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마지막 황후

여디디아 2012. 7. 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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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후

박 승 현 / 북스

 

 

몇년전인가,

조선의 마지막 국모를 모셨던 상궁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하여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2001년이라니 놀랍다. 

 

상궁 성옥염,

평생을 자신이 모셨던 국모 윤황후에 대한 애정으로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까지, 다른 세상에서 다시만날 윤황후를 그리워하며 새처럼 훨훨 날아간 상궁 성옥염이 조선의 마지막 황후를 기억하는 내용들로 씌어진 소설이다.

 

명성황후가 조선의 마지막 황후였다고 기억하는 이들에겐 새삼 놀라운 일이지만,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진 이씨 조선의 말기인 만큼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을만큼의 존재감도 아니었고,  시대를 잘못 타고난 그들의 삶은 신시대를 맞이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존경심이나 받들어야 할 이유가  없음으로 마지막 황후의 존재조차 무의미하기만 했던 세월인지도 모르겠다.

 

윤증순,

기울어가는 조선의 출세길에 접어든 남자들은 일본사람들에 미쳐서 날뛰는 험한 세상이다.

무슨 이유를 가져다 붙이든 일본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간도 쓸개도 빼다 바치다 못해, 딸과 조카조차도 제물로 삼으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못난 사내들이 배고픈 쥐떼들처럼 들끓는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애를 쓴 사람은 여리고 힘없는 열세살의 어린아이이다.

큰아버지 윤덕영과 아버지 윤택영이 출세를 위해 허물어진 마지막 왕손 이 척에게 열세살짜리 윤증순을 결혼시킴으로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꿈꾸지만 정작 어린소녀인 증순은 그런 큰아버지와 아버지를 멸시한다.

 

이승만의 제자 나석중,

배운것이 없지만 이승만을 만남으로 그의 제자가 되어 그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기울어가는 조국을 위하여 젊음을 아끼지 않을때,  사람들이 모인 연설장에서 당당하게 대답하는 윤증순을 만남으로 국가에 대한 가치관을 새롭게 가지게 된다.

 

혼례식이 있던 날, 어린 증순은 훤칠한 미남인 이 척을 바라보다  넘어지게 되고 그날이후 '성정각'이란 깊은 곳에서 한살어린 상궁 성옥염과 생활하게 된다.

남편인 이 척은 증순을 돌아보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오히려 냉랭하게 대함으로 증순을 외롭게 하지만, 증순은 나석중과 성옥염으로 인해 위로를 받으며 황후로서의 체통을 지켜나간다.

결국 옥새를 넘겨 일본에 나라를 넘겨주고 치욕적인 왕의 자리를 유지하는 이 척에게 일본에서 천황이 명을 내려 왕과 황후가 천황께 인사를 올리라고 한다.

세상사람들의 눈에 조선이 일본천황에게 고개를 숙임으로 완전한 일본의 속국이 되었음을 내보이려는 속셈이지만 허물어져가는 조선에서 왕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일본 천황을 만나고 돌아오는 저녁,  이미 일본의 앞잡이가 된 김상궁과 윤상궁은 황후를 죽이는 음모에 가담하게 되고 결국 증순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납치를 당하고야 만다.

 

증순의 납치소식이 전해지자 냉랭하기만 하던 왕이 소리친다.

'황후를 찾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자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계 모든사람들이 약소국의 왕을 얕보며 황후를 시해하는 일본을

그냥 두지는 않을것이라'고 울부짖는다.

죽기직전의 황후를 찾은 왕은 처음으로 증순을 돌아보며 냉정했던 자신의 연약함앞에 미안해한다.

밤새도록 간호하던 왕이 그 사실조차도 숨김으로 증순은 남편에 대한 미련이 티끌만치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지만

이 척이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음앞에 이르러 '혼례식날 넘어지던 그 순간부터 증순을 사모했음을, 사모함을 알게되면 일본인들이 왕에게서 증순을 빼앗아가리란 사실때문에 표현하지 못했음을' 고백함으로 증순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승만이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낙선재에 남은 황후에게 왕실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보통사람들의 삶으로 돌아오라는 협박속에도 왕권의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끝까지 증순의 곁을 지키던 나석중이 이승만의 계략에 의해 살해되고 성옥염과 함께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황후,

죽음앞에서도 자신의 소명을 다했는가 돌아보는 사명의식앞에 절로 숙연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딱같음을 알게되는 순간, 소름이 끼쳐진다.

나라마다  최고의 통치자가 있고  통치자 수하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서 일을 한다.

그들의 일이란 것이 조국을 위한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겠다. 자신이 모시는 윗분의 일에 누를 끼치지 않고 스스로의 소명을 다하기만 하면 좋겠는데  어쩌자고 자신의 안위와 자신의 富와 權力이 우선시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친일파로서 나라를 팔아먹어도 부끄러움은 커녕 당당하기만 하던 친일파들의 파렴치함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모습이 어쩌면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지, 어쩜 그리도 잘 이어받았는지...

날이면 날마다 신문이며 뉴스이며 새로운 이름과 얼굴들이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는지, 부끄럽다.

 

12월이면 대선이다.

대통령이 되어야 할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기고만장한 저 자신감들은 대체 어디에서 솟아나는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찾아볼 수 없고 모두가 자신이 가장 잘 낫다고 하니 이러다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은 아닐지...

날씨도 더운데 별 걱정을 다하는 사람이 비단 나 뿐이랴.

 

남을 나보다 낫다고 인정하는 사람,

자신의 부와 권력보다는 조국을 위해 죽기까지 할 사람,

이런 사람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한표를 행사할텐데...

 

조선의 마지막 국모 윤증순,

여리디 여린, 그렇지만 강한 그녀의 조국사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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