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최소한의 사랑

여디디아 2012. 8. 7. 19:31

최소한의 사랑

 

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 웅진 지식하우스

 

여름휴가를 위한 준비는 사흘동안 먹을 먹거리와 갈아입을 옷과 쉴 공간이  우선인걸 보면 어딜가나 '의식주'가 우선순위이다.

기껏 세명의 여행이지만 세 사람이 준비하는 것이 다른걸 보면 각자의 취미와 현재 하고 싶은것이 무엇인지를 보게되기도 한다.

우선 신랑은 낚싯대와 떡밥, 뭐 그렇고 그런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것들이다.(미안하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세현인 런던 올림픽 결과와 친구들과의 소통을 이유로 스마트폰과 밧데리, 자기것은 물론이고 부모님것 까지 챙기는건 사흘간 스스로의 장난감이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세 권의 책을 준비했다.

 

전경린,

잔잔하면서 아득한, 어쩐지 슬픔속에 떠다니면서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보이지 않는 시간속에서도 기필코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글을 쓰는 작가라 그의 책은 가능하면 꼭 읽는다.

 

최소한의 사랑,

희수(주인공)가 초등학생인 어린시절, 아버지와 엄마는 친척결혼식엘 다녀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로 엄마는 저 세상으로 가고 아버지만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나와 오빠는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었다.

엄마의 빈 자리에 언젠가는 엄마가 돌아와 여전한 모습으로 밥을 지으며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희수와 오빠에게 아름다운 웃음을 보내며 다정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리라 생각했다.

엄마가 죽은지 2년이 넘은 어느날, 아버지는 새엄마를 데리고 온다.

새엄마의 등장은 '엄마의 부재'가 곧 '엄마의 죽음'을 깨닫게 하는 일이었고, 기다림끝에 돌아올 엄마가 결국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일이기에 희수와 오빠는 새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새엄마가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것도,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는 것도, 더구나 거실에서 아버지와 함께 웃으며 TV를 보다가 안방으로 함께 들어가는 모습은 어린 희수와 오빠를 분노케 하고 억울하게 한다.

그런 어느날, 새엄마의 친딸인 윤유란이 집으로 들어오게 되지만 희수와 오빠는 유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근하며 인정스럽고 다정하게 "오빠' '언니'를 부르는 유란을 희수와 오빠는 낯선 동네로 데려가 숨바꼭질을 하며 유란이 길을 잃게 만든다.

유란이 길을 잃고 다음날 발견된 후에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진다.     

 

아버지마져 세상을 떠나도 새엄마가 알츠하이머라는 치매와 난청으로 요양원으로 보내는 날,

새엄마는 또렷한 정신으로 유란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희수의 남편은 외박을 하는 날마다 단추를 떨어뜨리고 온다.

실수가 아닌 고의로 단추를 싹둑 잘라서 들어오는 남편과의 사이에 딸 미양은 부모와의 이별을 통보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혼자가 된 희수는 새엄마의 유언과 유산을 가지고 유란을 찾아가고 유란이 사는 집에서 외출중인 유란을 기다리는 시간을 조용한 모습으로 그려나간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파주'.

북한을 경계로 있는 파주는 어느 곳보다 춥고 어수선한 곳이다.

먼 남쪽에서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삶의 터전을 잡아가는 곳이기도 하고

오래전부터 이 곳을 지키던 사람들이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부동산을 하고 철물점을 하고 세상만사 상담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곳 파주,

파주에서 윤유란에서 신유란으로 바뀐 유란을 기다리며 찾는 희수는 유란에게 진 자신의 빚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를 깨닫는다.

 

어린시절, 희수와 오빠로부터 버림받은 유란은 희귀병에 걸리게 되고 사람을 사랑하면 발작을 일으켜 고통속에 신음해야하는 병에 걸리려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마음을 주지 않아야 산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도, 사랑하며 살고싶어하는, 사랑에 목말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를 당해 남해의 병원에서 애인을 간호하는 유란을 기다리는 희수는 파주에서의 생활을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으로 보내게 된다.  기다림을 견디기 위해 책을 읽고 역 주변을 배회하고 상담사를 찾아가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유란의 집 마당에 커다란 부엌을 만들고 싶어하고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상상을 하며 유란을 기다린다.

 

긴 기다림에서 유란을 만났을 때,

희수는 자신의 죄를 이미 용서받았음을 깨닫는다.

어린시절 자신이 버렸던 유란이 이미 자신을 용서했으며 그에 대한 죄과를 묻지 않음을 느낀다. 

유란의 가방 손잡이를 건네받으며 희수가 가졌던 죄책감도, 유란의 희귀병도 온전해짐을 느끼며

사람이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사랑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최소한의 사랑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미니멈 러브이다"

라고 말하는 전경린,

여전히 아련하고 안개같은 슬픔이고, 젖을 수 있는 마음속에서도 "사랑"이 우리가 지녀야 할 것임을,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할 수 있는 여유를 가르쳐주었기에 진정 감사하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기의 사랑을 지키는 사람,

자신의 미움을 지키는 사람,

아무것도 지키지 않은 사람

희수에게 찾아온 반짇고리를 팔러 다니는 할머니가 희수에게 들려준 말이다.

 

나는..

무엇을 지키고 있을까.

 

빈 마음이 아니고, 미움이 아니고, 사랑을 지키는 사람이 되자.

내가 사랑할 사람은 너무나 많다.

그것이 최소한의 사랑일지라도.

 

바람이 내 마음을 지나고, 파란 원피스의 깃가를 지나고, 땀에 젖은 남편의 손목을 지나는 입추이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0) 2012.08.17
비행운  (0) 2012.08.09
사랑받지 못한 여자  (0) 2012.07.31
마지막 황후  (0) 2012.07.25
종이여자   (0) 201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