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최 인 호 지음/ 백종하 사진/ 랜덤하우스 출판
선입견이란 것이 있다.
최인호란 작가는 내게 어떤 선입견이 있었던 것일까?
유명세가 큰만큼 나는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그 유명한 유명세에 함께 탑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아무튼 그의 글은 관심이 없이 지나치고 말았는데 '인연'이란 책은 무슨 끌림이 있었을까.
'덕혜옹주'와 '이상 문학상'을 읽고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그의 마음이 전해지고 나도 모르게 어깨를 기대게 되었으니..
'최인호의 인연'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잔잔한 삶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것은 저절로 된 것이 하나도 없으며 아주 작은 흙 한톨이라도 인연임을 설명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어느새 감동이 내 온 몸의 구석구석을 스멀거리에 한다.
1부 : 나와 당신 사이에 인연의 강이 흐른다.
2부 : 인연이란 사람이 관계와 나누는 무늬다.
3부 : 우리는 모두 우리가 나누는 인연의 관객이다.
그렇게 나뉘어진 소제목 아래로 끈끈한 사람들의 삶의 무게와 모습과 빛깔이 어느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그려진 것은 그만치 진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예전부터 '가족'에 대한 그의 글은 유명하다.
이번 글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많이 그려져 있다.
일찌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무침,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효심과 그리움,
아버지 같은 형님과 누이들과 동생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딸과 아들과 손자에 대한 사랑까지.
가족자랑으로 팔불출이 되기를 원하는 작가의 마음까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 또한 가족의 소중함을 여실하게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만방자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다시금 겸손할 수 있게 된 것은 미국의 어느 방에서 집어들었던 성경책이며 예수님의 산상수훈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는 말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예수님과 하나님을 받아들였다는 고백이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에 감격하며 하나님을 전하고자 과감하게 신앙고백을 하는 것도 특별하다.
글을 씀으로 더욱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작가를 기대해 본다.(작가는 천주교 신자이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우리가 만나는 순간과 시간과 작은 먼지하나에도 인연을 부여하고
우리가 대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글을 보며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쉽게 지나쳤던
시간들과 사람들과 자연속에 속한 것들에 대하여 미안함이 앞서기도 한다.
한송이의 꽃에도 의미를 부여함으로 열매를 보게하며, 부모님의 팔다리를 주무르던 손과 손에 남아있는 체온과 기억을 잃지 않음으로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이지만 늘 곁에 계심을 느끼는 인연,
옛것을 잃어버리지 않음으로 겸손함을 배우고 가난한 시간들의 인연을 통하여 성장의 기쁨을 배우며
열매를 맺는 꽃들의 순수함을 통하여 열매의 기쁨과 꽃의 향기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배우기도 하는 것..
신혼생활의 고달팠던 삶, 군대에서 들었던 신춘문예의 당선소식, 어려운 형편에서도 글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모습과 형제들의 이야기, 이웃과 지인들의 소중한 인연의 이야기들..
무엇보다 감동인 것은 마지막 꼭지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육체 속에서 살고 있다'는 글이다.
'...우리가 모두 같은 고통의 핏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모두 스스로 가진 것을 버리고,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며, 스스로의 몸을 헐벗게 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에 연연할 수 있다면 이 슬프고 고통스런 세상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지니고 있다. 당신이 지구 반대편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또 다른 지구의 반대편에서 그 누군가가 당신을 위하여 울고 있다.'
그런가보다.
이 세상엔 나 혼자만이 아니란 것이다.
내가 슬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워 눈물 흘리는 그 순간에, 지구 반대편일지라도 그 누군가가 나를 위하여 함께 눈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위안이 되는 것은 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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