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박혜란 할머니가 젊은 부모들에게 주는 맘 편한 육아 이야기
박혜란 / 나무를 심는 사람들
사람이 살아가면서 미리 "연습'을 해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서 한번쯤 연습을 해보고 양육을 한다면 세상의 모든 삶들이 훌륭한 사람들이 되어서 세련되고 멋진 사람들만 우글거리게 될까?
어쩌면 살아가면서 모든 것이 어렵고 힘이 들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라도 모두가 후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또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닐까 싶은 것은 그만치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리라.
언젠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는 일이란 자식을 키우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두 아들을 잘 키워내는 것,
그들이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고 또 자신들을 닮은 아기를 낳고 또 우리처럼 버둥거리고 어설프고 때로 버겁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는 일 중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나만큼 어설픈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진다.
특별히 첫아이 주현이에게 나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아이의 적성이나 특기를 살리기보다는 내 욕심과 내 기대치에 맞게 키우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강제로 주입시키고 옆집 아이와 끝없이 비교하고 규정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 최선인 줄 알았던 내 젊은 날의 욕심이 늘 부끄럽고 미안하다.
둘째를 낳고보니 처음과는 달리 마음이 비워지고(어쩌면 비워지는게 아니라 한 아이에게 이미 에너지를 쏟느라 둘째에게는 지쳤기 때문) 첫 아이보다 조금 자유로웠던 것 같다.
내리사랑이라서 더 여유가 있었던지,둘째가 태어날 때부터 눈치를 터득한 탓에 꼬투리가 잡히는 일을 덜 한 탓인지,
아무튼 주현이에 비해 세현이는 좀 더 자유로웠고 주현이는 엄마로부터 많은 채근이 있었던 것이 지금도 미안하다.
가수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박사,
세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내고 두 며느리를 최고의 엘리트로 들여온 분이다.
그렇게 아들들을 잘 두고서도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하는 마음으로 젊은 엄마들을 위한 책을 내놓았을 때,
제대로 키우지 못한 내 마음도 늘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저토록 훌륭한 분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셨을까 싶은 마음에 한치의 망설임없이 주문했다.
-화 내는 엄마, 뜻대로 안되는 아이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할머니가 되어 확실하게 말할 수 잇는 육아의 지혜
-아이만 키우지 말고 나를 키워라
-다시 아이를 키워도 변하지 않을 것들
이라는 주제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어머니의 심정으로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미 아이를 모두 성장시킨 나에게는 책을 읽으며 100% 공감을 하지만 젊은 엄마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경쟁사회에서 날마다 시험으로, 점수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나의 생각을 지켜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음을 알기에 말이다.
우리는 아이를 지나치게 세련된 사람으로 키우려고 한다.
결국은 인간의 본능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놀아주고 만져주고 이야기 해주는 것,
엄마 친구 딸들과 아들에게 내 자식을 비교하지 않는 것..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 등등..
어쩌면 우리가 가난했을 때 나눌 수 밖에 없었던 사랑으로 가끔은 무심한 듯이, 그러면서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는 테두리를 가르쳐 주는 것..
모든 것이 세계화가 되다보니 우리 아이들도 세계화 수준에 맞추어져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낙오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아이들을 다그치고 비트는 것이 아닌지.
처음으로 돌아가 내 욕심은 버리고 아이들을 아이 그대로이게 두는 것,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엄마의 노릇 때문에 쩔쩔매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이여,
힘을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