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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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12. 1. 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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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로빈슨 / 유향란 옮김         출판/ 랜덤하우스

 

 

미국 아이오와 길리아드라는 소읍이 소설의 주무대이다.

길리아드는 성경에 많이 등장한 곳인만큼 소설의 내용또한 성경적이다.

길리아드라는 뜻은 '정신적, 육체적 온전함에 대한 소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역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진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이다.

 

로버트 보턴목사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이에 8남매의 자녀를 두고 있다. 

목사를 아버지로 둔 자녀들은 어릴적부터 신앙으로, 교회안에서 목사의 자녀라는 틀안에서 예의바르고 모범적으로 자라났다.

모든 가정이 그러하듯이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인가 보다.

잭이라는 아들은 어릴적부터 목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르지 않고 삐딱한 성격으로 혼자만의 세계를 꿈꾸며

모범적인 이미지가 아닌 동네 사람들에게 비아냥을 당하는 말썽쟁이 아들이다.

 

 막내딸인 글로리가  약혼자와 파경을 하고  직장을 그만둔채 아버지가 계시는 아이오와로 돌아온다.

어린시절부터 길리아드가 별로 좋지 않았던 글로리였지만, 늙고 병든 아버지가 계시는 집은 그녀를 편안하게 맞아주고 쉴 수도 있게 해준다.

약혼자로 인하여 받았던 상처는 그녀를 혼자이게 만들고, 후회하게 만들고 또한 스스로를 혼자이게 한다.

그런 어느날, 집을 떠난지 20년만에 아들 잭이 중늙은이가 되어 돌아온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탕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20년동안 집을 떠나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허랑방탕한 생활을 한 그를 아버지 보턴목사는 한시도 잊지 않고 그를 위하여 기도하며 잭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잭이 탕자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아버지 보턴목사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맞이하고, 동생 글로리는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 오빠를 쓸쓸하게 맞이하며 집에 안착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또한 그로인한 자신의 삶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며 곤란해 하기도 한다.

 

슬픔으로 똘똘 뭉친 남자,

불행에 익숙한 남자,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돌리는 남자,

글로리의 눈에 비친 잭의 모습이다.

고향에 돌아왔지만 가족외에는 누구도 그를 반겨주지 않고 동네에서 작은 도둑질이 발생했을 때,

글로리를 비롯한 동네 사람들은 그를 의심한다.

그런 고향에서 잭은 결국 다시 고향을 떠나게 된다.

 

책의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식사를 하고, 낮이면 채소를 보살피고 쿠키를 구워서 나누고..

어린시절 이야기로 추억을 되새기고,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더듬으며,

이웃에 살고있는 에임스목사와 의견충돌을 일으키면서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임에도

어쩐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울림이 있는 글이다.

 

아버지가 믿는 하나님을 인정하고 싶지만 끝내 인정할 수 없는 한 남자의 신앙과

습관적으로 하나님을 믿어가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을 것도 같다.

믿는 사람들이 믿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눈,

남들은 이해가 되지만 내 가족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용서할 수 없는 신앙인의 철저한 자기기만의 모습이 안타깝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 나 또한 자유할 수 없음을 고백하자.

 

고향,

부모님이 계심으로, 가족이 있음으로, 나를 받아줌으로 진정으로 안식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그러나 나의 모습이 분명하거나 명확하지 않을 때, 고향은 어쩌면 지옥같은 곳이 될 수도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래저래 사람은 성공해야 하며 남들앞에서 죄인의 모습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진실이다.

 

구정이다.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럽고

고향에서 돌아올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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