자를 알게 됨으로 모든 것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과 그 어머니를 벗어나지 못함으로 스스로 자립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모든 여자들을 어머니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보지 못함으로 사랑에서 실패하는 확률도 크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 남편이 하소연하듯이 하는 말들이 이해가 된다.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 책임져야 했던 부모님과 가족들의 생활이 오직 장남인 자신에게 쏠려 있었을때의 부담감은 얼마나 컸을지,
이제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고 내 자식마저 다시 가정을 이룬 지금,
내 아들은 자신들의 삶만을 생각하며 자기처럼 부모를 책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섭섭함을 가끔 토로함으로 나를 놀라게 한적이 있다.
내가 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내 아들이 나에게 하지 않는데서 오는 섭섭함과 쓸쓸함이 결국은 자신의 청년기에 겪었던 부담이 상처로 남았다는 뜻이다.
나 또한 결혼후 30년을 직장생활을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가 않았다.
'여자는 해산의 고통을 겪고 남자는 땀을 흘려야 한다'는 성경을 인용하며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린 적도 여러번 있었음을...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성숙하지 못한, 아직도 유아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모습이었음을 발견하니 부끄럽다.
글을 읽으며 문득 두 아들이 생각된다.
그들의 삶이 뒤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속에는 그들의 유년기를 내가 어떻게 대했을까...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나의 욕심대로 했던 것들,
나의 기준에 들이댄 무지몽매함이 그들에게 상처로 남았다면 어쩌나...
나의 잘못을 인정함으로 우리 아들들이 나를 이해하고 마음속에 남은 상처나 흔적들이 치유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가끔 아이들에게 나의 무지와 욕심때문에 매를 들었고 욕설을 퍼부었던 일을 생각하며 용서를 빌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우리 두 아들의 마음에 나로인한 성처가 있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인다.
더 늦어지기전에 두 아들에게 나의 젊은 날의 패기와 패악질에 대해서 용서를 빌고 싶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이 아름다운 청춘을 지나며 천국같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가기를 바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에 부모라는 이유로 어떠한 모습이든 짐이되고 싶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를 이해한다는 사실은 버겁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다투고 흘기는 것이 편안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더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한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봄으로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며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가 성숙함을 발견할 것이다.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
알고 있으면서도 애서 모른척 지나치는 것이 또한 사람사는 일이다.
희븀한 겨울낮의 공기가 어쩐지 회백색의 나의 내면을 대신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