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무 도 하(公無渡河)
김 훈 / 문학동네
公無渡河 -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님아 강을 건너지 말랬어도
기어이 건너려다 빠져 죽으니
어찌하랴 님을 어찌하랴 - 여옥의 노래-
'공무도하'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이제 옛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일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위에 소개된 글을 읽고 이 책을 클릭했다.
백수광부의 이야기, 여옥이라는 흔한 조선시대의 여인의 사랑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애잔한 사랑이야기나 강을 건넘으로 가슴시린 사랑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공무도하'라는 제목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도 얄팍한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것.
경남 창야는 어디쯤일까.
경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장마로 인하여 온 동네가 물을 뒤집어 쓰고 이 동네와 저 동네 사람들이 둑방을 쌓기 위하여, 허물기 위하여 물고 뜯으며 싸우다 결국 모두가 물속으로 쳐박혀지는 곳,
창야의 뚝방위에 저녁노을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유년기의 소년과 소녀가 꿈을 키우며 사랑을 키우는 곳, 펼쳐진 스케치북에 스케치된 그림들에 색을 덧씌우기 위하여 분주하게 물감을 섞는 시간이 머무는 곳, 찰나의 시간에 빛깔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
누구나 고향 마을에 이런 기억이 하나씩은 있을법한 아득한 고향의 모습을 장마로 인한 침수사태와 평화로운 마을의 기억을 텔레비젼 화면에서 마주하며 어린시절을 기억하는 출판사 직원 노목희의 고향 창야,
한국매일신문의 문장수 기자가 살아가는 일상의 생활들..
소설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의 일들을 기록하는 문장수기자의 눈에 보이는 사회의 사건들과 사고들을 일일이 드러낸다.
경기도 어느 마을에서 개에 물려 죽은 초등학생의 이야기, 서울 어느 백화점의 화재이야기와 불을 끄는 소방관의 이야기 등..
노목희의 대학선배이자 연인이었던 장철수,
노학연대의 추모집회에서 떨리는 목소리와 밭은 기침으로 그는 연설한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이 연설로 인하여 장철수는 경찰서로 연행되고, 장철수가 연행된 다음날 운동권 학생들(장철수의 대학 선후배)은 모두 경찰서로 붙잡혀간다.
운동권 학생들의 연락망을 가르쳐준 댓가로 최형사를 통하여 해망으로 가게된 장철수는 해망의 바다에서 베트남 여자 후에와 개에 물려 죽은 초등학생의 어머니 오금자와 한집에서 기거하면서 생활하고, 장기를 팔아 후에의 결혼지참금을 갚아주지만 후에와의 관계는 가난한 이웃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뿐이다.
특별한 사랑을 유지한다기보다는 늦은 밤 시간에 달려가 지치고 냄새나는 몸과 마음으로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라면을 먹으며 김밥을 먹으며 분식집에서 얻어온 김치를 찢어먹으며 연인이기보다는 오래된 부부같은 문장수와 노목희는 이별앞에서도 마음이 아프거나 붙잡지 않는 것을 보며 의아한 것은 오히려 촌스런 마음을 가진 나인 것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장철수의 외침속에 들어있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차근차근히 그려진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것이 얼마나 비루하고 치사한 것인지, 그리고 던적스러운 것인지..
작가는 여러가지 사회적인 면과 정치적인 것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인간은 아름답고 따뜻하고 바르고 정직하다고..
그렇게 외치는 청년들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