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

여디디아 2012. 9. 25. 13:45

교보문고(신간)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김근배/2012년 06월 24일/480쪽] [OK캐쉬백]

 

 

김근배 지음 / 테라스북

 

 

"나, 이은..... 11살에 죽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큰 죄인으로 살아야만 했던 황태자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은 한 남자의 침묵의 고백! 

 

슬픔....

진정한 슬픔은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내가 느낀 가장 큰 슬픔은 무엇일까.

최근들어 신문을 펼쳐도, 뉴스를 쳐다봐도 모두가 슬픈 소식들 뿐이다.

전국 각처의 남자, 70대에서부터 10대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농부, 학생들, 무직의 청년, 보통의 가장, 군대에서 휴가나온 군인들에 이르기까지

네살의 유아에서부터 여자라면 닥치는대로 해코지를 하는 세상이 나는 참 슬프다.

그뿐인가,

정치는 안하겠다던 조용하던 남자가 대통령이 되겠다며, 모든 것을 아우르며 나아가겠다던 남자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구누구인지도 모른채로 골라가며 마음에 드는 묘소만 찾아 인사를 하는 일도,

끝까지 훌륭한 교수로 남아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앞장서며 후학들을 양성하여 훌륭한 지도자로 남아주길 바라는 또 한 남자는 양면이 뚜렷하게 다른 모습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열을 올리는 모습이, 난 슬프다.

신문도 티브이도 , 여字,야字라는 말만 들어도 홱~하고 돌려버리고 말게 되었다.

보기 싫다는 이유로 티브이 채널을 바꾸고 신문을 덮는 자유로운 이 마음이 슬픔일까마는..

 

근래들어 마지막 황후를 비롯해 조선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건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건가.

특히 나는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며 아무리 들어도 머리에 쌓이지가 않고 귀에 고속도로가 생긴듯이 듣는 즉시 쏙쏙 빠져나간다.

책으로 읽어도 완전하게 이해하기 보다는 고개만 끄덕인채로 지나는 것이 더 많음을 솔직히 고백하기로 하자.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

고종황제의 셋째 아들로서 순헌황귀비 엄씨에게서 태어났다.

귀인 장씨에게서 난 아들 의친왕이 있었지만 순종 다음 서열로서 왕세자비로 책봉되었다.

일본이 대한민국을 야금야금 삼키려고 하던 세월에 일본은 11살의 유길(이은의 애칭)을 볼모로 잡아간다.

겉으로는 일본에서 유학을 한다는 조건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어린 왕세자가 볼모로 잡혀갔음을 알았으며 가슴아파 하였다.

사랑하는 유길이를 일본으로 보낸 고종황제와 이 은의 어머니 엄황귀비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지만, 11살의 이은이 일본에서 겪었던 설움과  그리움도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왕실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어려서부터 남다르게 영특하고 똑똑한 이 은은 일본에서도 조국의 해방을 꿈꾸며 

조선인들이 받는 핍박에 분노하며 언젠가는 이 모든 모욕감을 갚아주리라 벼른다.

 

이 은을 볼모로 잡아간 일본은 일본의 황실에서 마사코란 여자와 정략결혼을 시킨다.

다행인 것은 이 은과 마사코는 정략결혼의 피해자들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를 아끼는,  진심어린 사랑을 하게된다.

이 은을 사랑하는 마사코는 이 은의 처지를 이해하고 일본이 조선에 휘두르는 폭력에 가슴아파한다.

일본인이지만 끝까지 이 은을 사랑하고 덕혜옹주를 위하여 마음쓰기를 아끼지 않으며 조선왕실의 가족이 되기를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어리석게도 마사코가 이방자여사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한심한 나를 발견했다. ㅋㅋ

 

이 은과 마사코가 낳은 황세자 이 진, 

조선에 잠시 들른 그들에게 일본은 어린아기를 죽이기까지 한다.

진이가 죽은 후, 마사코와 이 은의 괴로움은 세상의 모든 부모가 느끼는 슬픔일테지만 그들에게는 그보다 더한 슬픔을 얻게 한다.

결국 일본도 조선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이유로 마사코와 이 이은의  결혼은 위기를 맞이하지만 그들부부는 슬기롭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둘째 아들 이 구를 얻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친왕,

그의 진정한 속내를 어찌 알 수가 있을까만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고통스러워했음을 알 수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본의 앞잡이인 윤덕영과 한창수 같은 사람이다.

자신의 안위와 명예와 권력과 부를 위해서는 나라까지 팔아먹고도 뻔뻔한 그들,

아직도 우리주변에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

 

왕세자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의 고독함이 책을 읽는 내내 울적하게 한다.

이국땅의 어느 외진 방, 하루종일 커튼이 내려져 있어야 하고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는 곳에서

조선을 바라보며 부모님을 생각하고 형제자매를 그리워하고 조국의 약함에 울 수조차 없던 남자,

진정한 슬픔이 어떤 것인지... 배우게 되었다.

 

가을볕이 따사롭고 가을 하늘은 한 점 부끄러움없이 맑고 높다.

자유로운 이 땅, 그 누구도 나를 얽매이지 않는 오늘 이곳이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

이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는지를 생각하니 새삼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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