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해를 품은 달

여디디아 2012. 1. 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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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궐 지음/  파란 출판사

 

 

'해를 품은 달' 

왕이 해(太陽)을 일컫고, 그 태양을 품은 여인이 달 (月)이라는 뜻이다.

그 옛날에도 사무친 그리움과 애잔한 사랑이 존재했을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지니 조선시대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양은 똑같았음을 깨닫는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기와 질투로 인해 사람을 죽이고, 출세와 권력을 위해 숱한 피를 흘리고 살륙하고..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의 욕심은 끝간데를 모르고, 나 하나의 안녕을 위해서는 주변의 사람을들 상처받게 하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채, 살아가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어리석게도..

 

왕세자인 훤과 규수인 허연우의 사랑이야기이다.

훤의 스승인 허 염으로부터 동생 연우를 사모하게 된 세자와 연우의 연서들이 오감을 시작으로 이들의 사랑은 시작된다.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죽음으로 치닫고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기막힌 일들은 왕궁이기에 가능했고 왕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타깝고 애닯은 사랑의 이야기는 읽는내내 눈물을 가져오고 때론 미소를 짓게 하고 밤이 깊은줄 모르고 겨울밤을 지나게 했다.

그 사랑의 이야기는 여기선 접어야겠다.

 

글을 읽으며 내 마음에 담은건 '관계'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부모와 자식, 동기간의 관계, 주인과 종, 부부간의 관계와  숱한 여자를 거느렸던 왕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고독한 결단과 태생의 의미..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으리라 여긴다.  

서자로 태어난 설움은 아무리 영민해도 벼슬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신분의 격차는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이기나 한 것처럼, 숙명처럼 운명을 받아들이는 이들, 제운과 설..양명군. 

신하의 신분이지만 자신의 삶을 원망하기보다는 주군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조차 아끼지 않는 그들을 읽는 내 마음이 아프다.

한 아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중전이 아닌 어머니를 빌려 태어난 양명군의 아픔과 그 아들을 바라보는 서글픈 아버지의 마음,

그 아들의 무사안위를 위하여 스스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서러움.

 

시대를 잘못 태어난 동생 허연우를 안타까워 하는 오라비 허 염과, 책을 가까이 하는 딸에게 회초리로 다스리는 아버지의 근엄함은 딸을 향한 사랑이기 때문임을 알고 있기에 더욱 안타깝다.

낳아준 어머니보다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마님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제운의 눈물과 그런 아들의 재능을 아까워하며 아깝다를 연발하는 제운 어머니의 고통,

종의 신분이라 이름조차 '이년'이 되어버린 설이에게 '설(雪)이라 이름 붙여준 도련님을 잊지 못해 평생을 연모하다 그를 위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순간까지, 허 염의 무사를 기원하던 설이가 진정 사랑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지.  

모든 것을 가지고도 하나를 더 가지려는 마음으로 크나 큰 죄를 져야하는 민화공주의 욕심은 지금도 가진 자들이 드러내놓고 부려대는 욕심이나 탐심이 아닐지.

 

주인공인 훤이나  연우, 그리고 허염과 제운, 양명군과 설이까지..

모두의 삶이 힘겹고 고단하다.

자신이 처한 위치가 어느 곳이든지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삶을 받아들이는 그들이 진정 신하이며,

훤, 양명군, 허 염, 제운,

위험에 처하면서도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고 나를 건너서 친구를 지키려는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신선하고 멋들어지는지.

권력이 아귀다툼 하는 궁궐에서 욕심을 버리고 울타리가 되어 주려고 애쓰는 그들의 우정이 왜 지금의 정치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지... 가장 안타깝다.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 사랑이 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사랑임을 우리는 잊고 사는건 아닌지.

이성간의 사랑만이 전부인 듯 헛갈리는건 아닐까.

인간적인 마음을 조금씩 접음으로 우리는 사랑의 빛을 잃어감을 또한 잊고 있다.

서로를 믿어줌으로 사랑을 회복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울다가, 웃다가,

읽은 글씨들을 또다시 확인하는 즐거운 문체까지 재밌다.

 

 

이 한 문장으로 '해를 품은 달'의  사랑이야기를 정리한다

'비록 오랜 세월 몸은 떨어져 있었으나, 둘은 같은 날 설레고,

같은 날 싹을 기다리고, 같은 날 서로를 상상하고,

같은 날 울고, 같은 날 그리워하며 같은 곳을 보았고,

같은 날 만났다." (p.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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