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달에게

여디디아 2013. 9. 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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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짧은 소설

달 에 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 문학동네

 

 

신경숙 짧은 소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그런 때가 있나보다.

들꽃 한송이를 바라보다가, 봄비 내리는 창가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누군가에게 이 모습을 고스란히 보내고 싶어지는  때, 평소에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다가 그럴때는 이상하리만치 마음과는 다르게 행동에 옮겨지지 않을 때,

나만이 그런게 아니었고 신경숙이 또한 그러한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다른것이 있다면 나는 생각에서 그쳤지만 신경숙은 기어히 '달에게'라는 수신인이 선명한 대상을 두고 편지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때로 친구에게, 엄마에게, 남편에게, 동생에게, 자녀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달을 통해 대신 전하게 하는 것,

참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짧게 써내려간 편지형식의 소설,

굳이 소설이 아니어도 에세이라고해도 좋겠고 낙서장이라고 해도 좋겠고, 편지라고 해도 좋은 그런 글이다.

짧은 글 속에서 의미는 선명하게 다가오고 감동은 짧은 글 보다 조금 길게 조금 더 오래도록 남는다.

 

스물여섯편의 글이 모두가 일상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이어서 더욱 공감이 느껴진다.

가끔 유쾌한 농담이 나를 놀라게도 하지만 그 유쾌함과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경숙의 모습이 나는 반갑기만 하다.

여전히 그녀는 세밀한 몸짓으로, 섬세한 마음으로, 좀 더 치밀한 생각으로 편지를 써 나를 대신하고 이 글을 읽어가는 당신을 대신하여 마음을 전하게 한다.

 

가을바람이 싸아한 날, 커피숍이어도 좋겠고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도 좋겠고,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마트에 비치된 의자에 잠시 앉아도 좋겠고 등산길 헉헉대는 숨결에 섞여도 좋을 수다같은 글이지만 그 속에 담아진 가을날의 저녁노을같은 아름다움은 글을 읽어야만 느낄 수 있는, 댓가를 지불함으로 얻을 수 있는  보답이 아닌가 싶다.

 

이 가을에 누군가에게  편지 한장을 쓰고 싶어진다.

넋두리를,  고백하듯이 그렇게 내 맘을 전하고 싶다.

읽는 그의 눈이 잠시 붉어지면 고마울테고 그 마음에 잠시 내가 머물 수 있다면 이 가을 나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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