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너는 모른다

여디디아 2009. 12. 24. 12:57

 

너는 모른다

 

정 이 현 지음/ 문이당 출판사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고 마음이 있지만 어느순간이나 어느 사람이나 같을 수는 없다.

'보여지는 나'가 있기도 하지만 '보여지지 않는 나'야 말로 진정한 자신이 아닐까.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의 것들로 하여금 아등바등거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다.

 

가족이란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최초의 공동체이며 최고의 사랑이 있는 곳이다.

여름장맛비에 잘 이겨지는 찰흙처럼, 유치원 아이들의 고사리같은 손으로 조물락거리는 고무찰흙이 그들의 손으로 빚는대로 만들어지는 작품처럼, 말랑거리는 사랑이, 막 쪄낸 빵이 뿜어내는 하얀김처럼, 이스트향이 번지듯이 온기가 번지는 그런 곳이 가정이며 가족이다.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지갑속에 먼지가 날리고 언제쯤이면 봉투가 좀 더 묵직해질까.. 가늠하며 쪼개고 쪼개어도 남는 것이 없는 평범한 가정이 아닌, 월급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좋으며 떠나고 싶을때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통장엔 잔고가 걱정하지 않을만치 쌓이고, 지출한 다음날이며 지출한 액수보다 더 많이 입금되어짐으로 돈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는 가정이다.

2백만원짜리 핸드백을 들고 백만원짜리 구두를 신음으로 강남포스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탈렌트같은 여자와 교만해질대로 교만해져 옆사람과 눈도 맞추지 않으며, 가슴에 붙은 그림으로 브랜드의 가치와 티셔츠의 가격을 알아내며 골프공의 색갈로 이미 골프회사의 회계사정까지 훤하게 알아내는 남자,

날마다 맛이 다른 피자를 먹고, 상표가 다른 치킨을 먹는 가정이 있다. 

 

중국을 오가며 무역업을 하는 김상호는 장기밀매업을 하고 있다. 

직업처럼 어딘가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역시 비밀스러운 사람들을 만나며 부를 축적하며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줄 아는 사람이다.

첫번째 부인인 강미숙으로 부터 낳은 딸 김은성은 집을 나간채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아간다. 부모의 이혼으로 피폐해진 그녀는 스타킹을 바꾸어 신듯이 남자를 바꾼다. 잘 갖추어 입은 옷을 입은 후 스타킹이 반드시 필요하듯이 메마른 그녀의 삶에는 늘 남자가 소지품같은 존재이다.

아들 김혜성은 의과대학에 입학을 했지만 학교에는 나가지도 않고 등록금을 받아 유흥비로 쓰고 있다. 새엄마와 한집에서 살지만 여전히 그는 외로움에 서툴고 결국은 밤이면 몰래 집을 빠져나가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도망하는 방화범이다.

김상호의 둘째부인인 진옥영은 대만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김상호와 결혼후 귀화함으로 한국국적을 가진다. 

친정에서는 중국말만 하고 결혼생활에서는 높낮이가 없는, 맛을 내지 못하는 음식처럼 한국말을 하며 김상호와의 사이에 낳은 딸 유지를 키우며 살아간다.

 

이들 가정에 막내인 초등학생 김유지가 어느 일요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소설은 유지의 실종으로 하여금 가족들이 대처하는 모습들을 풀어내며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펼쳐낸다.

 

유지의 엄마인 진옥영은 대만에 원 명이라는 연인을 두고 있다. 유지가 실종된 날, 진옥영은 연인을 만나기 위하여 중국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오랫만에 만난 연인과 즐기고 있고, 김상호는 사업의 일환으로 비밀리에 동업자와 만난다.

유지를 돌보라는 새엄마의 부탁을 받은 혜성은 갑작스러운 누나친구의 연락을 받아 누나에게로 달려가 누나를 보살핀다.

혼자남은 유지는 블러그에서 만난 하울카라는 언니를 만나기 위하여 처음으로 혼자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안양으로 가고 거기서 겨울바다를 보고싶다는 유지와 하울카는 대부도로 간다. 

대부도에서 돈이 없는 하울카는 현금지급기를 찾아다니느라 유지를 식당에 맡기고 하울카가 오지 않자 유지는 어딘가로 혼자서 떠돌아 다니며 길을 잃는다.

 

김상호는 거래처의 동업자를 의심하며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사설탐정에게 유지를 찾기 위하여 의뢰하고 혜성은 전단지를 만들어 유지를 찾아다닌다.

한번도 돌아보지 않던 유지의 실종에 은성은 친구들과 모의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친구 재우를 의심하기도 한다.

진옥영은 유지의 생부인 원명(밍밍)에게 연락을 취하고 밍밍은 유지를 찾기 위하여 한국으로 들어와 연인과 함께 딸을 찾기 위하여 동분서주한다.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유지가 집을 나간후, 처음부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못한건 김상호의 질못된 삶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함으로 자신의 모든 일들이 노출되는 것이 두려웠고 그로인하여 잃게될 모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유지로 하여금 '짱깨'라는 놀림을 들음으로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게 했던 진옥영은 유지를 위해 학교를 옮겼지만 거기서는 '세컨드'라는 이유로 유지의 친구들이 다시 유지와 멀어짐으로 유지와 진옥영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었다.

연인 밍밍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진옥영은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늘 불편하다.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말씀처럼, 어딘가로 향한 마음은 또다른 사람에게는 늘 온전치 못하고 그로인하여 상대방은 늘 갈망하며 갈증을 느끼게 되는건 당연하다.

 

밍밍의 조언으로 혜성이 실종신고를 하고 얼마되지 않아 청주의 어느 병원에서 유지가 발견된다.

잃어버린 딸과 동생을 찾음으로 비로서 가정은 흩어지는 모래알에서 잘 반죽된 고무찰흙처럼 서로를 찾게된다.

장기밀매업자로 중국경찰에 체포된 김상호를 위하여 일주일에 한번씩 중국으로 면회를 다녀오는 아내, 길을 잃고 헤매이다 결국 행려병자로 발견된 어린 동생을 보며 은성과 혜성은 가족의 의미를 찾는다.

이것이 가족이다고 누군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은 동생을 위하여 인형을 사다주기도 하고 귀걸이를 사다주기도 하고 침대모서리에 앉아서 어린동생의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여름바다의 모래알 같이 흩어지며 등을 돌리며 다른 곳을 향하여 바라보던 이들이 곤경에 처함으로 다시 마주보며 자석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이끌림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가족은, 가정은 힘이 들고 외로울 때일수록 더 큰 힘을 발하고 뭉쳐지는 존재들임을 확인하며 지구상에 있는 모든 가족들이 성탄절을 맞이하여 따뜻한 불빛처럼 은근함으로, 아주아주 오래도록 사랑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 정이현..

어느새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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