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 문학동네
풀밭 위의 식사...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연재가 되어 많은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그 사실을 모른채
전경린이라는 작가만 확인하고 구입하고 말았으니...
그냥 평범하고 부담없이 읽어가는 그런 책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누경'이라는 여자는 실제의 어떤 여자의 실체라고 한다.
누경,
16살의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카시아 꽃향기와 들판에 돋아나는 푸른 풀들의 향기와 가없이 길게 펼쳐진 파란하늘과 양의 모습을 그리는 구름의 모양과 열여섯이라는 꿈 많은 소녀는 그저 들판으로 뛰어나간다.
그 모든 자연의 섭리앞에, 아름다운 봄날의 향기에 취한 소녀는 들판에 드러누워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와 행복에 취하는데 어느순간 깨진 유리병이 날카로운 모습으로 얼굴앞에 들이대어지고 소리칠 수 조차 없는 두려움앞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만다.
열여섯의 소녀에게 이 일은 누구이든 삶을 송두리째 도난당하고 난도질 당하는 일이다.
소녀에게만 아니라 부모의 삶도 피비린내나는 참극이고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삶에 대한 배반일 수 밖에 없다.
어릴적 함께 지낸 친척오빠 서강주를 짝사랑한 누경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8년만에 다시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서강주와 재회를 하게 된다.
아주 어릴적부터 서강주를 따랐던 누경과, 어린소녀인 누경이 자라서 어느새 여인이 되어 나타나자 서강주의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둘은 약속된 일인 것처럼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서로의 삶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 서로가 조심할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가정을 지키면서 사랑을 이어나가는 일이 본인에게도 힘이 들지만 그걸 지켜보는 상대방 또한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를 고통속에 몰아넣으며 모든 아픔을 감내하며 강주를 밀어낸 누경의 삶은 고립의 삶이다.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
작가의 말처럼
"깨어지지 않는게 사랑이야. 어떤 균열이든 두 팔로 끌어안고 지속하는 그것이, 사랑의 일이야"
과연 그러할까?
나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도덕과 규범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배반하며 오직 '사랑'이란 이름을 끌어안고 지속하는 것이 사랑일까?
물론 불륜의 관계라도 그들에겐 진실한 사랑일 수 있을테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진정 사랑이라면 참아주고 견뎌주어야 할 의무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사랑만이 대단하고 소중하고 진실하고 신실하다고 한다면 그건 사랑보다는 집착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겐.
'살아있는 존재는 스스로를 돕는 기도를 통해 회복된다'(p.210)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한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다치지 않아'(p.235)
사랑으로 인하여 다친 마음이 있으면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사랑으로 다치지 말고 사랑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그것이 참된 사랑이며 완전한 사랑을 이루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주제넘게도.
죽음처럼 처절한 상처가 있을지라도 비가 내리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 당신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음으로 회복될 수 있음이 감사한 일 아닌가.
요란한 사랑이 아닐지라도 건강하기를, 그 자리에 변함없이 실존하기를, 집이 쓸려가고 자동차가 실려가는 홍수속에서도 당신만은 안전하기를 비는 그 마음이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날마다 내리는 빗속에서도 노랗게 피어있는 원추리꽃처럼 있어야 할 그곳에, 흔들리더라도 다시 단정한 모습으로,
조금 더 나아가서 서로를 위하여 기도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