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먹는 사람들
조매제
빈처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신경숙 / 서하진 / 은희경 / 전경린 지음 "창비"
독서의 계절이다.
책 읽기에 더 없이 좋은 날들임은 틀림이 없다.
추위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데 부질없는 하늘은 자꾸만 높아만 간다.
하늘이 높아지는 만치 공간이 넓어지고, 넓은 공간에 바람이 세차지고, 햇빛과의 거리가 먼 만치 우리네 몸은 자꾸만 움츠러드는건가 보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다른 때보다 오히려 줄어든 독서시간들,
사무실 일이 잦아지고, 성대결절로 인해 일주일에 몇번씩 다녀야 하는 병원행과 새생명전도축제를 위한 부치개전도까지.
모든 일은 항상 그렇다.
한가할 때는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한가하고 바쁠땐 눈도 코도 뜰새 없이 바쁜 그런 것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분주하고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나니, 어느새 11월앞에 내가 서 있다.
텅 빈 채로...
서하진은 우리 고향(영천) 사람이다.
어디서 얻어걸리는지 몰라도 옆에 살고있는 동생은 이상한 말들를 잘 듣기도 하고 들은만치 잘 써 먹기도 한다.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가 반갑다"라고 하니...
언제 어디서 영천까마귀를 만났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서하진의 고향이 영천이 아니어도 그의 글은 내 구미에 착착 감긴다.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책의 말미엔 늘 아쉬움이 남고 다음 책을 기다리는 나는 목이 타고 애가 탄다.
한동안 잠잠한 것이 궁금해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조매제'라는 글이 소개되고, 그 책을 차다보니 이 책을 만났다.
신경숙의 '감자먹는 사람들'과 서하진의 '조매제', 은희경의 '빈처', 전경린의 '안마당이 있는 풍경'이 함께 실린 책이다.
책을 훑어보니 중편의 소설들이 빼곡하고 마지막 부분에 정소영(인천예고)씨와 황도경(문학평론가)의 이메일 해설이 실려져 있다.
또한 문장 곳곳에 나오는 단어들을 풀이해 놓기도 하고, 자세한 설명을 위하여 사진까지 곁들여 놓았다.
내용중에 '감자먹는 사람들' 과 '조매제'외에는 이미 읽은 내용들이지만 다시 읽으니 새롭다.
신경숙, 서하진, 전경린의 글은 어딘가 닮아있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면 아둔하고 부족한 나는 뭐라고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가 없다.
다만 그들이 표현하는 문체들이 질기게 기억되고 부셔질듯 아릿한 아침이슬같은 표현들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내용 역시 충분히 공감이 가기도 하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 수 있고, 현재 내 이웃이, 친구가 겪어가는 삶의 모습인 것도 같아서 전혀 낯설지가 않고 그로 인하여 이해력이 커지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은희경,
빈처와 리기다 소나무 등의 몇편의 글을 읽을 때, 그의 글 역시 내 마음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어느해인가, 일년에 몇권씩의 글을 쏟아내는 그녀가 마음에 걸리더니, '마지막 춤은 아빠와 함께'라는 글을 읽곤 나의 염려가 현실적인 모습으로 찾아옴으로 그의 글을 무 자르듯이 싹뚝 자르고 말았다.
물론 지금도 철저히 외면하는 나의 자존심은 내가 얼마나 합리적인지 못한 인간인지를 깨우치게 한다.
신경숙과 서하진 그리고 전경린
그들은 박경리, 박완서 선생님의 뒤를 이을 여성 작가들이 아닌가 싶어진다.
진솔하면서도 축축한, 축축하면서도 무거운, 무거우면서도 나비가 춤을 추듯 명쾌하고 즐겁게,
그리하여 읽는 나로 하여금 책이 줄어듦을 아쉬워하게 하고, 다음에 나올 책을 흥분되게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꺼번에 읽어 내리지 않고 맛있는 과자를 야금야금 먹어가는 것처럼,
아끼며 읽어가는 내내 나는 행복하고 즐거웠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으로 증명하라 (0) | 2012.11.16 |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0) | 2012.11.08 |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 (0) | 2012.09.25 |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0) | 2012.08.24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0) | 2012.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