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가을

여디디아 2007. 10. 12. 17:43

                  화광사에 활짝 핀 소국들, 연분홍과 연보랏빛, 흰색의 소국이 예쁘다.

 

                 화광사에 서 있는 느티나무, 색이 어찌나 이쁜지..

                성급한 녀석들, 그새 낙엽이 되어 뒹굽니다.

                가을내내 나를 기쁘게 하는 알밤송이, 탐스럽지요?

              연분홍의 국화위에 앉은 벌이 날아갈 줄 모릅니다.

               저절로 풍성해지는 가을들판, 보는 것으로 이미 풍요한 가을입니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를 보며, 고개 숙일줄 아는 가을이고 싶네요.

 

            분홍의 꽃을 떨군 싸리나무, 곱게 단풍이 찾아듭니다.

 

가을..

가을이라 입으로 내뱉는 순간, 입에서 서리가 맺힙니다.

청아한 그 무언가가 가을속에 서 있는 나를 안아 어디론가 휘감아 올리는듯 싶습니다.

거짓말을 해서도 안되며, 남의 것을 탐내도 안되며, 불의를 기뻐해서도 안될것만 같은 가을입니다.

두둥실 떠 있는 하늘이 맑아서일까요?

하늘위에 포개진 흰구름이 어딘가에 머물러야 함을 알기에 그 어딘가가 내가 서 있는 머리위이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인가요?

셀 수 없이 많은 벼 이삭을 보며 어느 한 알갱이도 손을 대어선 안된다는 사명감이 내 손끝을 멈추게 하고, 누군가 가꾸지 않아도 홀로 피어 향기를 발하는 국화들을 보면서 한아름 꺾어다 가득하게 꽂아두고 싶은 마음도 차마 죄인같아서 감탄만 하고 돌아섭니다.

발끝에 톡톡 채이는 알밤들을 보며 겨우내내 먹어야 할 다람쥐들의 양식이 행여 부족할까봐 슬쩍슬쩍 눈을 돌려 줍고픈 유혹을 물리치기도 합니다.

얼마전 뒷산을 오르다 밤나무에 남은 밤들을 따기 위해서 나뭇가지를 흔들고 샅샅히 뒤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동생이 한 말입니다.

"저렇게 알뜰하게 따가면 짐승들이 겨울에 뭘 먹지? 좀 남겨놓지.."라구요.

그동안 나의 배고픔만 생각하고 남을 돌아보지 않았던 마음에 그 말이 돌덩이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베푼다는 것, 나눈다는 것.

지갑을 열어 지폐를 꺼내고, 바구니에 던지는 것으로 베풀었고, 풍성한 것에서 떼어냄으로 나누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산속에서 서식하는 다람쥐 한 마리도 소홀하지 않는 것, 

우짖는 새 한마리도 소홀하지 않음으로 나무꼭대기에 빨간 감 몇알을 남겨두는 것..

나누고 베푸는 것이 거기서 시작됨을 잊은채로 살아온 날들입니다.

 

가을들판이 풍요합니다.

거두는 손길에 기쁨이 있고, 기쁨속에 후회나 회한보다는 희망과 시작의 소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가을엔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이 없이 모두가 넉넉한 날들이었으면 싶습니다. 넉넉함으로 겸손해지는 가을이고 싶습니다.

 

마음 가득히 가을을 담아봅니다.

돌아올 수 있는 여행도 하고,

푸르른 날에 그리운 이를 그리워하며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날을 감사한 마음으로 지냈으면 싶습니다.

 

때를 따라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사무치게 감사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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