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 문학동네
김주영 선생은 나랑은 아주 친숙한(?) 사이이다.
이렇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함께 앉아서 식사를 몇끼씩이나 함께하고,
문학강연을 들으며 선생의 글을 낭독하고, 선생이 사주신 맥주도 마시고 바베큐로 안주도 먹고,
거나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시고, 받은 강연료를 동행한 이들을 위하여 밥을 사고 술을 사고 바베큐를 사주시던 때,
풍림콘도 바닷가에서 하얀파도가 밀려왓다 밀려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밤늦도록 소주를 마시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하던
정말 멋진 추억을 가지게 해주신 김주영 선생님과의 여행은 청송 주왕산과 제주올레길을 함께 걸으면서이다.
그리하지 않더라도 오래전부터 나는 그 분의 팬이었다.
'객주'를 시작으로 '멸치'나 '홍어'.'달나라 도둑'..에 이르기까지.
잘가요 엄마,
이 책은 선생의 유년시절을 기억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써내려 간 글이다.
다른 책에서도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았던 고단한 시절을 알고, 아버지를 향한 보이지 않는 갈망을 알고 있었지만
이 글을 통해서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새벽3시에 걸려온 전화는 특별한 장난전화가 아닌 다음엔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났고, 그로인해 지금까지 누리던 평안함과 안녕함이
단번에 깨어질 수 있다는 것은, 팔순을 넘으신 부모님을 둔 자식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벽3시에 걸려온 아우의 전화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렸고, 아흔이 넘은 어머니의 상태를 알고있던터라 미리 예고된 일이지만 작가는
잠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여행을 떠난 아내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다니는 직장에도 연락하지 않은채,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어머님의 장례식을 향하여 출발하는 '나'는 어쩌면 노인용양원에서 죽어간 어머니의 염습과 장례에 관한 어수선한 절차를 아우가 이미 끝내고 기다려주길 바랐지만 아우는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을 형님과 함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무허가의 화장장에서 한줌 먼지가 되어나온 어머님을 모시고 두 형제는 어머님의 유해를 안고 합강이 보이는 산을 오른다.
합강이 보이는 그곳은 '나'가 초등학교때 소풍왔을때의 기억을 더듬게 한다.
한번도 월사금을 낸 적이 없는 '나'를 미워하는 학교선생님은 무슨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나'를 체벌하고 매를 때리고, 그런 '나'에게 친구들은 가까이 하질 않는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은 울타리도 없고 마당도 없어 누구든지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집이라 '나'는 돈을 벌러 나간 엄마가 안계신 빈 집에 들어가질 못하고 늘 동네를 배회한다.
가난과 외로움과 따돌림으로만 기억되는 유년시절,
'나'를 위로하고 '나'를 반겨 맞아주는건 외사촌 누나 '애숙'이다.
그런 어느날 등장한 새아버지는 '나'에게서 어머니를 빼앗아가고, 더욱이 마음둘 곳을 찾지 못한 '나'는 권씨네의 배넷병신인 '정태'와 어울리게 된다. 누구도 '나'를 인정하지 않고 '나'를 받아주지 않지만 정태만은 '나'를 인정하고 '나'의 말이라면 뭐든지 따라줌으로 청소년기의 '나'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새아버지와 아우와 '나' 사이에서 어머니는 '나'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눈물을 짓는 날이 많아진다.
외할아버지는 징용에 내보내기 싫은 큰아들을 위하여 권력을 이용하고 결국 유부남인 '나'의 친아버지에게 딸을 내주지만 결국 큰외삼촌은 징용에 끌려가게 되고 이후로 소식이 없는 큰외삼촌을 어머닌 아버지보다 더 기다린다.
애숙이 외사촌인줄 알았던 '나'는 애숙이 친누나라는 사실에 다시한번 공황상태가 되고 알뜰히 챙겨주던 애숙이 누나에 대해서 이해를 한다.
애숙이 외삼촌의 희생제물로 다시 정태에게 결혼하기로 한 사실을 앎으로 어머니는 애숙일 도시로 내보내고 자신과 같은 삶에서 구원해낸다.
두명의 남자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오십리밖에는 나가보지도 않으신 어머니,
아들을 위해 딸을 희생시키는 외할아버지는 딸에 대한 미안함 보다는 가문을 이어갈 아들이 소중햇던 것일까
그럼에도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으며 징용에 끌려간 큰오빠를 해가 지고 나이가 지도록 기다리신 어머님의 恨,
아우의 아버지는 징용에서 살아왔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남은 평생을 어머니에 기대어 살게되지만
흔한 혼례식이나 언약식도 없이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평생동안 느꼈던 수치나 부끄러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의 도리들,
장한어머니 상을 수상하면서 기어코
'나는 상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 절대로 그 상을 받지 못한다, 아들을 배곪기고 두 남자를 거쳐 살아온 내가 상을 받을 수는 없다'며
자신을 비하시키는 어머니.
어머니를 떠나 살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책임감이나 그리움 보다는 의무감처럼 보내드린 용돈과 병원비로 이미 자신이 할 일을 다했던 것처럼 무심하게 지내온 지난한 날들..
어머님의 유해가 먼지가 되어 신발에 얹히고 옷에 묻히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이 땅에 아쉬움이 많아서 쉽게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우와 '나'는 어머니에 대한 아픈 추억과 힘든 기억들을 조곤조곤 이야기 하며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신다.
고향을 떠나던 날부터 지금까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커녕 고향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지독했던 가난, 고단했던 어머니, 새아버지의 완고함, 마음을 붙이던 애숙누나와 정태가 떠난 고향,
때리고 때리고 미워하고 미워하던 학교선생님, 곁을 주지 않았던 친구들.
그런 고향을 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를 보내고 아우와 함께 걸으며 외삼촌댁을 둘러보고,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갔었던 장춘옥이란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어보고
어머니가 홀로 살고 계시던 집에 가서 어머니의 핸드백을(비닐핸드백이었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악어가죽인줄 알았던) 들여다보고, 한번도 바르지 않은 립스틱을 만져보며 어머니가 여자란 사실을, 어머니가 가신뒤에야 되짚어보는 (어쩌면 평범한 아들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부음을 받고 장례식을 마치고, 다시 어머니의 옛시간을(이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돌아보면서 2박3일간의 일들을
자잘한 그림처럼 펼쳐 놓았다.
어머니,
강물처럼 흘러가는 어머니의 몸과 마음, 그 속에 담겨진 수많은 아픔과 그리움,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는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짙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내가 어머니가 되어 있었고 그제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 후로도 어머니의 그리움을 채워드리지 못한채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언제까지나 거기계실것 같은 어머니,
어느순간 이 땅에서의 호흡이 정지하고 이 땅에서 입엇던 옷을 훌훌이 벗겨드리는 시간이 되어야 진정 어머니의 사랑을 알아차리는 것일까.
먼지처럼 나폴거리며 하늘로 훨훨 오르지 못한채, 옷섶에, 구두끝에 얹힌 어머니의 마지막을 바라보기만 하는 자식의 헛된 마음과 무심한 마음까지도 사랑하며 떠나지 못하는 간절한 어머니의 사랑을 글로써 확인하는 마음에 슬픔이 긴 가뭄에 갈라지는 논바닥처럼 나를 아프게 한다.
'나는 잘있다. 늘 잘 묵고 잘 놀고 있다' 라는 엄마의 거짓말을 어제도 들으며,
정말인 듯이 믿어주는 나의 마음을 우리엄마도 아실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축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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