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말기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11세 미국 소년 브렌든 포스터(사진)의 소원은 남달랐다. “굶주린 노숙자에게 먹을 걸 나눠주자”는 것이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노숙자 돕기 캠페인이 미 전역으로 확산돼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어린 소년이 지핀 사랑의 불씨가 금융위기로 무거워진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 것이다.
짙은 갈색 곱슬머리가 잘 어울리는 둥그런 얼굴에 순하디 순한 눈동자를 가진 브렌든(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거주)이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2005년 8월이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여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통고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통원 치료를 받던 브렌든은 길거리에서 초췌한 노숙자들을 접하게 됐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뭔가를 갖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직접 나서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병세가 너무 악화돼 제대로 거동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년의 애틋한 마지막 소원 얘기가 전해지면서 이웃들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웃 어른들은 차에 샌드위치·음료수 등을 싣고 굶주린 노숙자들에게 달려가 브렌든의 사랑을 전했다. 이를 들은 브렌든은 “내가 좋아하는 햄치즈 샌드위치와 함께 땅콩버터 샌드위치도 꼭 준비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채식주의 노숙자들도 먹을 수 있는 걸 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이달 초 캘리포니아의 코모TV란 지역방송이 브렌든의 이야기를 방영했다. 이에 감동한 어른들이 다투어 노숙자 돕기 운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음식 포장에다 ‘브렌든, 사랑해(Love, Brenden)’란 문구를 적었다. 브렌든에서 비롯된 노숙자 돕기 운동이 애틋한 사연과 함께 들불처럼 확산되자 급기야 CNN·ABC 등 전국적인 방송들까지 가세해 시한부 소년과의 인터뷰를 미 전역에 내보냈다.
특히 가난한 이웃들에게 칠면조 고기와 음식 등을 나눠주는 추수감사절(27일)을 앞두고 이 방송이 보도돼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가냘픈 목소리로 “추수감사절은 베푸는 때”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 덕분에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뉴욕·LA 등 미 전역에서 구호 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26일 브렌든의 고향인 시애틀에서는 2500여 명이 극빈자용 구호 음식을 기부받는 ‘푸드뱅크’로 몰려와 장사진을 쳤다. 이 기관 설립 이후 최대 인파였다. 음식 안에는 “가진 건 별로 없지만 네 이야기에 감동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련다”는 등의 메모들이 담겨 있었다.
브렌든은 21일 어머니 품에서 조용히 하늘나라로 떠났다. 어린 소년은 갔지만 그의 따스한 사랑은 미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