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건 여러가지를 의미한다.
좋아하던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낯선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익숙한 것들은 예의마져 잊어버리고
좀 더 철면피해지고 좀 더 고집스러워지고 더 많이 내가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고집은 아집으로, 아집은 남을 배려하지 않은 지독한 이기심으로
그래서 닿는 곳은 자아만이 싱싱하게 살아 펄떡거리는 나에게로,..이다.
언제부터인지 눈이 두렵고 무섭다.
서툰 운전도 이유가 되겠고, 육중한 몸무게도 이유가 되겠고, 점점 떨어지는 순발력도 이유가 된다.
넘어지면 창피한 것은 두렵지 않으나 다치는 것이 두렵고, 다쳐서 꼼짝 못하면 출근도 하지 못하고
병원을 다녀야 하는 것이 싫고, 며칠만 지나면 인상을 쓸 일이 뻔한 남편의 얼굴을 또한 생각하기 싫다,
그런데도 눈은 내린다.
내 마음의 두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은 겨울이면 내린다.
펄 ~~ 펄~~
하얀 눈을 보면 풍성함 보다도 두려움이, 깨끗함 보다는 넘어질까 조바심이 늘 나를 앞세운다.
10센티 정도의 눈이 쌓인 아침은 내게 부담이다.
이맘때면 교회가 뒤숭숭하다 못해 들썩거린다.
다음주 청지기 임명을 앞두고 이미 새어나간 정보탓으로 여기저기서 사람을 섭외하느라 난리가 아니다.
청년부 부장을 내놓았다는 정보가 흘러나간건 어제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모두들 그래서는 안된다고... 난리이다.
동역의 기쁨이 없고 사역의 즐거움이 없는, 힘이 드는 사역은 이미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으신다.
과감히 결정을 내리고 올해는 교육부서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초등부, 신혼부, 유치부.. 여러부서를 맡으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을 했다.
모든걸 내려놓는다는 결정을 하고 성가대에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는데 마음이 편하질 않다.
교사가 부족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마음속에 중등부로 돌아가 학생들을 섬기자..라는 마음이 자꾸만 나를 끌어당긴다.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다...라고 깨달은 순간, 중등부에서 봉사해야겠다고 결심을 한건 며칠전이다.
주일학교 부장과 부감이 정해지고 난 후에 추가임명을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있는데
그런 나를 그냥두질 않는다.
몇년간 함께 동역한 정대희집사님이 중등부에서 고등부로 옮겼다며 함께 예전처럼 일해보자고 하신다.
물론 정대희집사님과 함께 사역하고 싶은 마음에 중등부를 택했는데 두말할 이유가 없이 오케이..
오후예배가 끝나고 바나바 모임이 있어 내려오는데 김재호목사님이 간절한 모습으로 붙잡는다.
"집사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사진찍고 올께요"..
팔을 잡으며 구석에 세워놓고 꼼짝 못하게 한다.
"집사님, 최희천 장로님이 집사님 내려오시길 아까부터 기다리셔요. 까페에서 집사님만 찾는다"고..
교회에서 관리부장을 맡고 계시는 장로님이시며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장로님이라 아무 생각없이 갔더니..
"집사님, 내년에 나와 함께 재정부에서 함께 일하자"...
허걱~~
셈에 유난히 둔한 나임을 알고 계실텐데..
재정부는 셈은 필요없고 한 파트만 맡아서 확인하면 된다고 자꾸만 붙드신다.
이미 고등부와 샬롬성가대를 맡았으니 안된다고 해도 막무가내..
뒤숭숭한 교회 분위기속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오는데 이성열집사가 전화를 해왔다.
오랫만에 이윤형집사님네랑 세 가족이 저녁식사를 하잔다.
평내교회에서 동갑이란 이유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친해진 집사님,
나의 권면으로 인하여 샬롬성가대에 들어오게 되었고 성가대장까지 했던 친구이기도 하다.
허겁지겁 신랑과 함께 월문리로 넘어가니 맛도 못보던 한우가 구워지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집사님, 내년에 나 좀 도와줘. 초등2부..3-4학년인데 교사를 못구해 클났어"..
고기를 먹지 않고 집에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역시 막무가내..
대신 여기저기서 섭외를 해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한우를 먹을 수 있었으니...
하얀 눈발이 흩어지는 수리너머 고개를 넘어 집으로 와서 장로님께 재정부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전화를
하고 청년들과 집사님들에게 교사를 권면을 해보지만 어렵기만 하다.
하나님앞에서 내려놓음이란 일손을 내려놓는게 아니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욕심과 분노와 이기심을 내려놓고 겸손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묵묵히 헌신하는게 아닐까.
1년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었어도 새로운 마음으로 고등부를 섬기며 찬양대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리라.
사람이 나를 어떻게 판단할지라도 나의 진실한 마음은 하나님이 아시매...
하나님앞에서는 성실하게
사람들 앞에서는 겸손하게.. 읃
이것이 내 신앙의 모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