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황순원문학상

여디디아 2010. 1. 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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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박민규 외/ 중앙일보 books

 

 

황순원선생님을 존경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평양출신이셨던 황성수목사님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이 아닐까 싶다.

처녀시절, 서울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때, 황성수목사님은 변호사를 겸업하고 계셨고 평양에서 태어나 숭실대를 졸업하시고 신사참배에 참여하지 않으셨던 분이시며 황순원선생과는 친구(?)였다는 사실을 들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황순원님의 소설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읽었던건 꼭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순수하고 자유로움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사랑이 진실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황순원선생님이 별세하셨을 때, 내 마음속에서도 툭~하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목회하시던 황성수목사님의 별세소식은 중앙일보 부고란에서 마주했다.

한글보다는 영어를 잘 쓰셨던 목사님, 외국에 나가시면 늘 엽서를 보내주셨던 분..

그분으로 인한 영향으로 하여금 내 신앙은 정체성을 찾았고, 사람이 살아가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우치기도 했고 내가 살아가는 내내 그분의 영향은 나를 키우고 성장시켰다.

 

황순원 문학상이 제정되었을 때,   무척이나 기뻤다.

해마다 선정되는 수상작품은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고 가을이면 중앙일보에예심작이 올라올 때부터 나는 기대를 하며 과연 누굴까... 기다린다.

 

박민규 - 근처(수상작이다).

 

호연이란 마흔의 남자는 일상의 건조한 생활속에 파묻혀 살아가느라 결혼도 하지 못한채 노총각으로 살아간다. 바쁜 회사일로 인하여,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편리한 세상에 살아가면서 특별히 결혼의 중요함도 느끼지 못한채 일에 파묻혀 살아가다가 어느날 자신이 간암말기란 사실을 알게된다.

육개월이라는 약속된 시간만이 허락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낙향을 한다.

고향에서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좋은 공기속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죽어가려는 결단을 한 것이다.

 

일찌기 돌아가신 어머니와 일본유학중에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큰아버지는 자신의 호적에 호연을 등재하고 차별하지 않은채 자식으로 길러준다.

사촌형들과 함께 살았던 집에서 남은 생을 정리하는 호연은 유년시절의 친구들과 만나 술도 마시고 식사도 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시절, 다섯명의 친구들이 타임캡슐이란 상자를 만들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을 하나씩 넣어 동네 버드나무 아래에다 묻어둔다. 

세월이 지난날에 함께 파보자는 약속을 하며..

호연이 그 생각을 하고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상자를 찾아낸다.

친구들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친구들과의 만남장소로 간 그에게 이미 다른 친구도 묻어두었던 타임캡슐을 찾아내었다는 말에 호연은 망연해지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안에서 어린시절 자신을 키우던 하늘과 바람과 공기와 물과

풀과 꽃과 나무와 흙과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누림으로 이생에의 삶을 마감하려는 귀소본능은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하던 유년의 때,  

나를 키우던 학교근처, 진학을 위하여 열차를 기다리던 근처, 꿈을 키우며 어른이 되기를 소망하던 근처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던 마흔의 남자의 끝자락의 생..

타임캡슐을 묻은 근처, 친구들과 놀이하던 근처, 친구와 친구들의 근처.. 나와 너의 근처.. 우리들의 근처..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근처들..

 

생(生)을 마무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 아니 우리 모두가 그럴때쯤 갈망하고 찾아가고픈 곳이 生을 시작한 그곳이 아닐까.

갑자기 죽음이 떼강도처럼 뒤통수를 치는 일이 아니라면 누구나 처음 태어났던 그곳에서 힘들고 어려운 이별을 하고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일까?  

 

근처(近處), 단어가 이뻐서 제목을 먼저 설정했다는 박민규.

소설을 읽으며 당연시한 내 근처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침마다 오르는 산의 근처, 내 아이들이 숨쉬는 근처,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숨쉬는 근처와 근처들..

 

단편이지만 읽는 내내 많은것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최종후보작으로는

강영숙 - 그린란드

김경욱 -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김사과 - 정오의 산책

김   숨 - 간과 쓸개

김애란 - 너의 여름은 어떠니

김중혁 - c1=y=:(8):

배수아 - 올빼미의 없음

은희경 -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전성태 - 이미테이션

 

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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