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빛
정 지 아 지음/ 창비
봄빛..
겨울이 시작된지 이제 한달이 지났고
앞으로 족히 두달이 남았는데 난 어느새 봄빛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파속의 서러운 시간들을 봄빛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도 있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봄빛, 정지아.
솔직히 말하자면 책도 작가도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이 책을 고르게 된건 교보문고에서 작가들이 추천한 책을 보다가 신경숙이 추천한 책이어서 주저없이 선택을 했다.
신경숙이 추천하는 책은 어떤 책일까.
궁금함이, 신경숙을 좀 더 알 수 있게될 것 같아서임이 충분한 이유었다.
책을 읽고보니 역시 신경숙이구나.. 싶어진다.
정지아의 글은 신경숙의 글과 많이 닮아 있다.
어쩌면 같은 여자로서의 심리인지도 모르겠고, 같은 여자라 할지라도 세밀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나
문장의 섬세함, 인간이 가진 마음의 따뜻한 무게, 같은 생을 살아가는 시간의 길이가 많이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신경숙의 문체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빛이나고 어느 한 단락이라도 모자람없이 충분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이 글이
신경숙을 일깨우듯이 그 이상으로 나를 끌어당겼음을 고백한다.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 글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들, 그속에 함께한 마음들과 날마다의 生이 더함도 덜함도 없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는 내용들이 따뜻하고 지극히 인간적이다.
사람을 밀어내지 못하고, 사람이 우선인 사람들,
소박하고 진솔한 사람들이 살아내는 삶의 무게들이 글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축축하게 젖어들게 한다.
부모님의 이야기, 선배들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와 그 중심에 선 나의 이야기,
훗날에 나를 두고 느낄 내 아이들의 이야기와 내 이웃들이 이야기,
병듦에 대해서 고개 돌리지 못하고, 외로움에 대해서 털어내지 못하는 이야기들,
누구나 겪게되고 누구나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
이런 일을 닥쳤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위로받아야 하며 용서받아야 하며 보듬어야 하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글이 고맙기만 하다.
피폐해지는 관계와 치밀한 이웃들의 관계,
'나'를 내려놓고 '너'를 세워주는 일,
'내' 아니라 '당신'으로 인하여 지금의 내가 있음을 인정하는 일,
'원수'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을 받치는 힘을 정확하게 가르쳐 주는 현란하면서도 은근한 글들의 힘이
나를 일으켜줌이 감사할 뿐이다.
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 마음이 우선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봄빛이 내리쬐기 전에 겨울빛으로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읽은 후에 느끼는 행복함,
어디선가 따사로운 봄빛이 내 마음속에 이미 똬리를 틀고 그로인해 나는 한파속에서도 식지 않는 온기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