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아버지의 눈물

여디디아 2010. 2. 4. 13:56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문이당

 

 

몇년전 우리나라의 독서계를 뒤흔든 사람이 있었다.

너무 흔해서 잊어버리고, 가까워서 의식하지 못한 '아버지'란 화두로 글을 씀으로 우리에게 아버지가 존재함을 일깨우고, 아버지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 강인하기만 한 아버지가 그토록 외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우침으로 무심한줄 알았던 아버지의 존재를 수면위로 드러낸 소설 '아버지'..

순간에 인기작가가 된 김진명 작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란 책이 먼저였는지, '아버지'가 먼저였는지....

 

'아버지'에 대한 글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다시금 그날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는지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그래서 감성을 자극하는 '아버지의 눈물'이란 표제로 책이 나왔다,

'아버지'에 대한 낯선 풍경들을 가감없이 보여준 작가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어떤 모습들이 다시금 나를 울리게 하며 이제는 아버지가 아닌 남편을 이해하리란 생각에 집어든 '아버지의 눈물'.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이란 주어진 시간속에 살아가는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옛날의 아버지가 땅을 파고 육신의 고단함을 전제로 헌신했다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육체의 곤고함 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자신을 헌신하며 살아간다.

농촌이 점점 황폐해짐으로 인하여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든 아버지들은 여전히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완수해야 하는 사명이 있고,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유혹을 겪기도 하고, 마음과는 다르게 범죄의 한가운데로 몰리기도 한다.

 

'아버지의 눈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김흥기란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지나치게 평범한 가정의 모습은 마치 우리가정의 모습이 모델이 된 듯하고, 등장하는 이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하는 이야기들이다.

때로는 신문의 한 지면을 통해서, 어느날 아침엔 아침뉴스속에서, 인터넷 뉴스란의 짧은 순간속에서 마주치는 이야기들일 수 밖에 없다.

 

전자공학을 박사인 백박사의 사무실에거 국장이란 직책으로 무탈한 나날을 보내는 김흥기의 큰아들 상인은 지방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위하여 마련해준 돈을 가진채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함으로 집안을 벌집처럼 쑤셔 놓는다.

작은 아들 상우는 고시를 준비하는 일류대학의 법대생이다.

당연하게 엄마는 작은아들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작은 아들의 사이클에 맞추어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며, 무능한 남편에게 불평과 원망을 쏟아내기도 하고 큰아들에 대한 채우지 못한 욕심을 털어내기도 하는.. 엄마이며 아내이다.

 

동생(김흥기)의 뒷바라지를 위하여 중학교를 졸업한 누나 향숙은 애면글면하며 동생을 바라봄으로 동생으로 인하여 기뻐하며 동생의 고통을 보며 더 깊이 아파하는 전형적인 누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형은 누나에게 정직했고 누나는 매형을 신뢰해 불화가 없었다'는 한마디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약속이고 질서가 아니겠는지.

 

성공이니 욕망이니 하는 거창한 이름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허상과 허영으로 인하여 우리는 피폐해지고 서로를 옭아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자라는 자식은 모자람으로, 잘된 자식은 넘침으로 아버지를 아프게 하고, 그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하여 유혹에 휩싸이고, 뒷일을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아버지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아버지를 아버지답게 만든다.

현실을 도피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착한 양심을 버리지 않음으로 넘치던 아들이 겸손해지고, 모자란 아들이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이 삶에 방향과 목적을 설정하게 만들고, 자식에 대한 희망이 스스로의 욕심이었음을 깨달은 아내는 비로서 남편의 고달픈 생을 이해하게 된다.   

 

지나치게 평범한 내용과 특별할 것도 없는 문장들..

그러나 아버지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조금, 아주 조금 이해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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