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이 별
김형경/ 푸른숲
"우리가 그토록 아픈건 잘 이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상실의 연속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떠나보면서 살고 있다. 때문에 삶이란 단어는 어딘지 슬픔을 머금고 있다. 떠나보내는 슬픔을 소화해 내는 것, 우리는 이를 애도라 한다. 또한 애도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는 것을 내 마음안에 담아 간직하는 작업이며, 상실의 슬픔과 우리 자신의 한계를 반추하여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획득하게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슬픔의 흐름이 막혀 더 이상 흘러가지 못하고 막혔을 때, 그것은 고여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슬픔으로 오염시킨다"
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풍부해지고 단단해진다.
김형경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 특별한 작가이다.
그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늘 외롭고 슬프고 아프고 그래서 더욱 애착을 느끼고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 질기디 질긴 끈을 쥐고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들, 표현하는 방식들, 아파하는 이유들과 아픔의 방식들을 읽으며 어쩌면 내 속에 들어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으며 작가 김형경의 속으로 세뇌되어 김형경이란 이름만 들어있으면 무조건 구입하고 만다.
<사람 풍경>과 <천개의 공감>에서는 심리 에세이를 차근차근히 풀어나감으로 마음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길을 제시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자신의 아픔과 치유의 방법들을 잘 설명하였었다.
'좋은 이별'은 <사람 풍경>과 <천개의 공감>에 대한 결론으로 여겨진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처음 이 땅에 태어나면서 엄마와의 만남에서 부터 수많은 만남을 경험한다.
만나는 횟수만큼 이별하는 일도 많음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지낸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이별이지만 결국은 그 이별로 인하여 우리의 생각이 바뀌고 마음에 상처가 남겨지고 그 상처로 인하여 성격이 바뀌어감을 우리는 모르는체 살아간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내게도 많은 이별이 있었고 나는 그 이별(애도)의 순간들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이별이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아닐까.
어린시절 소꿉놀이에서 어느날 손을 떼던 기억,
최초의 친구인 옆집 섭이와의 헤어짐, 1학년때 먼 곳으로 전학간 친구와의 이별,
수많은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짐, 첫사랑과의 애닯은 이별..
직장동료와의 이별과 정들었던 직장과의 이별들..
그중에 가장 큰 이별은 아버지와의 이별이다.
소꿉놀이에서의 이별은 아직도 망연한 그리움이고, 옆집 섭이와의 이별은 아직도 아득한 보고픔이며 한번쯤 만나서 그 아이를 확인하고픈 안타까운 이별이다.
아버지와의 애도는 슬픔이 무엇인지, 슬픔과 이별의 조건이 딱 들어맞는 애도의 기간이었음을 책을 읽으며 느꼈다.
우리가 아파하는 것은 좋은 이별을 하지 못했다는 말에 공감을 한다.
헤어진 연인을 못잊어 하며 가슴아파 하는 것도 돌아보니 아름다운 이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굴가득히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는 그를 두고 자리를 박차고 돌아서던 나의 모진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서 아직도 가슴이 시린건지도 모른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그토록 오랜 시간을 눈물로 보내고, 어쩌면 묻힘으로 어쩔수 없이 돌아가셨을지 모른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던 마음도 아버지와의 이별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애도하는 방법과 치유되어야 할 마음들을 4장으로 구분하여 좋은 이별과 이별에 대처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1장 - 사랑의 다른 이름, 좋은 이별
2장 - 돌아오지 못한 마음, 사랑은 그 자리에
3장 - 거두어온 마음을 어디에 둘까
4장 - 이제 나는 행복을 노래하련다
좋은 이별과 이별후의 마음 정리하기, 거두어온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몰라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마음알아가기, 치유후에 느끼게되는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기..
책을 읽는내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헤어진 일, 용서하지 못한 마음, 끝이라 여겼던 마음, 아릿한 통증으로 아파하던 일, 스스로 은폐하며 숨어버리고 싶었던 일..
그런 일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삐뚤어지게 함을 알지 못했기에 늘 같은 잘못을 하면서 밝은 눈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어두운 눈을 가지게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좋은 이별을 하며. 애도의 방법을 앎으로 자신을 피폐하게 하지 않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삶을 살아내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배운다.
앞으로도 우리는 떠나보내야 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에 당황하지 않고 잘 떠나 보냄으로 자신을 지키고 떠나는 이와의 아름다운 기억만을 추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이 세상을 사는동안 이별이 없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