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빛을 받으면 반짝인다
은수연/ 이매진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있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그 말은 그런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속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간혹, 어쩌다 누군가는..이 아니라 네 이웃이, 멀쩡하던 '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끔찍할 수 밖에 없다.
여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있다.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뻔뻔하고 몰염치한, '원수조차도 용납되지 않아 죽일 놈'이라 부르는 남자,
그런 인간이란 탈을 쓰고, 목사란 거룩한 직업까지 가진 남자, 말로는 어느 누구도 당할 수 없는 그런 인간..
무슨 욕을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떤 저주로 어디쯤에서 끝내야할지도 모르는 그런 죽일 놈.
이 책은 가명으로 쓰여졌다.
작가는 본인의 이름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이후의 삶을 위해서 가명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은수연,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외할머니댁에서 살았지만 아버지의 협박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수연은 엄마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싫어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한사코 거부하지만 아버지는 오빠와 수연과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온다.
외할머니집에서 잠을 자는 마지막 날밤, 수연은 아버지의 손이 자신의 은밀한 곳을 만지는데 경악하지만 외할머니와 엄마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첫날 밤, 목사이며 아빠인 '죽일 놈'은 어린아이인 수연을 성폭행한다.
그런 날들이 대학1학년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책을 읽는 나를 숨막히게 하기에 충분하다.
더 기가막히는 건, 초경을 시작하지 않은 수연이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다.
초경을 준비하는 어린 몸에 아버지가 뿌린 정액은 임신을 가져오고, 아버지는 구실을 만드느라 소설을 써 수연을 세뇌시킨다.
어두운 거리에서 불량배를 만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둘러대는 아버지는 후로도 계속 수연을 괴롭힌다.
온갖 구실을 들이대며 수연이를 집안에 붙들어두는 아버지는 또 온갖 구실로 오빠와 남동생을 집밖으로 내몰아간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등하교 시키고 수능시험전날 호텔을 예약하고 수연을 농락하려 한다.
수연이 아빠를 향해 경멸하며 비웃음을 짓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게된 아버지는 수연을 밤새 때린다.
발로 걷어차고 온몸을 들어 던지기도 하고 허리띠를 풀어 몸에 칭칭감길만큼 때린다.
대학에 가면 자신을 더 무시할거라며 수능시험을 못보게 한다던 아버지는 수능시험을 보는 날,
다른 부모님처럼 애틋한 마음으로 수연을 돌아보며 염려하는 척 한다.
딸을 망친 아버지는 '외국에 나가서 자신의 아이를 낳고 살자'고 하며 수연의 친구까지 범한다.
정말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일들이다.
수연이 집을 탈출하여 성폭력상담실로 갔을 때, 여교수는 집에다 알리고 '앞으로 다시 그런 일 없을거란'말과
'같이 즐긴건 아니었냐'는 말로 수연을 절망시킨다.
죽기를 각오하고 탈출에 성공한 수연이는 자신의 일을 세상에 털어놓기로 한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수연은 성폭력상담실 '쉼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서서히 치유의 과정을 밟아간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어주는 친구들,
그럼에도 치유는 어렵고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수연을 따라다닌다.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라는 말처럼,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 수연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내가 받은 상처가 남의 것이 되지 않도록, 행여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과 같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결국 아버지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지만 다시 대면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 그녀의 괴로운 마음을 잘 나타내준다.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했던 엄마의 무능함,
결국엔 동생들도 알고 있었고 그럼으로 동생들 역시 힘겨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은 수연은
나만이 힘든 것이 아니고 가족이 모두 힘들었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한다.
자신의 추한 이야기를 낱낱히 고백함으로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수연이,
이젠 그녀의 앞날에 눈물이 아니 환한 미소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왜 하필 내게 이런 가정과 아빠를 주시느냐고 예수님을 원망하던 수연이는 결국 예수님을 통해 치유받고 위로함을 얻으며
새로운 희망과 새로움 소망을 가지게 되었음을 보니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어떤 사람들보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기를 놓치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그 마음이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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