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숙 지음/ 문 학 동 네
해가 바뀐지 5일째,
어제같은 오늘이고, 오늘같은 내일이고..
지난해와 같은 시각에 잠이 들고, 눈을 뜨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과 일한다.
이런 지긋지긋한 일상이 '무탈'이며 '안녕'이며 '평온'이란걸 이제야 알다니...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며 같은 사람과 비비적대며 살아간다는 사실은,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있음' 이란 엄연한 현실을
이제서야 감사이며 진실로 감사할 일이란걸 깨닫다니..
역시 신경숙이다.
'엄마를 부탁해' 이후에 처음으로 대하는 글인듯 하다.(아니다. 한두권 더 읽은것 같다).
작가들이 책을 많이 출간할수록 의미도 흐려지고 습관처럼 한권을 내보낸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들이라도 자주 자주 출간하는 모습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내겐..
한동안 신앙서적을 읽다가 모처럼 읽은 신경숙의 책,
모르는 여인들..
7편의 단편들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화분이 있는 마당'은 이미 읽은 것이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음미하듯이 읽었다.
중복되었다고해서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은건 다시 읽어도 다른 느낌이 이유일 것이다.
세상 끝의 신발..
화분이 있는 마당..
그가 지금 풀숲에서..
어두워진 후에..
성문 앞 보리수..
숨어 있는 눈..
모르는 여인들..
어느 하나도 모자람이 없이 가득한 내용이다.
신경숙 특유의 은밀함과 따뜻함,
기어히 찾아내고마는 사람다움과 어우러짐들,
풍요속의 빈곤처럼 어디선가 허덕이며 헤매이는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세련되어지는 세상에서 조금은 무디고 조금은 어눌하게 머물고 있는 사람냄새나는 세상,
그들이 엮어가는 일상의 언어들이 과장됨 없이 펼쳐져 있다.
엄마를 부탁해로 미국에서도 유명해진 신경숙,
그녀에게 교만함이나 오만함이 느껴지지 않기에 그녀의 마음은 내게 따뜻하고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가끔 투박하고 가끔 진솔하며 가끔은 가슴을 쥐어짜게 하는...
그러고도 모자라 가슴을 절이게 만드는 결정체들.
여전히 그녀가 풀어내는 낱말들은 보석처럼 빛을 내고, 향기를 품어낸다.
책을 덮으면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
외롭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며 토닥이듯이.
어제와 같은 오늘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병상에 누운채로 고통속에 신음하고
누군가는 그런 환자를 남겨두고 이혼을 요구하기도 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고 제발 투정하지 말자.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사실인지를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만 않을 것이다.
한번 읽어보세요.
새해에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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