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와졌습니다.
들에는 벼가 익어갑니다.
감도 익어갑니다.
'오빠, 몇밤만 자면 추석이야?'
동생이 물었습니다.
'세 밤만 자면 추석이야'
오빠가 대답을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쯤인가?
아님 2학년이었나?
국어책에 있었던 내용이 지금도 추석이면 술술 외워진다. ㅋㅋ
국어책을 받아들자마자 읽어가던 습관은 그때부터였지 아마??
새학년이 되고 새학기가 되면 새 책을 받는다.
책을 받아서 집으로 달려오자마자, 아니 집으로 오는 길에서부터
책장을 펼쳐서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희한한 동시들을 읽던 기억이 새롭다.
집으로 달려와 내 책을 읽은 후 동생이 받은 책과 언니의 국어책과
바른생활책을 줄줄이 읽으며... 아마 허기진 독서를 채워나갔었나 보다.
책을 받아든 날은 언니와 동생이 밖에 나가질 않고 돌아가며
국어책을. 바른생활책을 읽고
모두가 읽은 후에는 줄줄이 음악책을 펼쳐서 노래를 부르던 그때가
추석을 며칠앞둔 오늘 새삼 그립다.
서너권의 교과서를 몽땅 읽어내려가던 옹기종기하던
언니와 동생들은 이번 추석에도 각자의 시댁에서
전을 부치고 그릇을 닦으며 송편을 빚으리라.
9월인가 하더니 어느새 9월의 말미다.
명절증후군이라고 하더니 내가 그런가?
며칠전부터 감기와 몸살이 심하더니 아직도 몸이 배실배실하다.
움직이기도 싫고 드러누워 잠을 자고 싶고
팔다리가 힘이 없고 으슬으슬한 것이 며칠만 딱 쉬고 싶은 간절한
심정인걸 보니 이것이 명절증후군이 아니고 무엇이랴.
어제 낮에 시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추석에 음식 많이 만들지 말라,
물가가 비싸니 누구도 싸줄 생각은 하지 말라,
다섯식구가 와서 먹고 음식까지 싸서 보내는데 3만원을 내는
작은아버님도 너무 하시고 작은집 동서도 얄밉더라..등등
명절이 끝나면 집에서 먹을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혼자서 음식을 만들어 시어머님, 작은집, 동서까지 싸서 보내는
나를 두고 하신 말씀이다.
그러면서 당신 작은며느리가 명절날 아침, 음식까지 차려 놓은후
훼밀리 쥬스 한통과 5만원을 달랑 들고오는 것은 입에 담지도 않으신다.
작은집 동서는 사근사근하니 형님 수고하신다며 인사나 하지,
우리동서는 빈말일지라도 인사한마디 없다.
내가 느끼기엔 작은집 동서보다 우리동서가 훨씬 얄미운데 어머님
팔은 여전히 안으로 안으로만 굽으시니..
수다스러우신 시어머님의 마지막 말씀..
15년을 직장생활하는 며느리에게, 퇴근시간이 4시간이나 남은 며느리에게
"........... 그럼 고생해라 얘,
요즘은 너만 고생하는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다 고생한다 얘, 모두모두가 고생한다 얘,
그럼 끊는다.."
시누이가 파트타임으로 알바를 하면 마음이 아파서 달려가 집안 청소까지
해주시는 시어머니가 15년을 직장생활하는 며느리는
왜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그래서인지 도저히 품을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는 시어머님이시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쩝~~
명절증후군의 원인은 아무래도 시금치의 '시'字가 들어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